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빙’ 김성균,“하수구 액션신, 그 많은 양의 물을 따뜻하게 데워놓았다”(인터뷰)

2023. 9. 13.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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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훈아~” 하고 아들을 부르는 것만으로도 재만 캐릭터는 빛났다

[헤럴드경제 = 서병기 선임기자]꾸준히 다양한 작품에서 필모그래피를 채워나가고 있는 배우 김성균(43)이 디즈니+ 오리지널 시리즈 ‘무빙’에서도 좋은 연기를 선보였다.

‘무빙’은 강풀 작가의 웹툰이 원작으로, 초능력을 숨긴 채 현재를 살아가는 아이들과, 과거의 아픈 비밀을 숨긴 채 살아온 부모들이 거대한 위험에 함께 맞서는 초능력 휴먼 액션 시리즈다. 공개후 큰 반응이 나오고 있는데, 오랜만에 넷플릭스가 아닌 OTT에서 성공한 콘텐츠라는 점에서도 주목받고 있다.

여기서 김성균은 어수룩한 사람이지만 항상 같은 자리에 앉아 아들 강훈(김도훈)만을 기다리는 짙은 부성애를 가진 이재만을 잘 그려냈다.

“‘무빙’의 반응을 봤더니, 무서울 정도로 피드백이 되고 있더라. 이렇게 언급이 많이 될지 몰랐다. 인터넷 세상은 뜨겁더라. 이재만 캐릭터가 오픈 되니까 병원에서 내 주사 맞는 차례가 온 것 같은 기분이었다. 강풀 형에게 ‘큰일났다’고 했다. 드라마가 상한가를 치고 있는데...”

김성균은 이렇게 말하고 웃었지만, 자신의 차례가 오자 기다린 사람처럼 실력을 발휘해 시청자의 눈길을 붙잡았다. 재만 캐릭터의 표현뿐만 아니라 하수구 격투신까지 잘 만들어 찡하게 만들었다.

재만 캐릭터에 대해 김성균은 “어딘가 어수룩한 인물이이지만 내 식구에 대한 공격이 들어오면 괴력을 발휘하는 가족 사랑을 보인다. 진심으로 아들을 대한다”면서 “가족을 위해 헷가닥 하는 순간에는 혹시 악인으로 보일까봐 걱정을 했다. 사악함으로 인한 폭력성이 아닌 것으로 보였으면 했다”고 설명했다.

이재만은 청계천에서 아내와 노점상을 하는 선량한 시민이다. 2003년 청계천 복원 사업으로 인해 노점상의 생존권이 위협받게 되자, 아내는 청계천 복원반대 시위에 나서 연행된다. 이 장면을 본 재만이 아들 강훈을 지키라는 아내의 말을 들을 수 없다. 그러다 이재만의 명장면이 된 지하 하수구 액션신이 만들어졌다. 재만을 잡으러 온 주원(류승룡)과 이재만이 물이 흐르는 하수구에서 혈투를 벌이는 장면이다.

“하수구신은 4일간 찍었다. 한컷한컷 시간이 많이 걸렸다. 액션이지만 감성적으로 들여다봤다. 정서적인 관통이라는 관점에서 보신 분들도 있었다. 나는 류승룡 선배를 믿고 연기했다. 선배는 베테랑이고, ‘무빙’에서 몇개월을 구르다 저를 만났다. 선배님이 리더 역할을 많이 해주셨다. 선배님이 이제 젖자고 했다. 지하수로에서의 장면으로 구현이 잘된 것 같았다. 제작진이 그 많은 양의 물을 따뜻하게 데워주었다. 온수풀이어서 또 한번 놀랐다. 물이 조금 더 맑았다면... 그러면 청계천 물이 아니잖아. 촬영하면서 내가 큰 곳에 들어와 있구나 하는 걸 느꼈다.”

하수구 결투신은 재만과 주원간에 이뤄지지만, 나중에는 잡는 사람과 잡히는 사람의 구분이 무의미해진다. 서로 수갑으로 연결돼 공감하는 순간에 감동의 물결이 밀려온다. 마지막에 주원은 재만에게 “반갑다 괴물아. 나도 괴물이거든. 집에 가자. 니 아들 기다리잖아”라고 말한다.

“하수구 결투신도 부성애에서 감성이 살아난다. 재만 아들로 나온 강훈 역을 맡은 도훈이라는 아이가 연기를 너무 잘해, 감동 포인트가 나왔다고 본다. 나는 분량도 그리 많지 않다. 어린 강훈이 아빠에게 용기내라고 말하고 지나가는 짧은 장면만으로 울컥했다. 나는 가게앞에 덩그러니 앉아 강훈을 기다린다. 어린 강훈은 늘 나에게 안부문자를 보내주었다. (박)보경 씨와 찍고나면 ‘엄마와 찍었어요’라고 사진과 문자를 보내준다. 한 신을 찍고나면 몇 달 후 만나는 경우도 있다. 그 사이 강훈이 문자 등으로 이미지를 보내줘 나도 캐릭터 감정을 유지할 수 있었다.”

김성균은 재만 캐릭터를 소화하기 위해 캐릭터에 많은 이야기를 부여하지 않는 게 좋겠다고 제작진에 전했다. 재만을 너무 자세히 보여주면 허점이 나오기 마련이다. 오히려 대사가 없는 게 좋았다고 했다. “강훈아~” 하고 아들을 부르는 것만으로도 재만 캐릭터는 빛났다.

