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DT인] `안재홍·원심창` 서훈 상향 진두지휘… "역사적 사실로 공적 찾는 게 중요"

김세희 2023. 9. 13. 1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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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여년간 정치권서 화려한 이력… 평소 역사현장 다닐정도로 관심
국회서도 유명한 바둑애호가… "정국 경색땐 바둑으로 묘수찾기도"
원유철 평택시민회장<원유철 회장 제공>
원유철 평택시민회장<원유철 회장 제공>

원유철 평택시민회장·前국회의원

5선 국회의원, 집권 여당 원내대표, 국회 국방위원장·운영위원장, 경기도 정무부지사….

보기만 해도 화려한 경력이다. 주인공은 원유철(60·사진) 평택시민회장이다. 30여 년간 정치에 몸담아 온 그가 이번에는 민세 안재홍 선생과 원심창 의사의 서훈 상향 운동에 뛰어들었다.

그는 열정적이다. 최근 시민회 차원에서 두 독립운동가의 서훈 상향 승격을 위한 범국민 서명운동 출범식을 연 뒤, 본격적인 활동을 펼치고 있다. 지난 7월 28일 서울역, 8월 15일 강남역에서 서명 운동 캠페인을 벌였다. 원 회장은 "광복절엔 평소와 다르게 많은 시민들이 호응을 해주셨다"며 "무더위에도 시민들께서 '오늘이 광복절이지' 하면서 발걸음을 멈추고 서명을 해주시고 가셨다"고 말했다. 캠페인은 국가보훈부 서훈심사가 있는 오는 10월까지 진행된다.

원 회장은 두 독립운동가에 대한 서훈 상향 승급이 된 이후의 활동 계획도 밝혔다. 그는 민세 안재홍 선생 서훈 상향 범국민운동 본부 상임공동대표와 원심창 의사 기념사업회 상임고문으로 일하고 있다.

원 회장은 "2025년에 평택박물관이 지어질 예정"이라며 "이 곳에 두 분의 흔적들, 역사적인 기록을 잘 수집해서 보존할 수 있도록 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흉상 건립도 의미가 있지 않겠냐"는 의견도 제시했다.

서훈 상향에 관심을 가진 계기는 특별하지 않다. 평소 다산 정약용의 유배지인 강진 초당 등 역사현장을 다닐 정도로 관심이 많았던 그의 성향이 영향을 미쳤다. 원 회장은 "2012년 의원시절, 상해 출장을 갔다"며 "당시 총영사께 임시정부뿐 아니라 윤봉길 선생의 의거현장인 홍커우 공원, 원심창 의사가 주중일본공사를 암살하려 했던 육삼정을 역사 관광코스로 만들면 좋겠다는 제안을 했다"고 설명했다.

국회의원 시절 역사 관련 활동을 했던 것과도 무관치 않다. 그는 민족정기를 세운 의원모임 공동대표, 국회 독도영토수호대책특별위원회 위원장을 지냈다. 특히 독도영토수호대책특위 위원장(2008년 10월~2009년 9월)으로 활동할 때, 네덜란드 왕립도서관에서 독도를 한국영토로 표기한 서양고지도를 발견했다. 원 회장은 "당시 박민식 의원(현 국가보훈부 장관)과 안규백 의원, 네덜란드 대사와 한나절 눈이 빠지게 지도를 찾았다"며 "말 그대로 우리 역사 추적이었다"고 회고했다.

이런 경험 때문일까. 원 회장은 서훈상향의 조건으로 역사적 사실을 중시한다. 그는 "역사적 사실에 입각한 대표 공적을 찾아내는 게 중요하다"며 "그렇지 않으면 묻힌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안재홍 선생과 원심창 의사가 대중적으로 잘 알려지지 않은 현실을 안타까워하며 이들의 활동상을 소개했다. 그는 "안재홍 선생의 경우 9번에 걸쳐 7년 넘게 감옥살이를 했다"며 "물산장려운동, 신간회 총무, 조선일보 주필 필화사건, 조선어학회 사건 등으로 투옥됐다"고 설명했다. 특히 "신간회 창립은 독립운동사에 끼친 영향이 크다"고 강조했다.

원심창 의사와 관련해선 대중들에게 밝혀지지 않은 일화를 꺼냈다. 원 의사가 상해 임시정부 활동 당시 고국에서 보낸 독립활동 성금을 일부 요인이 아껴쓰지 않는 태도를 두고 김구 선생 앞에서 크게 질타했다는 것이다. 또 원 의사는 스스로 두부장사를 하면서 활동자금을 마련했다. 원 회장은 "원 의사의 생존하는 동지이자 제자인 재일민단 여건이 중앙단장과 강창만 통일일보 발행인에게 직접 들었다"며 "이 회고담을 듣고 더욱 존경하게 됐다"고 말했다.

원 회장은 안재홍 선생과 원심창 의사의 서훈 상향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지난 서훈 심사 이후 새로운 공적들이 추가됐고, 서훈 상향 승격을 위한 범국민 서명운동이 보탬이 될 수 있다는 판단이다.

원 회장은 "18대 국회 때 같이 의정활동을 했던 박민식 보훈부 장관을 직접 만나 소통하면서 서훈 상향을 건의를 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원 회장은 평소 바둑을 즐긴다. 국내 각종 바둑대회에도 자주 얼굴을 비치는 편이었고, 국회 내에서 이인제 전 의원과 최강자로 통했다. 19~20대 국회까지 국회 바둑동호회인 기우회 회장을 지냈다. 원 회장은 "정국이 경색됐을 때, 국회의장배 바둑대회를 통해 여야 의원이 수담으로 소통하며 해법의 묘수를 찾아보곤 했다"고 말했다.

2018년엔 경색된 동북아 정세를 풀기 위해 한중일 삼국바둑대회를 처음으로 열었다. 그 때까지 한·일 친선 바둑대회와 한·중 친선바둑대회는 있었지만, 한·중·일 3국이 한자리에서 수담(手談)을 나누는 것은 처음이었다. 당시 한·중·일 분위기는 사드 미사일 배치, 지소미아(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 등으로 인해 민감했다. 원 의원은 당시 여야 의원들과 함께 초당적 방문단을 구성해 중국과 일본을 찾아가 설득을 거듭했다. 원 회장은 "한중일 삼국 바둑대회가 동북아 3국의 안정과 평화를 주는 데 도움이 된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고문인 원 회장은 현 정부를 향해 균형잡힌 대외관계를 조언했다.

원 회장은 "지금 윤석열 정부는 한미동맹을 정상화시켰고, 북핵 위협에 대해서도 워싱턴 선언을 통해 진일보한 방향으로 나가고 있어 다행이라고 생각한다"며 "한일관계까지 개선돼 안보적 측면에서도 한미일 관계가 정상화 됐다"고 평가됐다.

다만 "미·중 관계가 악화되면서 어려운 국면에 놓였다"며 "대중관계도 지혜롭게 고도의 외교력을 발휘해 풀어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세희기자 saehee0127@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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