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인용 보도’까지 손보겠다는 방심위, 언론 탄압 선 넘었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뉴스타파 김만배씨 인터뷰를 인용 보도한 KBS·MBC·SBS·JTBC·YTN 5곳에 대해 제작진 의견진술을 듣기로 12일 의결했다. 여권 우위로 재편된 방심위 방송심의소위가 뉴스프로그램을 진행하는 방송사에 대해 중징계인 ‘법정제재’를 전제로 소명을 듣겠다는 것이다. 방송 독립성과 공정성을 겁박하는 결정이 아닐 수 없다.
지난해 대선을 앞두고 5개 방송사는 부산저축은행 사건 당시 주임검사인 윤석열 대통령이 대출 브로커 조우형씨 수사를 무마했다는 뉴스타파 인터뷰를 인용 보도했다. 검찰이 김씨와의 대화를 녹취한 신학림씨 자택을 압수수색하자, 대통령실·방송통신위·방심위가 일제히 가짜뉴스라고 몰아세웠다. 방심위는 김어준·주진우씨 등이 진행한 라디오 시사프로그램에 법정제재를 의결했다. 국민의힘은 인용 보도 방송사 기자들을 고발한데 이어 시사프로그램 진행자들 고발을 예고했다. 가히 전방위적인 공세다.
문제는 인용 보도까지 손을 보겠다는 월권적 태도다. 한국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주목할 콘텐츠가 보도되면 언론사는 스스로 정한 기준에 따라 추가·반론 취재를 하고 인용 여부를 결정한다. 그런데 인용 보도 자체를 문제 삼는 것은 극히 이례적이고, 권력 감시나 중대 사안 보도를 통제하겠다는 발상과 다름없다. 전직 위원장을 쫓아내고 군사작전하듯 여당추천 위원들이 점령한 방통위·방심위가 민감한 정치 보도 사안을 놓고 이렇게 급속히 편파적으로 제재하겠다고 나선 것은 언론에 대한 재갈 물리기가 될 수 있다.
검찰의 허위 인터뷰 의혹 수사는 아직 초기단계다. 어떤 내용이 오보·가짜뉴스인지, 어떤 의도를 갖고 보도했는지는 철저히 수사해 규명할 부분이다. 그 결과도 나오기 전에, 인용 보도를 규제·처벌부터 하겠다면 언론 자유를 훼손하고, 헌법상 표현의 자유를 심각히 침해하는 행위가 된다. 제5공화국 때 입맛대로 완장 차고 특정 사안·표현 보도를 막은 언론지침 부활로도 비칠 수 있다. 방심위는 구시대적인 언론 탄압을 즉각 멈춰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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