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능 올리고 가격은 그대로 가’ 아이폰, 중국 ‘금지령’ 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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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이 12일(현지시각) 아이폰15 시리즈를 공개하며 야심차게 꺼내 든 카드는 ‘가격 동결’이었다. 새 스마트폰을 출시하면 으레 가격을 올렸는데 전세계 소비 둔화와 중국 정부의 ‘아이폰 금지령’ 등 악재를 뚫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이날 애플 주가는 2% 가까이 떨어졌다.
애플은 미국 캘리포니아주 애플 본사에서 신제품 공개 행사를 열어 아이폰15 기본모델(6.1인치)과 플러스(6.7인치), 프로(6.1인치), 프로맥스(6.7인치) 등 새 스마트폰 4종을 선보였다.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는 “지금까지 제품 중 가장 혁신적이고 강력한 스마트폰”이라고 소개했다.
■ 성능은 올렸는데 가격은 그대로
아이폰15 시리즈 모델 가운데 프로와 프로맥스 케이스에 우주선 소재로 사용하는 티타늄을 처음으로 사용했다. 아이폰15 프로의 무게는 189g으로 이전 모델보다 19g 더 가벼워졌지만 강도는 훨씬 세졌다. 애플 특유의 라이트닝 포트 대신에 유에스비-시(USB-C) 충전 단자도 새로 도입했다. 그동안 아이폰을 충전하기 위해선 별도의 케이블을 써야했지만 다른 스마트폰과 호환이 가능하게 만든 것이다. 애플이 “이제 여러 종류의 케이블을 쓸 번거로움과 안녕”이라고 발표하자, 공개 행사장엔 환호가 터지기도 했다.
아이폰15 기본모델은 전작 프리미엄 모델(아이폰14 프로) 수준으로 성능을 향상했다. 5㎚(나노미터) 에이(A)16 칩과 ‘다이내믹 아일랜드’(전면 카메라 노치부분의 추가 액정 탑재) 기능을 넣었다. 카메라는 4800만 화소에 2배 광학 줌을 지원한다. 프로와 프로맥스엔 3㎚ 에이17 신형 칩이 장착되고 각각 3배, 5배 광학 줌이 적용됐다.
이같은 성능 향상에도 애플은 아이폰15 가격은 올리지 않는다고 발표했다. 국내 출고가(128GB 기준)는 기본모델이 125만원, 플러스 135만원, 프로 155만원부터 시작해 아이폰14와 비슷한 수준이다. 프로맥스 경우만 256GB부터 출시돼 190만원으로 조정됐다.
다만 한국에서 판매되는 가격은 미국 책정가보다 비싸다. 799달러에 판매될 아이폰15 기본모델을 한국 환율(1330원)로 환산하면 약 106만2천원이다. 미국 가격엔 세금 10% 정도가 더해진다는 점을 감안해도 한국이 7% 이상 비싸다. 한국은 1차 출시국에서 제외됐다. 북미지역 기준 이달 15일부터 사전 주문을 받고, 22일부터 판매를 시작한다.
■ 중국발 악재 속 흥행 여부
아이폰15 시리즈 공개 이후 시장 반응은 엇갈렸다. 중국발 악재로 아이폰 판매량이 줄 것이란 전망과 값이 더 비싸지지 않아 신형 스마트폰 교체 수요가 늘 것이란 예측이 함께 나왔다.
테크어낼러시스 리서치의 밥 오도넬 애널리스트는 로이터에 “아이폰15 시리즈 기능을 향상하고도 가격을 동결한 게 놀랍다”면서 “소비자 예산이 제한된 상황에서 가격을 유지하는 게 새 스마트폰을 사게 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했다. 전 세계 약 12억명 아이폰 사용자 가운데 4년 동안 스마트폰을 교체하지 않은 사용자가 2억5천만명에 달하는 만큼 이번에 교체 수요가 몰릴 수 있다는 전망이다.
반면 애플 주가는 전날보다 1.71% 떨어졌다. 아이폰의 최대 시장 가운데 하나인 중국에선 정부가 공공기관 등에 아이폰 등 외국 브랜드 스마트폰 금지령을 내린 것으로 알려져 있다. 미-중 첨단 기술 경쟁 와중에 제재를 당한 중국 화웨이가 내놓은 새 스마트폰에 대한 ‘애국 소비’ 바람도 불고 있다. 중국발 악재가 터진 뒤 시장조사기관 트렌드포스는 올해 아이폰 총 판매 대수가 지난해 보다 5% 감소한 2억2000만~2억5000만대가 될 것이라 전망했다. 애플의 전체 매출 가운데 중국의 비중은 20%에 달한다.
애플은 이날 스마트워치 신제품 ‘애플워치9’ 시리즈도 공개했다. 시계 찬 손의 엄지손가락과 검지손가락 끝을 맞대면(더블 탭 제스처) 화면을 터치하지 않고도 시계를 제어할 수 있는 기능이 새롭게 추가됐다. 애플워치9 시리즈는 41㎜와 45㎜ 크기로 출시되며, 한국 출고가는 59만9천원부터다.
■ 국내 부품사는 흥행에 촉각
애플에 부품을 공급하는 국내 업체들은 아이폰15 흥행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삼성디스플레이는 4종의 올레드(OLED)패널을, 엘지(LG)디스플레이는 프로와 프로맥스 올레드패널, 엘지이노텍은 카메라 모듈 등을 공급한다. 엘지이노텍의 경우 전체 매출의 70% 이상이 애플에서 나올 정도도 애플 의존도가 높다. 중국 비오이(BOE)가 하위 모델 2종의 액정 공급업체에서 제외돼 삼성디스플레이의 공급 비중도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아이폰15 흥행 여부가 이들 부품사의 실적에 큰 영향을 미칠 수 밖에 없는 구조다.
다만 중국에 집중된 아이폰 생산시설 때문에 판매 실적에 대한 우려는 과도하다는 관측도 있다. 아이폰14 기준 85%가 중국에서 생산됐고, 관련 고용인원도 수십만명에 달해 중국 정부가 마냥 ‘애플 때리기’를 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이름을 밝히길 꺼린 국내 부품업계 관계자는 “애플이 공급망 안정화를 위해 인도로 생산공장을 이전 중이지만 올해에도 약 80% 아이폰이 중국에서 생산된다. 중국 젊은층의 아이폰 충성도가 높고, 인도 같은 신흥 시장 반응도 좋다. 초도물량 주문도 나쁘지 않아 판매량이 급격히 줄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옥기원 기자 o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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