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성하면서 살겠다" 고개숙인 서준원…징역 3년·집행유예 5년, 재판부는 왜 이같이 판단했을까?
[마이데일리 = 부산 박승환 기자] "반성하면서 살겠다"
부산지법 형사5부(장기석 부장판사)는 13일 부산 연제구 부산지방법원에서 아동·청소년 성 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성 착취물 제작·배포 등) 등 혐의를 받고 있는 서준원의 선고 공판을 열었다. 서준원은 재판부로부터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받았다.
# 3월 23일. 최초 보도 후 방출을 결정한 롯데 자이언츠
지난 3월 23일 KBO리그는 물론 사회적으로 큰 파장을 일으킬 만한 심각한 범죄 소식이 전해졌다. 한 매체가 '서준원이 지난해 말 미성년자 약취·유인 혐의로 입건됐다. 경찰은 서준원을 12월 부산지검에 송치, 부산지검은 여성아동범죄조사부에 사건을 배당하고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며 당시 롯데 자이언츠 소속이던 서준원이 미성년자 성범죄를 저질렀다는 소식을 보도한 것.
서준원은 지난해 8월 SNS를 통해 알게 된 미성년자와 연락을 주고받던 중 피해자에게 신체 사진을 찍어 전송하도록 했고, 피해자가 이를 신고하면서 경찰로부터 수사를 받게 됐다. 경찰의 수사는 이미 지난해 말부터 진행됐던 것. 하지만 당시 롯데 구단은 물론 선수와 가장 가깝게 지내는 가족, 에이전시도 해당 사실을 전혀 인지하지 못했다.
당시 온라인 커뮤니티 사이트에는 서준원의 범죄와 관련된 이야기가 흘러나왔는데, 그때도 서준원은 혐의를 부인, 거짓말을 늘어놓았다. 서준원은 롯데 구단에 개인적인 일로 '사기'를 당해 법원을 오갔다고 둘러댔다. 수사권이 없는 롯데는 진위여부를 확인할 수 없었기 때문에 서준원의 주장을 믿을 수밖에 없었다. 그러던 중 한 언론을 통해 범죄 사실이 수면위로 드러났고, 서준원은 3월 23일 오전 영장실질심사를 받은 사실을 시인했다.
해당 보도가 나온 직후 롯데는 서준원의 방출을 공식 발표했다. 롯데는 "서준원이 미성년자를 대상으로 한 범법행위로 경찰 조사를 받았고 현재 검찰로 이관되었음을 확인하자마자 징계위원회를 개최했다. 구단은 검찰의 기소 여부와 관계없이 최고 수위 징계인 퇴단을 결정했다"고 밝히며 "선수의 관리소홀을 인정하고 앞으로 엄격하게 성인지 교육을 시행하여 엄정한 재발 방지를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전했다.
서준원이 저지른 범죄에 롯데 이강훈 대표이사도 고개를 숙였다. 이강훈 대표는 "최근 구단의 소속 선수가 일으킨 불미스러운 사건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 많은 팬들의 응원을 받는 프로야구선수가 미성년자를 대상으로 한 범법행위는 결코 용납할 수 없는 일"이라며 "프로야구를 사랑해 주시고 선수들을 보며 꿈을 키우는 청소년을 대상으로 일어난 이번 불미스러운 행위는 많은 분들의 마음에 상처를 입혔다"고 고개를 숙였다.
# 3월 27일. '고교 최동원상' 박탈
롯데가 서준원과 '연'을 정리한 뒤 최동원기념사업회도 움직임을 가졌다. 최동원기념사업회는 "전(前) 롯데 자이언츠 투수 서준원의 '제1회 고교 최동원상' 수상을 박탈하기로 결정했다"고 발표, 강진수 사무총장은 "서준원이 저지른 행위가 원체 심각하고, 반인륜적이라 판단해 이사진 및 사업회 관계자 전원이 큰 충격을 받았다. 7명 이사진의 만장일치로 서준원의 1회 고교 최동원상 수상 박탈을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고교 최동원상'은 그해 최고의 활약을 펼친 고교 투수에게 주어지는 상으로 지난 2018년 11월 처음 시상했는데, '고교 최동원상'이 설립된 직후 초대 수상자 두 명 가운데 한 명이 경남고에 재학하고 있던 서준원이었다. 당시 초대 고교 최동원상 수상자인 서준원에겐 300만원의 장학금, 경남고에는 지원금 200만원이 수여되기도 했다.