김성균은 강풀 작품이 세번째다. 강풀의 순정만화로 연극에 출연한 적도 있고, 영화 이웃사람’ 이후 11년 만에 강풀 작품에 출연했다.

“강풀 형이 아들바보라 소개해, 나도 아이를 키우는 아빠라 관심이 갔다. 외계인, 초능력자가 나오는 작품들을 워낙 좋아하는데, 재만도 괴력과 함께 가족을 위한 마음을 지니고 있다고 해서 하게됐다. 강풀 형은 일상에서 나온 캐릭터를 잘 만들어 대중이 간지러워 하는 부분을 잘 긁어준다. 아기자기함과 과감함이 교차하는, 그 대비가 극명하다. 웹툰 작가라기 보다는 이야기꾼 같다.”

벌써 3번째 작품을 강풀 작가과 함께 하다보니 스타일과 호흡을 잘 알고 있었다. 재만 캐릭터는 부성애와 함께 액션, 이 두 가지를 능수능란하게 표현해야 했다.

“허공 연기를 실제 할 때에는 발판에 올라가 있다가 깡충 하고 착지 하는데, 이때 수십 미터에서 온 것처럼 액션을 취한다. 그것을 찍고나면 외롭고 현타가 온다. 그 부끄러움을 나도 경험해보면서 자부심도 생긴다. 할리웃 배우나 할 수 있는 시스템인데, 우리도 공감할 수 있다. 기회가 되면 또 다른 능력을 해보고 싶다.”

김성균은 다른 배우들의 장면들을 놀라면서 봤다고 했다. “정말 저렇게 찍었다고?” 하는 감정으로 시청했다.

“내가 이 사람들과 같은 작품을 찍었는 게 맞나 하는 생각을 하니, 마음이 조여왔다. (한)효주는 엄마가 아닌데 그 정서를 어떻게 표현했지? 초반을 끌고온 (류)승범 형의 신들린 연기, (조)인성이 너무 잘 해주었고. 나는 출연을 잊고 관객 마음으로 봤다.”

김성균은 요즘 사람들이 20부작을 1.0 배속으로 볼까 하고 걱정했다. “10분짜리 동영상도 배속으로 보는 시대다. 20부작을 정성 들여서 봐줄까. 그런데 웬걸. 너무 좋아하면서 기다리더라. 진득히 보는 능력이 없어지지 않았더라.”

김성균은 중학생과 초등학생 등 두 아이와 경기도 양평에서 살고있다. 아이들은 아빠의 연기를 보고 무슨 이야기를 했을까?

“우리 애들은 형과 누나 나오는 학교 이야기에 열광한다. 액션도 좋아하고. (장희수로 나오는) 고윤정이 이뻐서 그런 거겠지. 아빠 연기에는 코멘트가 별로 없다. 진짜 가족이 되어가는 거라고 본다.”

‘무빙’의 서사는 자식을 위해서라면 괴물이 될 수 있다는 게 큰 줄기다. 이런 상황들을 연결해 거대한 히어로물을 만들었다. 동시에 부모세대와 자식세대 정서를 이어주는 역할을 한다.

“할리웃 영화가 종말 상태, 내면적 고뇌속에 지구를 지키는 거창한 스토리라면 ‘무빙’은 생존을 위해, 내 가족과 자신을 지키는 이야기다.”

김성균이 2012년 영화 ‘범죄와의 전쟁’에서 조폭 두목 하정우의 오른팔로 장발 머리를 한 박창우 역할을 하는 걸 보면서 무서웠다. 같은 해 찍은 ‘이웃사람’도 싸이코패스 역할이었다. 하지만 실제로 만나보니 약간 말이 많은 아저씨과(科)였다.

그는 많은 작품에 출연하며 다양한 캐릭터를 소화하고 있다. 그만큼 유연성이 뛰어나다는 뜻이다. 최근에도 ‘D.P.’시즌2, ‘신성한 이혼’, ‘약한 영웅’ 등 시리즈물과, ‘타겟’, ‘싱크홀’, ‘한산’ 등 영화에서 다양한 캐릭터를 소화했다.

“다양한 역할을 맡을 수 있게 제안해주신 것 자체가 감사하다. ‘범죄와의 전쟁’, ‘이웃사람’을 찍고 이듬해 ‘응답하라 1994’(2013년)에 나왔을때 사람들이 날 받아주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제 착각이었다. 다 받아주더라. 나만 신경 안쓰고, 맡겨진 역할에 충실해야겠다고 생각했다.”

‘D.P.’시즌2에서 중사 입장에서 군대내 사건사고에 대해 국가에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박범구를 연기한 것도 매력적이었다고 하자 “박범구 중사는 참어른이다. 부끄러움을 가지고 연기했다”고 진지한 답변을 내놨다.

김성균은 ‘무빙’은 세계관과 확장성이 무궁무진한 것 같다면서 시즌2는 제작진의 의지에 달린 것 아니냐고 했다. 요즘은 집에서 자신이 출연한 작품을 매주 하나씩 보는 맛이 있다고 했다. 그는 tvN 예능 ‘형따라 마야로: 아홉개의 열쇠’도 출연하고 있는데, 현장 진정성은 드라마나 예능 모두 똑같다면서 기회가 되면 예능도 하고싶다고 했다.

“대중과 만날 수 있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내가 하는 일이 이런 일이구나. 많은 사람에게 비쳐지고 피드백을 받고, 기운을 느끼면서 좋은 시간도 보낸다. 고마운 일이다. ‘무빙’도 후반에 올수록 감동이 있으니 시청자분들도 많이 봐주시길 바란다.”

wp@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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