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정부 핵심 국정 과제 `실손청구 간소화` 의료계 반발에 동력잃나

임성원 2023. 9. 13. 1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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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법사위 13일 심의 예정
의료계 법안 통과 저지 나서…"법안 폐기 촉구"
이정근 대한의사협회(의협) 상근부회장이 12일 국회 앞에서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 내용을 담은 보험업법 개정안에 반대하는 1인시위를 펼치고 있다. [대한의사협회 제공]

윤석열 정부가 핵심 국정 과제로 '실손의료보험 청구 간소화(보험업법 개정안)'를 추진하면서 국회에서 탄력이 붙었지만 문턱을 넘기까지 진통이 예상된다. 14년째 국회에서 공회전한 실손청구 간소화 법안이 지난 6월 정무위원회 전체회의를 통과하면서 보험업계에서 기대감이 높아졌지만 의료계와 시민단체에서 법안 폐기를 촉구하며 반발이 거세졌다.

13일 국회와 보험업계에 따르면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를 담은 보험업법 개정안은 이날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 40번 순서로 상정돼 심의됐다. 김소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이 해당 보험업법 개정안에 대해 설명을 했다.

실손청구 간소화 법안은 지난 6월 국회 정무위 전체회의를 통과한 이후 법사위, 국회 본회의 절차를 남겨두고 있다. 해당 법안은 실손보험 가입자의 보험금 청구 자료를 의료기관이 중계기관을 거쳐 보험사에 바로 전송하도록 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법안이 최종 통과될 경우 보험 소비자는 병원에 방문해 서류를 떼는 등 복잡한 절차를 거치지 않고 병원에 요청하는 것만으로 실손 보험금을 받을 수 있게 된다.

실손보험은 4000만명이 넘는 가입자로 '제2의 건강보험'으로도 불리지만 번거로운 청구 절차로 소비자들의 불편함을 야기했다. 현재 실손보험 가입자는 보험금을 지급받기 위해 병원을 직접 방문해 진료 영수증, 진단서, 진료 세부내역서 등의 문서를 발급받아야 한다. 지난 2009년 정무위에서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법안이 등장했지만 의료계와 시민단체의 반대에 부딪혀 14년째 공회전했다.

하지만 지난해 윤석열 정부가 디지털플랫폼 정부에 대한 의지를 강력하게 내비치면서 긍정적인 기류가 감지됐다. 디지털플랫폼 정부 구현에 실손청구 간소화를 핵심 국정 추진 과제로 앞세웠기 때문이다.

윤 정부는 대통령실 직속의 '디지털플랫폼정부위원회'를 공식 출범하면서 핵심 추진 과제에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 내용을 포함했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 당시 국민 의견수렴을 거친 약 20개 선도 과제에 포함시키면서 추진 동력의 불이 붙었다.

성일종 국민의힘 정책위원회 의장도 올해 초 원내대책회의에서 실손청구 간소화의 필요성을 강조하기도 했다. 당시 성 의장은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는 더는 늦출 수 없다"며 "의료계가 이를 거부한다면 입법으로 처리하겠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윤 정부의 강력한 의지로 수년째 표류한 실손청구 간소화 법안은 정무위를 통과했다. 그동안 번번이 의료계와 시민단체에 반대에 부딪혀 진전하지 못했던 것과 달리 국회에서 입법 속도가 붙었다.

그러나 의료계와 의약단체 등에서 실손청구 간소화 법안 처리 속도가 붙자 법안 통과를 저지하기 위한 반발이 거세졌다. 대한의사협회와 대한병원협회, 대한치과의사협회와 대한약사회 등 4개 단체는 이날 국회 앞에서 공동 기자회견을 열고 보험업법 개정안의 폐기를 촉구했다.

의약단체들은 "이번 개정안은 요양기관에 막대한 부담을 떠넘기는 것은 물론 공공의 이익을 저해하는 대신 보험업계의 이익만 대변하는 것"이라며 "환자와 의료기관이 자율적인 방식을 선택해 직접 서류를 전송하는 방안을 법안에 담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만일 보험업법 개정안이 국회에서 통과하면 서류 전송을 거부하고 위헌소송도 불사하겠다"고 강조했다.

앞서 지난 12일 대한의사협회 이정근 상근부회장과 김종민 보험이사도 국회 앞에서 잇따라 1인 시위를 펼치며 법안 폐기를 촉구했다. 이들은 "보험업법 개정안이 민간 보험사의 이익만을 고려한 과잉 입법"이라고 비판했다.

보험업계에서는 의료계 반대로 또 한 번 숙원과제가 무산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보험 소비자 편의성 측면에서 해당 법안이 필요하다는 점도 강조하고 있다.

보험연구원에 따르면 대다수 소비자가 실손보험 청구 방식을 위해 △팩스(31%) △설계사(23%) △방문(16%) △우편(6%)을 이용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청구되지 않은 보험금도 상당하다. 국민의힘 윤창현 의원실에 따르면 미청구 실손보험금은 지난 2021년 2559억원, 지난해 2512억원이다. 올해 미지급 보험금은 3211억원 수준으로 늘어날 것으로 추정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의료계와 시민단체의 반대의 목소리가 커지는 만큼 본회의까지 남은 절차가 순탄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소비자 편익 증대라는 법안의 필요성 측면에선 의료계도 법안의 필요성에 공감하는 만큼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임성원기자 sone@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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