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혀지고 싶다던 文… 박민식 고소 등 사사건건 정부 비판

김건호 2023. 9. 13. 1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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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혀진 사람으로 남고 싶습니다."

하지만 최근 박민식 국가보훈부 장관을 명예훼손혐의로 고소한 것을 비롯해 윤석열 정부에 대한 비판을 이어가며 문 전 대통령의 소망은 '공염불'이 됐다.

이에 대해 문재인 정부 청와대 국정상황실장 출신인 윤건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브리핑을 열고 "문 전 대통령의 부친이 흥남시청 농업계장을 한 것은 일제 치하가 아니라 해방 후의 일"이라며 "박 장관의 주장은 완벽한 거짓"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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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혀진 사람으로 남고 싶습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2020년 신년기자회견 당시 “어떤 대통령으로 남고 싶느냐”는 기자 질문에 이처럼 답했다. 많은 지지자들이 소박한 문 전 대통령 발언에 호감을 가졌다. 하지만 최근 박민식 국가보훈부 장관을 명예훼손혐의로 고소한 것을 비롯해 윤석열 정부에 대한 비판을 이어가며 문 전 대통령의 소망은 ‘공염불’이 됐다.

문재인 전 대통령. 뉴시스
13일 정치권에 따르면 문 전 대통령은 전날 박 장관을 사자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했다.

사건의 발단은 박 장관이 지난 6일 열린 국회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백선엽이 스물몇 살 때 친일파였다고 한다면, 문 전 대통령 부친인 문용형 그분도 당시 흥남시 농업계장을 했는데 친일파가 아니냐”고 한 것이다. 일제강점기 간도특설대에서 복무한 백선엽 장군이 친일파가 아니라는 취지로 주장하는 과정에서 나온 말이었다.

이에 대해 문재인 정부 청와대 국정상황실장 출신인 윤건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브리핑을 열고 “문 전 대통령의 부친이 흥남시청 농업계장을 한 것은 일제 치하가 아니라 해방 후의 일”이라며 “박 장관의 주장은 완벽한 거짓”이라고 했다. 

고소를 당한 박 장관은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국민들이 왜곡된 친일 프레임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계속 노력하겠다”고 했다. 결국 문 전 대통령의 부친이 농업계장으로 근무한 게 일제 시대인지 또는 해방 이후인지는 앞으로 법정에서 가려질 전망이다.

현실정치에 관여하지 않겠다던 문 전 대통령은 최근 각종 현안에 목소리를 내며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특히 그의 정치적인 발언은 현역 정치인 못지 않다. 문 전 대통령은 홍범도 장군 흉상 이전과 관련해 지난달 27일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깊은 우려를 표한다. 숙고해주기를 바란다”고 했고, 단식 중인 이재명 대표에게 전화를 걸어 “윤석열 정부의 폭주가 너무 심하다”고 했다.
박민식 국가보훈부 장관이 지난 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원들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뉴스1
지난달에는 전라북도의 세계잼버리대회 준비 부족과 관련해 “국격을 잃었고 긍지를 잃었다”며 사실상 윤석열 정부를 공격했다. 또 지난해 12월 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 수사와 관련해선 “서훈 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같은 연륜과 경험을 갖춘 신뢰의 자산을 꺾어버리다니 너무나 안타깝다”고 했고, 지난 2월에는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저서 ‘조국의 법고전 산책’을 언급하며 “학자이며 저술가로서의 저자의 역량을 새삼 확인하며 안타까운 마음을 갖는다”고 했다. 제주 4·3 참배를 앞두고는 “이념이 상처를 헤집지 말아야 한다”고 적었고 각종 논란 속에 제주 4·3 평화공원을 찾아 참배까지 했다.

퇴임 후 문 전 대통령의 이같은 정치적 발언과 고민은 자신을 주제로 한 다큐멘터리 영화 ‘문재인입니다’에 잘 드러난다. 이 영화를 통해 문 전 대통령은 “5년간 이룬 성취, 제가 이룬 성취라기보다 국민이 대한민국이 함께 성취한 것인데 그것이 순식간에 무너지고 과거로 되돌아가는 모습을 보며 한편으로 허망한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사실상 윤석열 정부를 정면으로 비판한 것이다.

문 전 대통령은 “자연인으로서 잊혀질 수 없는 것이지만 현실 정치 영역에서는 이제 잊혀지고 싶다는 뜻을 밝혔던 것인데 끊임없이 저를 현실정치로 소환하고 있다”면서 “그 꿈도 허망한 일이 됐다”고 했다.

문 전 대통령만이 현재 생존해 있는 3명의 대통령 가운데 유일하게 SNS를 통해 활발히 자신의 정치적 의견을 내놓고 있다. 일각에선 문 전 대통령의 발언이 개인의 표현의 자유를 넘어 지지층에게 일종의 정치적 메시지로 읽힐 수 있는 만큼 신중해야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건호 기자 scoop3126@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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