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의 확증 편향이 국민의 안녕과 평화를 위협한다

한겨레 2023. 9. 13. 1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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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신념과 일치하는 정보는 받아들이고 그렇지 않은 정보는 무시하는 경향을 '확증 편향'이라고 한다.

영국의 심리학자 피터 웨이슨이 1960년대에 제시한 것으로 사람들이 자신의 선입견, 가설 및 개인적인 믿음이 사실인지 아닌지에 관계없이 이를 입증하는 정보를 선호하는 경향을 말한다.

말할 것도 없이, 이러한 확증 편향에 대한 책임은 대통령 자신이 가장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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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정부]

윤석열 대통령이 12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왜냐면] 박용환 | 한국기독청년학생연합회 이사

자신의 신념과 일치하는 정보는 받아들이고 그렇지 않은 정보는 무시하는 경향을 ‘확증 편향’이라고 한다. 영국의 심리학자 피터 웨이슨이 1960년대에 제시한 것으로 사람들이 자신의 선입견, 가설 및 개인적인 믿음이 사실인지 아닌지에 관계없이 이를 입증하는 정보를 선호하는 경향을 말한다. 확증 편향에 빠지면 다음과 같은 현상을 보인다. 자신의 의견을 뒷받침하는 정보를 더 많이 수집하려 하고, 어떤 정보를 해석할 때 기존의 신념과 일치하는 해석을 선호하며, 기존 신념과 다른 정보는 무시하거나 거부하며, 반대 의견이나 다른 시각을 무시하거나 경시하는 경향이 있다.

윤석열 정부의 확증 편향은 과거 어떤 정부보다 훨씬 더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것 같다. 윤 정부는 들어서자마자, 최대 1조원대의 예산이 소요되는 대통령 집무실 이전을 거센 논란에도 불구하고 무리하게 강행했다. 지난해 9월 윤 대통령의 ‘바이든·날리면’ 비속어 논란은 정황과 맥락상 문화방송(MBC) 보도 내용이 진실에 훨씬 가까워 보임에도 정부는 법정 다툼을 계속하고 있다. 서울 도심 한복판에서 159명이 압사 사고로 사망한 이태원 참사에 대해서는 아직도 국가 책임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

서울~양평 고속도로 종점 변경 건은 어떤가? 이미 계획된 사업을 올해 5월 국토교통부가 양평군 강상면으로 종점을 변경했다. 김건희 여사 일가에 대한 특혜 의혹이 짙음에도,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전면 백지화라는 엉뚱한 발상으로 논란을 피해 가려 하고 있다. 일본 후쿠시마 방사능 오염수 방류에 대해서는 불과 2년 전 국민의힘 소속 정치인들이 방사능 오염수가 해롭다고 주장한 숱한 발언들이 생생히 기록돼 있음에도 이제 와서는 전혀 해롭지 않다는 식이다.

최근 불거진 홍범도 장군 흉상 이전 논란은 1년 전 윤 대통령이 “이념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민생이 중요하다”던 자신의 발언을 스스로 뒤집는 모양새다. 그러한 사실관계마저 왜곡하거나 없었던 일이라고 자기 최면에 빠져 있는 것 같다. 해병대 채아무개 상병 사망 사건 책임을 은폐하기 위한 수사 외압 사건도 그렇다. 여러 증언을 통해 이 사건에 대통령실이 개입한 것이 확인되고 있고, 시간 전개상으로도 이미 의혹 수준을 넘어서 외압의 실체가 하나씩 드러나고 있다. 하지만 대통령실과 국방부는 외압은 전혀 사실이 아니라고 강변한다.

개인이 확증 편향에 빠지면 그 폐해는 한 개인에게 그치고 말지만, 한 국가의 최고 통치자와 정부가 자신의 정치적 입장을 강화하기 위해 정보를 선택적으로 사용하면 심각한 상황을 유발할 수 있다. 온 국민의 안녕과 평화를 위협하고 일상생활을 크게 침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윤 대통령과 정부는 자신들이 치우치지 않았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편향을 입증하는 사건과 자료들이 이처럼 산더미처럼 많은데도 말이다.

지금껏 그래 왔듯이, 윤 정부의 확증 편향 기조는 계속되고 더욱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 말할 것도 없이, 이러한 확증 편향에 대한 책임은 대통령 자신이 가장 크다. 더욱이 대통령 주변에 그의 확증 편향을 우려하고 직언할 사람이 전혀 없는 현실을 감안한다면, 이 정부의 미래와 앞날에 대한 우려는 안타까움을 넘어 암담함으로 치닫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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