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죽어나가는 학교 [박미랑의 범죄 속으로]

2023. 9. 13.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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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범죄는 왜 발생하는가. 그는 왜 범죄자가 되었을까. 범죄를 막으려면 무엇을 해야 하는가. 우리 곁에 존재하는 범죄의 세상 속으로 들어가 본다.
대전의 초등학교 교사가 극단적인 선택으로 숨진 가운데 8일 재직했던 대전 유성구에 위치한 초등학교 정문에 고인을 추모하는 근조화환이 놓여 있다. 뉴스1

학교가 심상치 않다. 학교에 침입한 외부인에게 교사가 습격을 당하는가 하면, 스스로 목숨을 끊은 교사의 소식도 연이어 보도됐다. 사람이 계속 다치고 죽어 나가는 이곳, 무엇이 문제일까?

일단, 쉽게 추측할 수 있는 사실은 현재 학교에서 행복하지 않은 구성원들이 많다는 것이다. 학교의 수장은 교육부의 압박 속에서 생존을 위해 몸을 사리고, 선생님은 학생 지도, 과도한 업무, 그리고 학부모의 끝나지 않는 민원의 하수구가 됐다. 학교 노동자들은 과도한 노동에 착취당하며 학생들은 학업에 대한 압박과 다양한 폭력에 좌절감을 느낀다. 누군가의 임계치는 이미 안타까운 형태로 표현됐고, 명예로 인내하고 억눌렀던 선생님들의 인내도 한계에 다다른 듯하다.

자살이라는 행위는 개인적인 선택으로 보이지만 프랑스의 사회학자이자 교육자인 에밀 뒤르켐은 개인적 행위 결과로 보지 않았다. 그는 자살을 △이기적 자살 △아노미적 자살 △이타적 자살 그리고 △숙명론적 자살로 구분하여 설명하지만 결국 잃을 것이 없을수록, 목표 앞에 좌절이 커질수록, 그리고 희망보다 절망이 큰 사회일수록 자살은 증가한다고 봤다. 자살은 사회가 낳은 타살인 것이다. 즉 정치적이고 사회적인 범죄다. 정치와 사회는 이 범죄에 책임이 있고, 해결 의무를 갖는다.

그런데 죽은 교사가 학부모의 민원에 시달렸다고 하니, 교사가 민원인을 직접 대면하지 않도록 하는 제도를 만든다고 한다. 교사가 학생에게 폭력을 당했다고 하니, 학생 인권조례를 폐지하겠다고 한다. 이런 일차원적 해결 방식은 과거 학생들이 내몰린 죽음 앞에서도 똑같이 경험하지 않았던가? 학생은 행복해지지 않았고 구성원들은 수많은 제도 속에 매몰돼 버렸다.

왜 개선방안이 마련돼도 구성원은 행복하지 않은 것일까? 우리의 학교가 공존하는 수많은 독립된 가치들을 두고 매우 작은 규모의 제로섬 게임을 하는 모습에서도 그 원인을 찾고 싶다. 학생의 인권을 키웠기에 교사의 인권이 작아진 것이 아니다. 나의 권리가 중요하면 남의 권리도 중요한 것이지, 나의 권리가 확장되기 위해 누군가의 권리를 축소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학교에서는 공존하며 확장되고 성숙해야 할 가치들이 여전히 많다. 그러나 확장과 성숙이 아닌 잘라 붙여 달래기 식으로 제도를 운영하고 있는 것은 문제다.

교사의 죽음을 두고 슬퍼하는 국민들 앞에 다급해진 정부가 당장 그럴듯한 제도를 제시할 수 있다는 착각은 버려야 한다. 안타깝게도 우리의 관료제는 그런 능력이 없다. 학교에 공존해야 하는 수많은 가치를 차분히 열거해 보자. 학업성취 이외에도 안전, 인권, 자유, 행복 등 우리가 학교에서 배우고 사회에서 실천해야 할 가치는 정말 많다. 학교라는 나무는 이 모든 뿌리를 필요로 한다. 하나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다른 뿌리를 절단하는 함정에 빠지지 않기를 바란다. 그 함정에 빠진 학교는 누군가의 또 다른 죽음을 절대 막지 못한다.

사람이 죽어나가는 학교가 있다. 한여름용 추리소설 제목이 아니다. 학교에서 모든 구성원이 행복할 수는 없지만 죽음의 공포보다 절망이 더 큰 학교는 사회적 타살이라는 범죄 현장이 된다. 이곳은 어떻게 달라져야 할까? 학교는 교사의 죽음만이 아니라 고통을 호소하며 죽어갔던 학생들의 피해, 노동자 착취가 낳은 죽음, 그리고 범죄자의 침입도 기억해야 한다. 그리고 그 공포의 공간으로 등교하고, 출근하는 내일을 사는 이들의 두려운 마음을 헤아릴 수 있어야 할 것이다. 안전을 넘어 안심할 수 있는 학교이길 바란다. 모두가 안심할 수 있는 공간이 되기 위하여 종합적이고도 본질적인 제도 마련이 필요함을 간절한 마음으로 전하고 싶다.

박미랑 한남대 경찰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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