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시다 일본 총리, ‘연임 준비용’ 개각 단행… “라이벌 단속·파벌 배려”

최진주 2023. 9. 13. 1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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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조한 지지율로 고전 중인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13일 큰 폭의 개각을 단행하며 이미지 쇄신을 꾀하고 나섰다.

그러나 실상은 집권 자민당 내 영향력이 센 파벌을 배려하고 '포스트 기시다'로 불리는 라이벌을 관리하려는 의도가 두드러졌다.

기시다 총리는 이날 오전 자민당 간부 인사를 단행하고, 오후엔 각료 19명 중 3분의 2인 13명을 교체하는 개각을 실시했다.

기시다 총리와 내년 9월 총재 선거에서 다툴 가능성이 있는 라이벌은 모두 유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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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무장관 등 여성 장관 5명 임명
아베파·아소파 주요 인사들 연임
기시다 후미오(가운데) 일본 총리가 13일 오전 도쿄에서 열린 임시 각료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이날 각의에서 기시다 총리는 오후 개각을 앞두고 교체 대상 각료들의 사표를 받았다. 이날 오후 마쓰노 히로카즈 관방장관이 새로 임명된 각료 명단을 발표했다. 도쿄=AFP 연합뉴스

저조한 지지율로 고전 중인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13일 큰 폭의 개각을 단행하며 이미지 쇄신을 꾀하고 나섰다. 그러나 실상은 집권 자민당 내 영향력이 센 파벌을 배려하고 ‘포스트 기시다’로 불리는 라이벌을 관리하려는 의도가 두드러졌다. 1년 후 자민당 총재 선거에서 연임하기 위한 기반을 다지는 인사였다는 평가가 나온다. 의원내각제인 일본은 여당 총재가 총리를 맡게 되므로, 연임을 위해선 총재 선거가 가장 중요하다.

기시다 총리는 이날 오전 자민당 간부 인사를 단행하고, 오후엔 각료 19명 중 3분의 2인 13명을 교체하는 개각을 실시했다. 기하라 미노루 방위장관과 다케미 게이조 후생노동장관 등 11명이 처음 입각했다. 특히 외무장관에 기시다파 소속 가미카와 요코 전 법무장관이 임명되는 등 총 5명의 여성 각료가 임명된 것이 눈에 띈다. 2001년 4월 고이즈미 준이치로 내각, 2014년 9월 아베 신조 내각과 함께 역대 최다 인원이다. 30%대의 지지율에 그치는 기시다 내각이 “쇄신을 강조하기 위해” 여성 각료 수를 늘렸다고 아사히신문은 분석했다.

13일 개각으로 일본 외무장관에 임명된 가미카와 요코 전 법무장관이 이날 도쿄 관저로 들어오고 있다. 도쿄=로이터 연합뉴스

총재 선거 대비용 인사

하지만 주요 부처 장관과 자민당 핵심 간부 중 아베파와 아소파 인사들은 상당수가 유임됐다. 최대 파벌인 아베파에 속한 마쓰노 히로카즈 관방장관, 니시무라 야스토시 경제산업장관, 하기우다 고이치 자민당 정조회장, 다카기 쓰요시 자민당 국회대책위원장은 자리를 지켰다. 이들은 모두 집단지도체제를 운영 중인 아베파의 유력자 ‘5인방’에 속해 있다. 내년 총재 선거에서 최대 표를 가진 아베파가 기시다 총리를 지지하도록 유임시킨 것으로 보인다. 아베파 다음으로 의원 수가 많은 아소파도 아소 다로 자민당 부총재, 스즈키 슌이치 재무장관이 유임됐다. 각료도 아베파와 동수인 4명을 배출하는 등 배려를 받았다.

기시다 총리와 내년 9월 총재 선거에서 다툴 가능성이 있는 라이벌은 모두 유임됐다. 모테기 도시미쓰 자민당 간사장, 고노 다로 디지털담당장관, 다카이치 사나에 경제안보담당장관 등 ‘포스트 기시다’로 불리는 인사들이다. 만약 자리를 빼앗기면 밖에서 ‘반(反)기시다’ 기치를 올리고 총재 선거에 도전할 가능성이 있으니 내부에 두고 관리하는 방침을 택한 것이다. 특히 호시탐탐 총리 자리를 노리는 모테기 간사장은 일단 유임시키되, 같은 모테기파 소속 라이벌인 오부치 유코 전 경제산업장관을 자민당 선거대책위원장에 임명함으로써 견제했다. 오부치 게이조 전 일본 총리의 딸인 그는 일한의원연맹 부회장도 맡고 있다.

(관련기사: '포스트 기시다' 행보 나선 일본 자민당 간사장... 라이벌 밀어주는 기시다 https://www.hankookilbo.com/News/Read/A2023050411160000972)

지난 3월 17일 일본을 방문한 윤석열(왼쪽) 대통령이 도쿄 한 호텔에서 오부치 게이조 전 총리의 딸인 일한의원연맹 오부치 유코 부회장과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도쿄=서재훈 기자

지지율 반등 이끌기에는 역부족

다만 “총재 선거를 위한 포석”이라는 일본 언론 다수의 평가에도 불구, 이번 인사가 기시다 내각 지지율 반등을 이끌어내기엔 역부족일 것으로 보인다. 새로 임명된 각료에게서 문제점이 발견될 경우, 다음 달 시작될 정기국회에서 야당의 공세에 시달릴 수 있다. 지난해 8월 개각 당시 임명된 각료의 통일교 연루 사실 등이 잇따라 폭로되며, 연말까지 4명이 줄사퇴하는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오부치 신임 선대위원장도 2014년 10월 정치자금규정법 위반 문제가 발각돼 경제산업장관을 사임했던 경력이 있는데, 그는 이날 취임 기자회견에서 재차 사과했다. 당시 그의 비서가 증거가 들어 있는 하드디스크를 드릴로 파괴한 탓에 ‘드릴 유코’라는 별명이 붙기까지 했다.

도쿄= 최진주 특파원 parisco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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