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러 협력 새 국면…무기거래에 경제협력까지 합의봤나

남빛나라 기자 2023. 9. 13. 18: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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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첨단기술 이전 합의 가능성
식량지원·노동자 파견 등 포괄적 논의한 듯
한러관계 우려…외교적 부담 커져
[보스토치니=AP/뉴시스] 김정은(왼쪽) 북한 국무위원장이 13일(현지시각) 러시아 아무르주 보스토치니 우주기지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회담하면서 악수하고 있다. 2023.09.13.


[서울=뉴시스] 남빛나라 기자 = 13일 열린 북한과 러시아 간 정상회담에선 군사협력뿐 아니라 식량, 북한 노동자 파견 등 경제 문제까지 포괄적으로 논의됐을 것으로 예상된다. 북러 관계가 소련 해체 이후 새로운 영역으로 진입하며 한 차원 격상됨에 따라 동북아 안보 지형이 격랑에 빠질 수 있다.

논의 내용 큰 틀에서만 공개…"전략적 모호성"

이날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러시아 극동 아무르주 보스토치니 우주기지에서 4년5개월 만에 정상회담을 열었다. 두 정상은 약 1시간30분에 걸친 확대회담에 이어 통역만 배석한 일대일 단독 회담을 30분 가량 진행했다.

전례대로 공동성명이나 합의문 형태의 결과문서는 나오지 않았다.

차두현 아산정책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군사협력 논의와 위성 개발을 돕겠단 것 외에 나머지 영역에선 전략적 모호성을 택했다고 보인다"며 "빅 딜(큰 거래)이 있을 수 있단 여지를 일부러 노출한 것"이라고 밝혔다.

더 위험한 거래가 있기 전에 북러가 원하는 것을 내놓으란 메시지를 보냈다는 분석이다.

공개 발언에서 북러 정상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정당성을 주장하며 반미 연대 전선을 굳혔다.

김 위원장은 우크라이나 전쟁을 일으킨 러시아에 대한 지지 의사를 밝히고 "이번 회담이 양국 관계를 새로운 단계로 격상시킬 것으로 확신한다"고 말했다. 또 미국을 겨냥해 "제국주의에 맞서 싸우는 데 함께 할 것"이라고 말했다.

푸틴 대통령은 우주기지 입장 전 기자들 질문에 답할 때 북한과 우주·군사 분야에서 협력하겠다고 밝혔다.

북한의 인공위성 개발을 도울 것인지 묻자 그는 "그래서 우리가 이곳에 온 것"이라며 "김 위원장은 로켓 기술에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답했다. 군사기술 문제도 논의할 것이냔 질문엔 "모든 문제에 대해 천천히 이야기하겠다"고 말했다.

북한이 포탄과 미사일 등을 제공하고 러시아가 핵·미사일 관련 첨단기술을 넘기는 거래에 대한 최종 합의가 이뤄졌을 가능성이 있다고 예상되는 대목이다.

북한이 러시아 기술 지원을 필요로 하는 ▲군사정찰위성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대기권 재진입 ▲핵추진잠수함 분야에서 기술 이전에 대한 의견일치가 이뤄졌을지가 핵심이다.

이날 정상회담은 예상을 뒤엎고 러시아 연해주 블라디보스토크가 아닌 아무르주 보스토치니 우주기지에서 열렸다. 군사협력이 주요 의제란 분석을 뒷받침 하듯 러시아가 2012년부터 건설 중인 첨단 우주기지를 회담 장소로 삼았다.

북한이 5월과 8월 잇따라 군사정찰위성 발사에 실패해 러시아로부터 관련 기술 전수를 원한다는 점에서 더욱 상징성이 있다.

정찰위성은 북한의 감시·정찰 역량 강화를 넘어, 핵탄두를 보유한 북한의 ICBM 기술을 진전시킬 수 있단 의미를 가진다.

우주발사체와 ICBM에 사용하는 기술은 사실상 동일하다. 추진체에 위성을 실으면 인공위성발사체 즉 우주발사체고, 탄두를 탑재하면 ICBM이다. 로켓 엔진 추진력으로 비행하는 점은 같지만 우주발사체는 목표 궤도에 진입 후 인공위성을 분리시키는 반면, ICBM은 탄도 비행을 하다가 낙하해 목표물을 타격한다.

이로 인해 국제사회는 북한이 위성을 쏘는 척하면서 ICBM 시험발사를 하고 있다고 의심해왔다.
[보스토치니=AP/뉴시스] 김정은(오른쪽 두 번째) 북한 국무위원장이 13일(현지시각) 러시아 극동 아무르주 보스토치니 우주기지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로켓 조립 격납고를 둘러보며 얘기하고 있다. 푸틴 대통령은 북한의 인공위성 개발을 돕겠다고 밝혔다. 2023.09.13.

경제협력 확대 전망…안보리 제재도 무시할 듯

이번 정상회담은 양국 경제협력을 확대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 이 과정에서 러시아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가 만든 대북 제재 시스템을 무력화할 태세다.

확대회담에는 러시아아의 외무장관, 국방장관을 비롯해 산업·교통·천연자원부 장관 등이 배석했다.

김 위원장 수행단엔 군수·국방과학 분야 책임자가 총출동했을 뿐 아니라 건설을 담당하는 박훈 내각 부총리와 경제 전문가인 오수용 노동당 경제부장이 포함됐다.

북한은 외화벌이 수단인 노동자 파견과 식량·유류 지원이 절실한 상황이다.

2020년 코로나19 확산을 막고자 국경을 봉쇄한 이후 북한 식량난은 더 심해졌다고 알려졌다. 국가정보원은 올해 1~7월 북한 아사자가 예년에 비해 두배 이상 늘었다고 보고한 바 있다.

북한 노동자 고용과 일정량을 초과한 유류 공급은 모두 안보리 대북 제재 결의 위반이다. 안보리 결의는 북한의 정제유 수입 한도를 연간 50만배럴, 원유 수입 상한선은 400만배럴로 정했다.

북러 간 밀착을 과시하듯 러시아는 최근 대북 정제유 공급량을 대폭 늘렸다. 안보리 대북제재위에 따르면 러시아의 7월 대북 정제유 수출량은 전달의 5배 가까이 급증했다. 러시아는 지난해 12월 대북 정제유 수출을 재개했다.

북러 철도 라인을 정비하는 문제도 논의 테이블에 올랐을 수 있다.

안드레이 루덴코 러시아 외무부 차관은 김 위원장 방러 기간 러시아 하산과 북한 함경북도 나진 간 철도를 연결하는 사업이 논의될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는다고 했다. 이 구간은 2001년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푸틴 대통령의 '모스크바 선언'에 기초해 2008년부터 개·보수 공사를 거쳐 2013년 개통했다.

북러 관계가 국제사회 비난 여론을 의식하지 않고 군사, 경제 등 광범위한 분야에서 초밀착하는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든 데 따라 한러관계가 시험대에 올랐단 우려가 나온다.

김동엽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신냉전, 과거 양극화와 비슷한 진영화가 이뤄지는 속에서 북러가 새롭게 안보협력 관계를 격상시켜나가고 있다"며 "북한의 적은 러시아의 적이고 러시아의 적은 북한의 적이란 프레임이 형성되면 한러관계가 무너질 수 있다"고 밝혔다.

☞공감언론 뉴시스 south@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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