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찍지마" 유인촌 "김건희 20년지기" 김행… 개각에 야당 분노
신원식 국방부, 유인촌 문체부, 김행 여가부 장관 지명
야당 "구한말 개각" 국민의힘 "적재적소 인사 이행"
[미디어오늘 조현호, 노지민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국방부 문화체육관광부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에 각각 신원식 국민의힘 의원, 유인촌 문화체육관광특보(전 문체부 장관), 김행 전 국민의힘 비대위원을 지명하자 야당이 거세게 반발했다. 당장 올드보이의 귀환, 후안무치한 재탕, 쇄신이 아닌 '강경 전사'들만 배치했다는 비판이 나왔다.
윤석열 대통령은 13일 국방부 장관 후보자에 신원식(1958년생) 의원을, 문화체육관광부장관 후보자에 유인촌(1951년생) 특보를, 여성가족부장관 후보자에 김행(1959년생) 전 비대위원을 지명했다.
이에 현 이종섭 국방부 장관의 경우 해병대 채수근 상병 사망사건 수사외압의 핵심 인물로 더불어민주당이 탄핵소추안을 추진하고 있는 상황에서 개각으로 교체하는 것은 꼬리자르기라는 비판이 나온다. 잼버리 사태 등의 책임과 관련해 김현숙 여가부장관 후임으로 지명된 김행 전 비대위원은 김건희 여사와 친분이 인사에 영향을 미친 것 아니냐는 의심이 있다.
이에 반해 박보균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의 경우 특별한 교체요인이 있었던 것은 아니라는 점에서 교체 배경에 관심을 끈다. 후임 장관 후보자로 지명된 유인촌 특보는 과거 사진기자들에게 '찍지마 XX, 성질 뻗쳐서' 등 막말을 퍼붓는 장면이 두고두고 기록에 남아있고, 과거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시절 문화계 블랙리스트에 관여했다는 의혹 등 부정적 평가를 받는 인물이다.
권칠승 더불어민주당 수석대변인은 이날 오후 국회 소통관 기자회견장 브리핑에서 이번 2차 개각을 두고 “대통령으로 향하는 의혹을 잘라내기 위한 꼬리 자르기 개각”이라며 “이념전사들을 보강해 불통정부를 더욱 강화하겠다는 오기 인사”라고 비판했다. 권 수석대변인은 “국방부 장관을 부대원 사인 조작·은폐 의혹을 받는 신원식 의원으로 바꾸는 것이 윤석열 대통령의 답이냐”며 “이런 몰염치한 개각으로 '꼬리 자르기'와 '의혹 은폐'에 성공할 것으로 여긴다면 큰 오산이다. 도망갈 곳은 있어도 숨을 곳은 없다. 특검을 수용하라”고 촉구했다.
권 수석대변인은 유인촌 문체부장관 후보자를 두고 “과거 막말과 문화예술계 인사 탄압을 자행한 장본인으로서 후안무치한 재탕후보의 전형”이라며 “정부가 정상이냐”고 반문했다. 그는 김행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를 두고는 “김건희 여사와 20년 지기로 사실상 여성가족정책을 김건희 여사에게 넘기겠다는 말로 들린다”며 “대통령을 뽑았지 대통령 부인을 뽑았느냐”고 되물었다. 그는 “내각을 쇄신하라고 했더니 더 문제 있는 인사들만 끌어 모았다”며 “장관들에게 전사가 되라고 했다더니 전사내각을 만들려는 것이냐”고 비판했다.
