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조원대 장학재단 세운 이종환 전 삼영화학그룹 회장 별세
1조원대 아시아 최대 규모 장학재단을 설립한 이종환 전 삼영화학그룹 회장이 13일 오전 1시48분쯤 별세했다. 향년 100세.
1923년 5월 경남 의령에서 태어난 고인은 마산고를 졸업한 뒤 일본 메이지대 경상학과를 2학년까지 다니고 학병으로 끌려갔다. 소련과 만주 국경, 오키나와를 오가며 사선을 넘나들었다고 한다.
광복 후 정미소 사업과 동대문시장 보따리 장사를 거쳐 플라스틱 제조업에 눈을 돌린 고인은 1958년 사출기 1대로 삼영화학공업사를 차렸다. 이후 포장용 필름 사업이 성공을 거두자 기술 개발을 통해 과자, 라면 포장지, 투명 포장지 등 고난도 합성포장재 생산에 도전했다. 음식물을 싸는 투명 랩을 최초로 개발한 것도 삼영화학공업이었다.
고인은 아흔을 바라보던 2009년 선박용 대형 디젤엔진 생산에 뛰어들어 중공업 분야로 사업을 확장하면서 삼영중공업(주) 등 16개 회사를 거느리는 삼영그룹으로 키워냈다.
사업을 하면서 위기도 숱하게 겪었다. 철도청 침목 개량 사업에 뛰어들어 재래식 침목을 시멘트 철근으로 바꾸는 사업을 수주했다가 대기업에 뺏기기도 했고, 외환위기 직전엔 부도 위기까지 갔다가 기사회생했다.
1987년 11월 일본에서 북한과 연계해 석탄 관계 일을 하던 사람과 차 한잔 마셨다는 이유로 국가안전기획부 대공분실에 끌려가 뺨을 맞았다. 이때 생긴 이명증 탓에 귀에 보청기를 끼고 살아야 했다. 후일 진실화해위원회가 ‘공권력에 의한 고문 피해’라고 인정했다.
고인은 2002년 4월 설립한 관정이종환교육재단에 지금까지 1조7000억원을 쾌척했다.
장학재단을 만든 이유에 대해 고인은 “돈을 움켜쥐고 있자니 걱정만 커졌고 자다가도 벌떡 일어나 앉는 일도 많았다”며 “그러다가 기부를 결정하고 나니 얼마나 마음이 편안해졌는지 모른다. 장학재단을 세우고 다져가면서 사업하면서 받은 상처가 아물어갔다”라고 설명했다.
관정재단 장학생 수는 지난 23년간 1만2000여명에 이르고 박사학위 수여자도 750명에 달한다. 총 장학금 지급액은 2023년 현재 2700억원에 이른다.
2014년에는 600억원을 기부해 서울대 관정도서관을 헌정했으며, 중국 5대 명문 저쟝(浙江)대에도 관정 장학생 50명을 지원했다.
고인은 사회 기여와 장학공로로 2009년 국민훈장 무궁화장을 수훈했고 2021년에는 제22회 4.19문화상을 수상했다.
유족으로는 장남 이석준 ㈜삼영 대표이사 회장 등 2남4녀가 있다. 빈소는 서울대병원에 마련됐으며 발인은 15일 오전 8시30분. (02)2072-2091
이진주 기자 jinju@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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