[뉴스 더하기] “손이 친구 뺨에 맞았다?”…‘역풍’ 불러온 황당한 해명
[KBS 대전] 뉴스에 깊이를 더하는 시간입니다.
'뉴스더하기' 김현수입니다.
얼마 전 대전에서 한 초등학교 교사가 수년간 학부모의 악성 민원에 시달린 끝에 스스로 생을 마감했습니다.
"깊은 애도와 명복을 빕니다" 가해자로 지목된 학부모들이 각자 이렇게 입장문을 냈는데요.
온라인상에서 학부모들의 이름은 물론 얼굴, 개인 SNS, 운영하는 사업장의 위치와 이름, 그리고 자녀의 신상까지 모두 낱낱이 공개됐기 때문입니다.
이들에게 분노한 시민들은 사업장에 찾아가 고인이 된 교사를 추모하거나 학부모를 비난하는 메시지를 벽면 가득 붙이기도 했고요.
항의 전화를 하기도 했습니다.
법적으로 책임을 져야 할 수도 있는데, 사람들이 이렇게까지 하는 이유가 뭘까요?
[오윤성/순천향대 경찰행정학과 교수 : "(사적) 복수라고 하는 것은 공적인 처벌이라고 하는 것에 비해서는 그 효과가 즉각적으로 나타날 수 있는 그런 상황이고요. 사법 시스템이라든가 이런 것에 대한 불신, 이런 것들이 결국은 그러한 행동으로 이어지는 중요한 동기가 되는 것으로 보입니다."]
"악성 루머, 잘못된 내용을 바로잡는다", "추측성 글과 악성 댓글로 엄청난 심적 고통을 겪는다" 해당 학부모들은 이렇게 호소했는데요.
하지만 이런 입장문은 도리어 공분만 키웠습니다.
"숨진 교사는 4년 동안 괴롭혔으면서 고작 며칠 괴로운 것을 참지 못한다" 이런 반응이 많았고요.
특히 "손이 친구 뺨에 맞았다" 이 말을 두고 많은 비난이 쏟아졌는데요.
작가 허지웅 씨도 자신의 SNS에 "'아들이 친구의 뺨을 때렸다'는 사실이 '아들의 손이 친구의 뺨에 맞았다'는 입장으로 바뀌는 동안 교사의 기본권과 우리 공동체의 미래도 함께 무너져 내리고 있다" 이렇게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습니다.
해당 학부모들이 교사를 괴롭혔던 기간과 똑같이, 4년 동안 이들의 신상과 관련된 제보를 받아 공개하겠다고 한 SNS 계정까지 생겨났는데요.
하지만 이른바 신상 털기, 사적 복수에 억울하게 피해를 보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해당 학부모들의 사업장과 같은 이름이거나 비슷한 위치에서 같은 업종을 운영하는 업체들에 불똥이 튀기도 했고요.
이 업체들이 이번 일과 관계가 없다고 해명하기도 했습니다.
'공권력과 사법 시스템에 대한 불신, 불만' 이런 사회 분위기는 최근 사적 복수를 주제로 하는 여러 드라마의 흥행으로도 나타난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하고 있는데요.
이를 해결할 수 있는 어떤 방안은 없을까요?
[오윤성/순천향대 경찰행정학과 교수 : "너무나 집요하게 (교사) 한 사람에 대해서 지속적인 민원을 제기한다든가 하는 이런 전반적인 시스템 자체가 상당히 잘못되어 있기 때문에, 그런 시스템을 좀 더 보완한다면 이런 일들이 발생하는 것을 조금이라도 예방할 수 있을 거라고 봅니다."]
입장문은 서두에 이어 말미에도 "숨진 교사의 명복을 빈다"면서 끝을 맺습니다.
하지만 내용을 본 누리꾼들은 "끝까지 자기는 잘못 없다고 한다", "아직도 반성하지 않는구나!", "진짜 고인이 되신 선생님 명복을 빌고 있기는 한가요?" 이렇게 진정성을 의심하고 있는데요.
'진짜 억울하게 죽은 교사의 명복을 위해서는 무엇이 달라져야 할까?' 입장문을 쓴 당사자들뿐만 아니라 교육당국과 우리 사회 또한 던져봐야 할 질문입니다.
지금까지 '뉴스더하기'였습니다.
KBS 지역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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