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심판대 오른 유엔…전쟁 못 막고, 제재는 ‘사실상 붕괴’

강계만 특파원(kkm@mk.co.kr), 한예경 기자(yeaky@mk.co.kr) 2023. 9. 13. 19: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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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 자신들이 찬성했던 제재마저
비토권 행사하고 제재 파괴 앞장
내주 미 상무부장관 방한
러시아 수출통제 논의키로

◆ 북·러 정상회담 ◆

‘정상회담 예정’ 북한 김정은과 러시아 푸틴 [AFP = 연합뉴스]
러시아가 지난해 2월 우크라이나를 침공한데 이어 북한과 군사협력을 시도하면서 전후 세계질서를 이끌었던 ‘유엔체제’가 심각한 도전을 받고 있다.

오는 19일부터 미국 뉴욕에서 열리는 유엔총회에 전세계 각국 정상들이 모일 예정이지만 북러 군사협력은 그 자체만으로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근간을 흔들고 있다. 유엔 헌장 제1조에 명시되어 있는 유엔 설립 목표인 ’전쟁 방지를 위한 분쟁 중재’, ‘집단적 안보 체제 확립‘조차 달성하지 못하면서 유엔 체제가 사실상 붕괴된 거나 마찬가지라는 자조가 나오고 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핵심 정책수단인 ‘제재(sanctions)’권한이 있다. 북한도 유엔회원국의 일원으로써 그간 안보리의 제재 결의를 통해서 각종 무기·관련물자와 군사 기술 상호이전을 제한받고 있었다. 하지만 안보리 상임이사국인 러시아가 제재를 위반하고 나서면서 제재 자체가 무용지물이 돼버렸다. 최근 들어서는 자신들이 채택에 동참한 안보리 결의 적용마저도 스스로 부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게 지난해 5월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도발로 안보리가 북한의 유류 수입 허용량을 줄이는 내용의 대북 추가 제재 결의안을 표결에 부쳤지만 중국과 러시아의 반대로 무산된 것이다. 안보리의 대북 제재 결의안이 부결된 것은 이때가 처음이었다. ‘북한이 ICBM을 쏠 경우 대북 유류 공급 제재 강화를 자동으로 논의한다’는 기존 대북 제재 2397호의 ‘유류 트리거 조항‘이 있는데도 중국과 러시아가 일방적으로 비토권을 행사하면서 제재안이 안보리를 통과하지 못한 것이다.

지난해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도 마찬가지였다. 당시 유엔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관련한 긴급특별총회를 개최하고 러시아를 규탄하는 내용의 결의안을 채택했지만 총회의 결의안은 법적 구속력이 없을 뿐더러 전쟁은 아직까지 지속되고 있다.

한편 미국은 돈 그레이브스 미국 상무부 부장관이 다음 주 한국을 방문해 북한과 러시아가 무기 거래를 할 경우 새로운 대북(對北) 제재 등 한미 공조 방안 등을 논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레이브스 미 상무부 부장관 [사진 출처 = 연합뉴스]
그레이브스 부장관은 12일(현지시간) 미 워싱턴DC에서 열린 한미통상협력포럼 기조연설에서 “무엇보다 우리는 우크라이나를 상대로 불법적인 전쟁을 수행하는 데 쓰이는 기술·물자를 얻으려는 러시아의 수출통제 우회 능력을 계속 막아야 한다”고 말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회담을 통해 우크라이나 전쟁용 다량·다종의 탄약 등을 거래하면 한미가 관련 추가 제재·공동 대응 방안을 협의할 것으로 관측된다. 그레이브스 부장관은 “국가 안보를 위협하거나 인권을 침해하는 나라가 자유를 부정하고 이웃을 위협하는 데 쓰는 무기와 기술을 얻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국가명을 밝히진 않았지만 북한과 러시아, 중국을 겨냥한 발언으로 해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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