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질 여론' 클린스만, 한국 귀국 급결정...과연 정면 돌파일까, 비겁한 변명일까
[인터풋볼] 김대식 기자 =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의 입에서 어떤 발언이 나올지 한편으로는 너무나 기대된다.
대한축구협회(KFA)는 13일 "국가대표팀은 9월 14일 인천공항 제2터미널을 통해 귀국할 예정이다. 출국장에서 클린스만 감독의 귀국 인터뷰를 진행할 예정이다"고 밝혔다.
당초 클린스만 감독은 9월 A매치 일정을 마치고 유럽에 머물면서 유럽파 선수들을 점검할 계획으로 알려졌다. A매치 이후 첫 일정부터 논란이었다. 자신이 두 경기 연속 선발로 투입한 김민재를 다시 한번 지켜보겠다면서 16일에 있을 바이에른 뮌헨과 바이엘 레버쿠젠의 2023-24시즌 독일 분데스리가 경기를 방문할 예정이었다.
사실 김민재는 지켜볼 의미가 그렇게 많지 않은 선수다. 아시아 역사상 최고의 센터백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김민재다. 아시아 수비수 역사상 첫 발롱도르 최종후보 30인이라는 이력이 증명한다.
김민재는 부상이나 징계 문제로 경기를 뛰지 못하는 이상 제외될 수가 없는 전력이다. 만약에 김민재가 클린스만 감독이 보는 앞에서 부진하다고 한들, 클린스만 감독은 김민재를 분명히 뽑을 것이다. 김민재만큼 역할을 해줄 수 있는 선수가 대한민국에 없기 때문이다.
KFA 설명에 따르면 클린스만 감독은 김민재 경기만 지켜보는 게 아니라 유럽구단을 방문해 관계자와 미팅을 할 예정이었다. 10월 A매치를 앞두고 유럽인 코칭스태프와 현지에서 분석을 진행하고 한국으로 귀국하려는 생각이었다.
하지만 갑작스럽게 계획을 전면 수정했다. KFA는"10월 명단 발표전에 K리그 선수를 먼저 확인하는 업무를 시작하는 것으로 금일 코칭스태프 회의에서 일정을 변경하기로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코칭스태프 회의에서 어떤 의견이 오갔는지는 파악되지 않았지만 국내 여론을 의식한 행보라고밖에 생각되지 않는 결정이다.
현재 대한민국에서 클린스만 감독을 향한 여론은 최악 중 최악이다. 한국을 맡았던 외국인 감독 중 부임 초기부터 이렇게 여론이 안 좋았던 감독은 처음이다. 결과도 이렇게 안 좋았던 적도 처음이다.
13일 새벽에 진행된 사우디아라비아전에서 첫 승을 신고했지만 그마저도 힘겨웠다. 클린스만 감독이 팀을 이끈 뒤에 대표팀 경쟁력이 역행하고 있어 클린스만 감독을 당장 경질시켜야 한다는 팬들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
클린스만 감독을 내쫓으라는 팬들의 여론은 단순히 결과와 내용 차원의 문제가 아니다. 성실도와 신뢰의 문제다. 클린스만 감독은 오래 전 독일 국가대표팀을 이끌던 당시에도 잦은 미국 방문으로 인해 조국 내에서도 많은 비판에 시달렸다.
한국 팬들도 이러한 점을 우려했다. 그러자 그는 "난 한국에서 근무할 것이다. 한국 감독이기에 여기에 머무는 게 당연하다. 한국에서 살면서 문화를 배울 것"이라며 한국에 상주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부임 초기에는 클린스만 감독의 의지가 현장에서 보이는 것처럼 보였다. 이미 약속된 해외 일정도 참가하면서 K리그 현장을 등한시하지 않았다. 하지만 7월부터는 K리그 현장에서 클린스만 감독의 얼굴을 찾아보기 힘들었다.