강진수 사무총장은 "앞으로도 사회적 패륜 범죄와 중범죄를 범한 수상자와 관련해선 고교 최동원상과 최동원상을 가리지 않고, '수상 박탈'과 관련해 이사진 논의를 거칠 것이다. 이사진이 만장일치로 결정할 시 서준원 건처럼 좌고우면하지 않고 '수상 박탈'을 발표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 3월 28일. KBO의 입장 발표
서준원의 범죄 사실이 알려진 후 조심스러운 모습을 보이던 KBO도 입장을 밝혔다. KBO는 KBO 규악 제 152조 제5항에 의거해 서준원에게 참가활동정지 조치했다. 참가활동정지는 처분이 종료될 때까지 일체의 구단 활동(훈련, 경기)에 참가할 수 없는데, KBO는 "사법기관의 판단에 따라 사실관계가 확정되면, 상벌위원회를 개최하고 참가활동정지 처분 해지 여부 및 최종 제재에 대해 심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 8월 23일. 검찰의 6년 구형
서준원은 지난 5월 31일 첫 공판에서는 범행 사실은 인정하지만, 피해자가 미성년자라는 것을 인지하지 못했다는 주장을 펼쳤다. 하지만 거짓말을 오래가지 못했다. 서준원 측은 지난 6월 14일 열린 공판에서는 기존의 입장을 번복, 미성년자라는 것도 인지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시인했다. 그리고 조사 결과 미성년자라는 것을 알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60차례에 걸쳐 성적인 내용의 메시지를 보냈고, 신체 사진을 무려 7차례나 받아 성 착취물을 제작했다.
이에 검찰은 서준원이 초범이지만 성 착취물을 제작했고, 미성년자라는 것을 몰랐다고 거짓말을 한 것 등을 언급, 반성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는다며 6년을 구형했다. 이에 변호사는 합의를 한 점과 추가 범행으로 이어지지 않았다는 점을 근거로 선처를 호소했다. 서준원은 "구단 내에서 엄격한 생활 통제와 육아로 쌓인 스트레스를 삐뚤어진 방법으로 풀려고 했던 것이 부끄럽고 후회된다. 피해자에게 정말 죄송하다"고 고개를 숙였다.
# 9월 13일. 법원의 선고공판
당초 서준원은 죄질이 무거웠던 탓에 실형이 유력해 보였다. 하지만 이날 재판부는 서준원에게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했다. 이유는 무엇일까. 재판부는 "증거에 의해 공소사실을 모두 유죄로 인정한다. 범행 수법과 대상, 피해 정도를 봤을 때 죄가 무겁다"면서도 "범행 지속 기간이 하루에 그친 점. 성 착취물을 유포하지 않은 것으로 보이는 점, 피해자 어머니에게 합의금을 지급하고 합의한 점, 그리고 초범인 것을 고려했다"고 밝혔다.
집행유예를 선고 받은 후 재판장을 빠져나가던 서준원은 취재진의 인터뷰 요청에 "솔직히 너무 겁을 먹고 있었다. 이렇게 판결이 나왔으니, 따를 것이다. 그리고 앞으로는 조금 더 생각을 깊게 하면서 살겠다. 절대 이런 일이 벌어지지 않도록 똑바르게, 반성하면서 살겠다"며 심경을 묻는 질문에 "지금까지도 손이 떨리고, 머리가 복잡하다"고 말했다.
일단 서준원이 프로야구 선수로서 유니폼을 입고 뛸 가능성은 매우 낮은 상황이다. 향후 계획은 어떻게 될까. 서준원은 "앞으로의 계획은 차차 만들어 가겠다. 판결에 나온 대로 봉사 시간을 잘 지키겠다. 일단은 이 생각 밖에 없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Copyright © 마이데일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