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질랜드 12세 자폐소년, 골프 배운 지 2주 만에 우승

최혜승 기자 2023. 9. 13. 1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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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일리 테에파-타라우와 보조교사 골프 코치 훼투 위레무/ 스터프

뉴질랜드의 12세 자폐 소년이 골프를 배운지 2주 만에 골프대회에서 우승해 화제가 되고 있다.

13일(현지 시각) 스터프 등 뉴질랜드 현지 매체에 따르면, 뉴질랜드 북섬 베이오브플렌티 지역 작은 마을에 사는 베일리 테에파-타라우라(12)가 타우랑가에서 열린 연례 전국 중학생경기대회인 제스프리 에임스 대회 9홀 골프 종목에서 우승했다. 골프채를 처음 잡은 지 2주 만에 거둔 성과다. 베일리가 우승하면서 치른 경기는 딱 3라운드였다.

자폐증을 앓고 있는 베일리는 평소 운동을 좋아하지 않았다고 한다. 그는 학교에서 늘 막대기 같은 걸 휘두르며 놀았는데, 이 모습을 본 보조교사가 골프를 시켜보기로 하고 친구에게 골프채를 빌려 베일리와 이달초부터 연습했다고 한다.

단기간에 이룬 성과와 함께 이날 베일리가 보여준 태도도 주변 사람들을 놀라게 했다. 베일리는 평소 누구와도 말을 하지 않을 만큼 과묵한 아이였다. 경기가 끝날 때까지도 침묵했다. 그러던 베일리는 승리가 확정되자 기자들 앞에서 “기적 같은 일이 일어났다”며 말문을 열었다. 그는 “나는 대회에 참가하고 싶은 꿈이 있었는데 1등을 했다. 굉장히 재미있었다”고 소감을 밝혔다. 평소 베일리를 돌보던 가족과 보조교사는 이런 베일리의 모습을 보고 깜짝 놀랐다고 한다.

대회 관계자인 제이미 트라우튼은 “티박스에서부터 그린까지 걸어가는 자세에 자신감이 넘쳤고 집중력과 여유를 보여주었다”며 “흔들림 없는 드라이버 실력에 힘입어 3라운드를 마치고 87점이라는 놀라운 스테이블포드 점수를 기록했다”고 했다.

베일리의 아버지는 “아들이 무척 자랑스럽다”며 “자폐증이 있는 그가 그렇게 잘하는 걸 보고 놀랐다”고 했다. 이어 “몇 년 전만 해도 운동을 좋아하는 아이가 아니었다. 이제 옳은 방향을 잡은 것 같다. 자신감도 보여주고 있다”고 말했다. 베일리는 공을 잘못치거나 실수했을 때도 크게 당황하지 않았으며 신경 쓰지 않는다고 한다. 보조 교사이자 골프 코치인 훼투 위레무는 “메달을 딴 것은 보너스일 뿐”이라며 “다른 아이들과 어울리는 데 자신감을 보이고 말하기 시작했다는 게 가장 큰 승리”라고 말했다.

베일리의 다음 목표는 스페셜 올림픽에 참가하는 것이다. 현지 한 건설회사는 그에게 골프채를 사주겠다고 제안했고 뉴질랜드 골프협회도 그가 다니는 학교와 접촉해 돕는 방안을 찾고 있다고 매체는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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