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상 문책성 개각… `투사형 장관` 앞세워 국정과제 속도
새 인물들 현안 대응에 빠르고
정무 감각도 갖춘 강성 스타일
MB정부 출신 등 '재탕' 지적도
尹정부 2차 개각
윤석열 대통령이 13일 국방부와 문화체육관광부, 여성가족부 등 3개 부처 장관을 교체하며 국정쇄신에 나섰다.
특히 최근 해병대 사망 사고 수사 개입 의혹과 홍범도 장군 흉상 이전 논란을 빚은 이종섭 국방부 장관과 2023 새만금 세계스카우트잼버리 대회 부실운영으로 한계를 드러낸 김현숙 여가부 장관 등은 사실상 경질성 교체라는 시각이 우세하다. 언론인 출신인 박보균 문체부 장관도 윤 대통령으로부터 가짜뉴스 대응이 미흡하다는 지적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령실은 국면전환용 인사나 경질이 아니라고 선을 긋고 있으나 국방부, 여가부 관련 논란이 여론 악화로 이어지며 윤 대통령의 국정운영에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했다는 점에서 문책성 개각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윤 대통령은 개각 발표에 앞서 전날인 12일 이 장관, 김 장관, 박 장관에게 일괄 사표를 제출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이날 용산 대통령실에서 기자들과 만나 국방부 장관 교체 이유 등에 대해 "지난 1년 간 안보환경이 아주 빨리 변하고 있다. 특히 캠프 데이비드 회담 이후 안보환경은 대내적인 부분뿐 아니라 같은 가치와 입장을 가진 국가와 동맹하고 협의하며 글로벌 차원으로 발전하고 있어 그런 부분에 적합한 국방부 장관 후보자를 선택한 것"이라며 "문책성 인사라는 말씀을 많이 하지만, (이 장관 취임 후) 1년 4개월이 됐으니 보통 이 정도면 과거에도 거의 교체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해병대 사망 사건은 이번 인사에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며 "장관이 한 번 사인(결재)를 했다고 해서 그게 영원히 가는 것은 아니다. 장관은 인사권자로서 사안의 책임소재를 명확히 할 필요가 있는데. 이번 과실치사 건은 법조계도 (사단장까지 혐의를 둔 것에) 이례적이라고 보고 있다"고 강조했다.
'투사형 인사'들의 기용으로 국정 장악력을 높여 국정과제 추진에 속도를 내는 동시에 총선을 앞두고 난국을 정면돌파하겠다는 윤 대통령의 의중이 반영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윤 대통령이 택한 신원식 국방 장관 후보자와 유인촌 문체부 장관 후보자, 김행 여가부 장관 후보자 등의 면면을 보면 대체로 현안 대응이 빠르고, 정무적 감각을 갖춘 강성 스타일이라는 점이 공통점으로 꼽힌다는 점에서다. 여권 내에서는 내년 4월 치르는 22대 총선에서 원내 제 1당의 지위를 얻지 못한다면 윤 대통령의 남은 임기 동안에도 야당에 휘둘릴 가능성이 크다는 우려가 크게 퍼져 있다. 그동안 정치권에서 야당에 강도높은 공세를 취해온 신 후보자와 김 후보자, 강성인 유 후보자가 부처에서 윤 대통령의 기조에 부합하는 확실한 성과를 올린다면 총선 위기설을 타파할 새로운 돌파구가 될 수 있다는 기대감이 깔린 선택으로 볼 수 있다.
다만, 일각에서는 이명박 정부와 박근혜 정부 출신 재탕 인사라는 점에서 쇄신이나 혁신과는 거리가 멀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이미 내각이나 대통령실에 다수의 MB(이명박정부)계 인사들이 포진해 있는 터라 '이명박 정부 시즌 2'라는 비판도 있다. 유 후보자의 경우 이명박 정부에서 문체부 장관을 지냈기 때문에 또 다시 장관으로 임명되면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에 이어 이명박 정부와 윤석열 정부의 같은 부처 장관을 지낸 2번째 사례가 된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인재를 등용함에 있어 과거 정부에 몸을 담았다, 안 담았다하는 것은 큰 기준은 아니다"라며 "가장 중요한 것은 전문성과 책임성, 현재 그 자리에서 역사적 소명을 다할 수 있느냐를 집중적으로 판단했다"고 말했다.
신 후보자는 이날 "대내외 안보 환경이 여러 도전에 직면하고 심각하다"면서 "부족하지만 국민들이 편안히 지낼 수 있도록 국방부 장관의 소임을 다 하겠다. 군인다운 군인, 군대다운 군대를 만드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유 후보자는 "저는 평생을 현장에 있었다. 모든 답이 현장에 있다고 할 수 있다"며 "요즘 현장이 굉장히 빠르게 변화하고 있는데 변화하는 현장에 맞게 정책과 지원방식을 빨리 쫓아갈 수 있도록 계획을 할 생각"이라고 각오를 전했다. 이어 "우선 지역균형발전 문제를 문화 중심으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준비하고, 가장 중요한 것은 국민들의 삶의 질을 어떻게 높일지 문화로서 역할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김 후보자는 "윤석열 정부는 여가부 폐지를 공약했지만, 여가부가 존속되는 동안에는 국민과 소통을 활발히 하고 실제 (지원) 대상자들을 상대로 더 열심히 최선을 다하도록 하겠다"면서 "여가부에는 다양하고 중요한 업무들이 남아 있다. 생명 존엄성, 가족의 가치, 그리고 대한민국의 지속가능성을 기획하고 집행하는 부처로서 성실하게 업무를 수행하겠다"고 밝혔다.
김미경기자 the13ook@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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