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신사진 속 이슈人] 대지진 사망자 3000명 육박, 통곡하는 모로코 사람들
북아프리카 모로코를 강타한 대지진 희생자가 3000명에 육박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지진으로 집과 가족을 잃은 주민들은 절망 속에서 통곡하고 있습니다.
12일(현지시간) 모로코 국영 일간지 '르 마탱'에 따르면 내무부는 이날 오후 1시 현재까지 이번 지진으로 2901명이 사망하고 5530명이 다친 것으로 잠정 집계했습니다. 전날 오후 7시 현재 기준 집계치보다 사망자는 39명, 부상자는 2968명 각각 늘어났습니다. 지난 1960년 최소 1만2000명이 숨진 아가디르 지진 이후 가장 큰 피해입니다. 규모 면에서는 관측 기록이 있는 1900년 이후 120여년 만에 최강 수준입니다.
사망자 대부분이 매몰돼 숨진 것으로 파악돼 실종자 구조·수색 작업이 진행될수록 사망자 수는 더 증가하고 있습니다. 미국 지질조사국(USGS)은 이번 재해로 인한 사망자가 1만∼10만명에 달할 가능성도 21%에 이른다고 추정했습니다.
피해 지역 현장에선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무너진 건물 잔해 속에 갇힌 실종자 한 명이라도 더 구하기 위한 사투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현지 군과 민간 구조대는 스페인·영국·카타르·아랍에미리트(UAE)의 구조대와 함께 한 명이라도 더 구출하기 위한 필사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피해가 가장 큰 곳 중 하나로 알려진 아틀라스산맥 산간 마을 아미즈미즈에서 수색 작업에 나선 스페인 군 긴급구조대(UME)의 알베르트 바스케스는 "(잔해 속에서) 사흘이 지나도록 살아 있는 사람은 찾기가 매우 어렵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도 "희망은 여전히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지진으로 끊긴 도로가 일부 복구되면서 생존자들을 위한 식량과 물, 담요 등 구호품을 싣고 산간 피해 마을로 가는 수송 차량도 자주 목격되고 있습니다. 지진으로 집을 잃거나 여진의 공포 속에 훼손된 집으로 돌아갈 수 없는 사람들을 위한 임시 대피 시설도 속속 마련되고 있습니다.
알자지라 방송에 따르면 중세 고도 마라케시 인근에는 이재민 수용을 위한 대형 텐트가 설치됐습니다. 여기에는 공용 샤워 시설과 화장실은 물론 의료지원을 위한 인력과 장비도 마련됐다고 방송은 전했습니다.
그러나 상당수 피해 주민들은 노숙을 하며 두려움에 떨고 있습니다. 대부분의 상점들이 파손되거나 문을 닫으면서 식량과 물품을 구하는 데도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합니다. 구조대나 구호품의 도착이 지연되는 일부 지역에서는 현지 주민들의 불만도 제기되고 있습니다.
마라케시에서 서남쪽으로 약 300㎞ 떨어진 미시라트 마을의 모하메드 아이틀키드는 구조대나 구호 요원의 부재를 지적하며 "지진 이후 희생자 수를 세고 간 게 정부 관계자의 유일한 방문"이라고 토로했습니다. 유엔은 약 30만명의 주민이 재난으로 인한 피해를 입고 있는 것으로 추정합니다.
전 세계 여러 나라가 구조팀을 보내겠다고 했지만 영국, 스페인, 카타르, 아랍에미리트(UAE) 등 4개국 구조 및 구호팀의 활동만 허가한 것도 문제라는 지적도 많습니다. 외국인들이 오면 의사소통이 원활하지 않아 현장 대응에 혼선이 생길 수 있다는 것이 정부의 공식 입장입니다. 그러나 국왕 권위주의 체제의 약점이 드러나는 것을 우려한 조치라는 해석이 나옵니다.
한편 이번 강진은 아틀라스산맥을 따라 형성된 역단층대(횡압력에 상반이 위로 올라간 단층대)에서 발생했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분석됐습니다. 모로코 중부를 동서로 가로지르는 아틀라스산맥은 유라시아판과 아프리카판이 맞닿는 선을 따라 솟아나 있지요.
이번 지진이 발생한 지점에선 지금도 남쪽의 아프리카판이 매년 3.6㎜의 속도로 움직여 북쪽의 유라시아판을 밀어붙이고 있습니다. 지층이 어긋나는 속도가 한해 50㎜에 이르는 미국 샌앤드리어스 단층 등과 비교하면 꽤 느린 편이지만, 그런 까닭에 오히려 더욱 큰 인명 피해가 발생했을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입니다.
박영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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