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론 의식했나···클린스만 감독, 일정 바꿔 14일 귀국, K리그부터 챙긴다

축구대표팀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이 13일(한국시간) 영국 뉴캐슬의 세인트 제임스 파크에서 열린 사우디아라비아와의 친선 경기를 마치고 인터뷰하고 있다. 대한축구협회 제공

거듭되는 외유, 고쳐지지 않는 재택 근무를 향한 국내 축구 팬들의 쏟아지는 비판이 결국 위르겐 클린스만 한국 남자축구대표팀 감독의 고집을 꺾었다.

대한축구협회는 13일 “클린스만 감독이 오늘 코칭스태프 회의에서 10월 명단 발표전에 K리그 선수들을 먼저 확인하는 업무를 시작하는 것으로 일정을 변경했다”고 밝혔다. 이에 클린스만 감독은 14일 오후 대표팀 선수들과 함께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한국으로 들어올 예정이다.

당초 클린스만 감독은 한국행 비행기에 오르지 않고 현지에 남아 유럽파 선수들을 체크하려 했다. 첫 일정으로 독일 뮌헨으로 넘어가 오는 16일 김민재가 뛰는 바이에른 뮌헨의 홈 레버쿠젠전을 지켜본다는 계획을 세웠다. 이후 유럽파들을 더 체크한 뒤 돌아오려 했다.

하지만 ‘원격 근무’에 대한 국내 여론이 더욱 악화되자 급히 일정을 변경한 것으로 보인다. 애초 클린스만 감독은 당분간 해외에서 ‘원격 근무’를 이어간 뒤 월말쯤 한국으로 돌아올 계획이었는데, 이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빗발치자 일정을 변경한 것으로 보인다.

부임 후 아무런 색깔도, 목적도 없는 전술로 큰 비판을 받았던 클린스만 감독은 13일 사우디아라비아와 평가전에서 1-0 신승을 거두며 한국 대표팀 사령탑 데뷔 6경기 만에 첫 승리를 거뒀다. 다만, 수치상으로는 지배했지만 실제 경기 내용은 상대에게 날카로운 역습도 허용하는 등 아주 좋지는 못했다.

그래도 이날 승리로 클린스만 감독은 분위기 반전의 기회를 어렵게 잡았다. 하지만 또 다시 원격으로 근무하려는 태도를 보이자 국내 여론이 다시 들끓기 시작했다. 일단 클린스만 감독이 자신의 고집을 꺾고 한 발 물러서는 모습이다. 그러나 10월에 열리는 튀니지, 베트남과 평가전에서 또 시원치 않은 경기력을 보인다면, 국내에 상주하겠다는 약속을 지키지 않는 그를 향한 여론은 더 악화될 가능성이 크다. 클린스만 감독은 지난 2월 A대표팀 사령탑으로 선임된 후 단 67일만 한국에 머물렀다.

윤은용 기자 plaimstone@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