박성준 민주당 대변인은 미디어오늘에 보낸 SNS 메신저를 통해 “구한말 개각”이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이정미 정의당 대표는 이날 오후 SNS 메시지로 “여우가 떠난 자리에 호랑이 온다더니, 그야말로 국민 울화 돋구자고 작정한 인사”라며 “국민 갈라치기와 입법부와의 일대 전쟁 불사를 국정운영 기조로 잡은 것이냐”고 반문했다. 신원식 후보자에 이 대표는 “홍범도 장군 깎아내리기, 잼버리 조기 퇴소자 청소년들을 '반국가세력'으로 낙인찍기, 북한 무인기 침투에 야당 의원 간첩으로 몰아가기, 의정활동 하나하나가 망언 제조기 그 자체인 사람”이라며 “현역 군인 시절에도 부대원의 박격포 오발 사망사고를 축소 은폐했다는 정황이 드러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행 후보자를 향해서는 “박근혜 정부 시절 대통령비서실 대변인이었던 김 후보자는 여성, 가족 문제 관련한 아무런 전문지식이 없던 인사로, 김현숙 장관 뺨치는 무능함은 뻔히 예상되고 남는다”고 썼다. 유인촌 전 장관에 대해선 “이번 개각 참사의 정점”이라며 “공석에서조차 언론인들을 향해 폭언 욕설을 일삼고, 국정원과 함께 '좌파 연예인 대응 TF'를 구성해 블랙리스트를 만들어 진보적인 문화예술인들을 퇴출 시도했다는 혐의를 받는 자타공인 언론·문화 탄압의 상징”이라고 비판했다. 이 대표는 “국민이 생각할 자유, 판단할 자유를 꺾으려 드는 내각은 절대 용납할 수 없다”며 “국회 문턱도, 국민 동의도 넘어서지 못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희서 정의당 수석대변인도 이날 오후 국회 소통관 기자회견장 브리핑에서 “문책과 쇄신이 필요한 자리에 쇄신의 의지를 보이기는커녕 더 강경한 폭주를 예고했다”며 “민심을 외면한 오만한 인사이자, 대놓고 국민과도 싸우겠다는 독선적 폭주 선언”이라고 평가했다.
손솔 진보당 대변인도 이날 오후 국회 소통관 기자회견장에서 “찍지마 유인촌의 귀환, 인사 참사”라며 자신이 '사진 찍지마 ××! 성질 뻗쳐서 정말'이라는 유 후보자의 말을 중학생 때 들었는데, 짤로만 보던 분이 장관 후보자라니 참 황당하고 참담하다고 비판했다. 손 대변인은 경향신문 보도 내용을 들어 “오죽하면 국민의힘에서도 '실화냐', '국민들과 싸우자는 거냐'라는 말이 나오겠느냐”고 말했다.
앞서 진중권 광운대 교수는 12일 저녁 CBS 라디오 <박재홍의 한판승부>에 출연해 유인촌 후보를 두고 “황당하더라. 지금 난지도 가서 또 파요. 거기서 꺼내오는 이런 거다. 냄새 풀풀 풍기면서”라며 “이분이 어떤 분이냐. 기자들 앞에서 '찍지 마, ××'”라고 했던 분이라고 소개했다. 진 교수는 문화계 블랙리스트와 관련해 “그 안에 저도 들어갔죠, 박찬욱, 봉준호 감독도 들어가 있다. 국립현대미술관장을 억지로 막 내쳤던 사람”이라며 “그 짓을 그럼 또 하겠다는 건데. 황당하다. 저도 그 때 당했다. 한예종에 있으면서 당했는데 더럽고 치사하게 나온다. 더럽고 치사하고 저열하고 아주 비열하다”고 성토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적재적소에 배치한 인사라고 평가했다. 유상범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이날 오후 소통관 기자회견장에서 “지난 문(文) 정권에서 국가 시스템 곳곳이 무너진 관계로 이를 신속하게 복구하고 변화를 이끌어가기 위해선 적재적소에 가장 우수한 인재를 배치해야 한다”며 이번 인사를 두고 “윤석열 정부 2년 차에 접어든 이 시점에 우리 사회에서 좀 더 큰 변혁을 속도감 있게 이끌어가야 할 필요성이 있는 부분에 대해 고삐를 당기겠다는 강력한 의지의 표명”이라고 평가했다.
유 수석대변인은 신원식 후보자의 경우 “한미연합사령부에서 근무 경력을 통해 한미 혈맹을 잘 이끌어갈 적임자”라고 했고, 유인촌 후보자에 대해서는 “과거 2008년에도 같은 부 장관을 역임해, 연륜을 바탕으로 K - 컬쳐의 번영에 기여할 인물”이라고 평가했다. 김행 후보자를 두고 유 수석대변인은 “언론인으로서 우리 사회 다양한 면을 직접 살펴본 경험이 있고 한국양성평등교육진흥원의 원장직도 수행하며 관련 부문에 대한 이해도가 매우 높은 인사”라고 평가했다.
유상범 수석대변인은 기자회견 후 백브리핑에서 '김행 후보자가 김건희 여사와 친분관계로 이번 인사에 영향을 미쳤다는 해석을 어떻게 보느냐'는 질의에 “누가 그런 발언을 했는지는 모르겠지만, 능력 중심으로 적재적소 배치 인사를 했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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