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방적 조직개편 이후 SBS A&T 구성원들 "애사심 무너져"
보도영상본부 없앤 일방적 조직개편 후 두 달, 노사 2차 교섭도 결렬
구성원들 "업무수행 지속적 문제 발생" "사측, 수익화 사업 개발 압박"
[미디어오늘 윤유경 기자]
SBS A&T 사측의 일방적 조직개편에 노조가 반대 투쟁을 이어온 지 두 달이 지났지만, 노사는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있다. '효율적 조직'을 위한 개편이라는 사측 주장과는 달리, 현장의 구성원들은 업무 전문성을 고려하지 않은 부서 간 통합·분리로 혼선이 발생하고 있다고 전했다.
전국언론노동조합 SBS본부(노조)는 지난 11일 발간한 노보에서 조직개편 후 15차례의 간담회를 통해 들은 조합원들의 목소리를 전했다. 노조는 지난달 28일부터 이달 4일까지 간담회를 열었고, 120여 명의 조합원들이 참여했다. 간담회에선 조직개편 후 현장 상황 공유와 향후 대응 방법에 대한 논의가 이뤄졌다.
앞서 SBS A&T 사측은 6월30일 보도영상본부를 없애고 방송제작본부를 신설하는 조직개편을 단행했다. 보도영상본부가 사라지면서 단체협약에 명시된 보도영상부문 최고책임자에 대한 중간평가와 긴급평가도 대안 없이 사라졌다. 조직개편은 노조, 구성원들과 어떠한 소통도 없이 이뤄진 후 일방 통보됐다. 노조는 개편 직후부터 반대 투쟁을 지속하고 있지만, 사측은 고유의 인사권이라는 기존 입장을 되풀이하고 있다.
사측은 '효율적이고 미래지향적 조직 구축'이라는 명목으로 개편을 단행했지만, 구성원들은 개편 후 두 달간 중장기적 비전과 전문성이 더욱 결여됐다고 지적했다. 조합원 A씨는 “서로 다른 업무를 하던 부서를 인위적으로 통합하면서 보고체계, 업무수행 과정에 지속적인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며 “팀장 1명이 관리할 수 있는 범위를 넘어섰다. 팀별 업무의 내용과 양, 그에 따른 적정 인원을 다시 파악해 하루빨리 기구개편을 번복해야 한다”고 말했다.
사측이 사장 담화문 등을 통해 약속했던 설명회가 열리지 않고 있어 답답함을 호소하는 목소리도 있었다. 사측은 지난달 1일 1차 교섭자리에서 일방적 조직개편에 반대하는 노조의 설문 결과를 인정하지 않으며 '노조의 선동'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조합원 B씨는 “사측이 기구개편 전부터 미리 준비하고 있었다던 설명회는 두 달 넘게 무소식”이라며 “노조 설문조사 결과를 믿지 못하겠다면, 사측 자체 설문조사라도 진행해서 현장의 목소리를 파악해야 하는 것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조합원 C씨도 “아직도 궁금한 것 투성이다. 책임 있는 사람이 직접 나와서 설명을 좀 해 달라”며 “사장 회의, 본부회의에서 현안이 논의되고 있을 텐데, 구성원들이 느끼는 불안감이 위로 전달되지 않는 게 문제”라고 말했다.
구성원들은 사측이 단기적인 경영성과를 위해 비용절감만을 강조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조합원 D씨는 “사측이 자꾸 수익화 사업을 개발해야 한다고 압박하는데, 기존 업무만으로도 포화상태였다”며 “A&T는 본래 SBS 프로그램 제작을 위해 존재하는 회사 아닌가? 전처럼 프로그램 퀄리티를 높이기 위한 고민을 하고 싶다. 입사할 때 동의했던 제작 업무에 집중하고 싶다”고 말했다.
조합원 E씨는 “당사자 동의 없이 고유 업무를 변경하지 않겠다지만, 거절할 경우 인사평가나 승진, 업무상 불이익이 발생하진 않을까 우려스럽다”라며 “회사가 시니어 직원들을 무능한 사람들로 만들고 있다. 한평생을 바쳐온 회사에 대한 애사심이 무너졌다”고 말했다.
노조는 “조합원들은 이밖에도 두 달 넘게 공정방송 부문 최고책임자 중간평가제, 긴급평가제의 대상이 공백 상태인 것에 대한 불안을 호소했다”며 “사측이 그동안 보여 온 노조 무시 행태가 이어질 경우 단호한 대응이 필요하다는 점도 강조했다”고 했다.
SBS A&T지부는 간담회 내용을 바탕으로 13일 노사 2차 교섭을 진행했다. 1차 교섭에서 노조가 △당사자의 동의없는 업무 변경과 임금삭감, 인력감축이 없을 것 △공정방송 최고책임자 평가를 위한 새로운 평가대상자 선정 △현장 혼선 해소를 위한 노사 협의체 신설 등의 내용이 담긴 특별합의문 작성을 요구했지만 사측은 경영권, 인사권을 침해하는 내용에 대해 응할 생각은 없다는 입장을 고수해 교섭은 결렬됐다. 다만, 사측은 공정방송 최고책임자에 대한 평가제 도입에 대해서는 협의 의사를 밝혔다.
이날 진행된 2차 교섭에서도 노조는 해당 요구안이 담긴 합의문 작성을 주장했지만 노사 간 견해차로 작성에 실패했다. 노사는 3차 교섭을 통해 협상을 이어갈 예정이다. 노조는 7월10일부터 SBS 목동 본사에서 매일 아침, 점심, 저녁시간 피켓투쟁을 지속하고 있다.
홍종수 전국언론노조 SBS A&T 지부장은 13일 미디어오늘에 “3차 교섭에서도 간담회에서 조합원들이 말씀해주신 내용으로 합의문을 최대한 도출해내려 노력할 것”이라며 “이견을 좁히지 못했을 시에는 다른 행동을 해야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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