마치 역마살이 낀 사람처럼 미국과 유럽을 오가면서 개인 일정을 소화했다. 미국 'ESPN' 패널로 나와서 리오넬 메시, 해리 케인, 네이마르의 이적에 대해서 논평을 하고 대한민국 국가대표팀과 전혀 상관이 없는 행사에 자주 출연했다.
이를 두고는 "개인적인 일정으로 아일랜드 더블린에 예전부터 자선사업을 같이하시는 분과의 일정이 있어 일주일가량 다녀왔다. 한국 축구대표팀 감독으로 계약하기 이전에 잡혀있던 일정이었기 때문에 취소할 수 없었다"고 해명을 내놓았지만 모나코에 방문하는 일정까지도 계획된 일정은 분명히 아니었을 것이다.
되려 "한국에 거주하지 않는다고 단정하기엔 과장된 점이 있다. 물리적으로 어디에 있는지를 떠나서 이제는 선수들과 소통하고 관찰하는 방법이 예전과는 다르다고 생각한다"며 오히려 자신이 억울하다는 식으로 입장을 밝혔다.
더불어 "경기장에 직접 가는 방법도 있지만 가지 않더라도 각국에 있는 코칭스태프와 지속적으로 연락을 주고받으며 선수들의 상태를 체크 중이다. 나는 매우 활동적인 사람이다. 여러분이 생각하는 것보다 경기장이든 어디든 더 많은 활동을 통해 대한민국 축구대표팀 감독으로서 역할을 할 것이다"며 국내에 상주하겠다던 자신의 입장을 조금씩 바꾸는 것처럼 보였다.
국내 여론을 전혀 의식하지 않던 클린스만 감독은 국가대표팀 명단 발표 기자회견이 무의미하다면서 취소하더니 친정팀 AS모나코에 놀러 가서는 인터뷰를 진행하는 등 갖가지 논란에 휩싸이면서 팬들의 신뢰를 잃었다.
승리를 떠나서 최소한 경기 내용이라도 발전적이었다면 이렇게까지나 클린스만 감독을 향한 여론이 나쁘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3월, 6월, 9월 시간이 지날수록 클린스만호의 경쟁력은 한눈에 봐도 떨어졌다. 이를 두고 클린스만 감독은 과정이라 어쩔 수 없다, 부상 등 문제로 이탈자가 있어서 그랬다며 스스로를 변호했지만 아무도 납득하지 않는 해명에 가까웠다.
결정적으로 외국 출장 및 외부 일정으로 인해 여러 가지로 대표팀에 좋지 못한 구설수를 만들고 있다는 게 제일 심각한 문제다. 그때마다 자신은 워커홀릭이라는 발언으로 스스로를 변호하고 있고, 세계 축구의 트렌드를 한국 축구에 어떻게 적용할 것인지를 고민하고 있다고 답하지만 정작 대표팀의 경쟁력은 역행하고 있다.
또한 사우디전에 앞서 진행된 국내 취재진과의 인터뷰에서 나온 답변은 모두를 당혹케했다. 그의 답변을 요약하자면 할 일이 없었기 때문에 한국을 떠나서 해외로 나가서 일을 했다는 것이다. 당시에도 K리그는 한창 진행 중이었다. 6월 이후로 K리그 현장을 방문한 적도 없고, 7월 이후에는 한국에 들어오지도 않은 감독의 입에서 나올 말은 아니었다.
이렇게나 많은 논란과 비판에 시달리고 있는 클린스만 감독은 이제야 여론을 의식한 듯 국내로 귀국해 K리그 현장을 우선적으로 방문하겠다고 계획을 수정했다. 내일 있을 귀국 인터뷰에서 여러 논란과 향후 행보에 대해서 질문이 나올텐데 클린스만 감독이 어떤 발언을 할지에 팬들의 시선이 쏠리고 있다.
사진=대한축구협회, ESPN, 모나코 홈페이지, 게티이미지, 인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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