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층간소음' 이웃 함께 술 먹다 사망…前 씨름선수 "때린 기억 안 나"

/사진=뉴스1

층간소음으로 갈등을 빚던 이웃을 50분간 때려 숨지게 한 씨름선수 출신 남성이 항소심에서 범행의 고의성을 부인했다.

13일 대전고법 제1형사부(송석봉 재판장)는 심리로 열린 A씨(32)에 대한 상해치사 혐의 항소심 결심공판에서 검찰은 1심과 같이 징역 15년을 구형했다.

검찰은 "피고인은 피해자가 의료 과실로 숨졌다고 주장하지만, 부검 의견과 범행 정황 등을 보면 다른 원인이 있다고 해도 폭행과 사망 사이의 인과 관계를 단절할 수 없다"고 밝혔다.

또 "피해자의 사망 원인에 다른 사실이 개입됐더라도 주된 원인은 피고인의 폭행"이라며 "만취한 피해자를 무차별 폭행하고도 출동한 구급대원에게 단순히 넘어졌다고 허위 진술해 제대로 된 치료를 받지 못하게 했다"고 지적했다.

이에 A씨의 변호인은 "피고인은 범행을 반성하고 있고 유가족과 합의했다. 범행 당시 외관상 출혈이 없어 넘어졌다고 생각했던 것"이라며 "허위로 진술할 고의가 없었고, 만취해 기억이 없었던 점 등을 고려해달라"고 항변했다.

A씨는 최후 변론에서 "피해자의 명복을 빈다. 유족에게 죄송한 마음"이라며 "평생 뉘우치면서 살겠다. 앞으로 범죄를 저지르지 않고 폭력은 정당화가 되지 않는다는 배움을 신념으로 지키겠다"고 말했다.

피고인 신문에서는 "층간소음에 대해 부탁하기 위해 찾아갔는데 피해자가 식탁 위에 흉기를 놓고 있었다. 최대한 자극하지 않기 위해 정중하게 부탁했다"며 "범행 당시 만취해 폭행 기억이 없는 것은 사실이다. 범행 직후 경찰에 신고했고 구급대원이 도착한 뒤 출발하는 모습까지 봤다"고 주장했다.

특히 A씨는 술에 취한 피해자가 계속 도로에 누우려고 했는데, 집으로 데리고 가야 한다는 생각에 흔들어 깨우거나 부축한 것도 폭행 횟수에 포함됐다는 것을 수사기관에서 들었다고 강조했다.

재판부는 오는 10월 13일 A씨에 대한 2심 판결을 선고할 예정이다.

씨름선수 출신인 A씨는 지난해 11월 20일 윗집 주민 B씨를 약 50분간 160회 이상 폭행해 숨지게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A씨는 평소 층간소음으로 B씨와 갈등을 겪던 것으로 조사됐다. A씨는 층간소음에 대해 항의하려고 B씨를 찾아갔다가 B씨가 술을 권해 함께 술을 마셨다.

이후 A씨는 자택 인근에서 B씨와 술을 마시던 중 B씨로부터 뺨을 맞자 주먹을 휘둘렀다. B씨는 얼굴과 머리, 가슴, 배 등 다발성 손상에 따른 저혈량 쇼크로 병원에서 치료받던 중 사망했다.

1심 재판부는 "전직 씨름 선수로 건강한 체격의 피고인은 가해 당시 사망이라는 결과도 충분히 예견했을 것"이라며 "피해자가 지혈 기능 장애를 갖고 있지만, 장시간 폭행으로 광범위한 출혈이 발생한 점을 고려하면 폭행과 사망 사이의 인과관계가 인정된다"며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했다.

류원혜 기자 hoopooh1@m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