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러 회담 2시간만에 종료, 합의문-회견없이 마쳐

박종원 2023. 9. 13. 1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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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왼쪽)이 13일 러시아 아무르주 스보보드니의 보스토치니 우주기지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4년 5개월 만의 회담에 앞서 악수하고 있다.로이터연합뉴스

[파이낸셜뉴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북한의 인공위성 개발을 돕겠다고 밝혔다. 그는 군사적 기술 협력에 대해서도 논의하겠다고 말했으며 이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제국주의에 맞서 함께 싸울 것"이라고 주장해 주변국들의 우려를 키웠다. 미국은 유엔에서 금지한 무기 거래가 진행되면 책임을 묻겠다고 경고했으며 일본 정부 역시 이번 회담을 주시했다.

13일 타스 통신 등 러시아 매체들에 따르면 김 위원장과 푸틴 대통령은 이날 러시아 아무르주 스보보드니의 보스토치니 우주기지에서 4년 5개월 만에 만나 정상회담을 진행했다. 김 위원장은 지난 2019년 4월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 동방경제포럼(EEF)에서 푸틴과 만난 이후 코로나19에 따른 봉쇄가 시작되면서 해외에 나가지 않았다.

지난 12일 러시아 국경을 넘었던 김 위원장의 전용 열차는 13일 오후 1시 무렵 우주기지 내부의 로켓 조립 건물 인근 선로에 정차했다. 김 위원장은 열차에서 내려 의장대를 사열한 뒤 차량에 탑승하여 기지 내부로 이동했다. 앞서 8차 EEF에 참석했던 푸틴 대통령은 김 위원장보다 약 30분 먼저 기지에 도착했다. 평소 외국 정상과 회동에서 대부분 지각하던 푸틴 대통령이 이처럼 일찍 도착한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먼저 도착해 기자들을 만난 푸틴 대통령은 북한의 인공위성 개발을 도울 것이냐는 질문에 "그래서 우리가 여기에서 만난 것이다. 김 위원장은 로켓 기술에 큰 관심을 보이고 있고 우주 기술 개발을 시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회담에서 군사적 기술 협력을 논의할 계획이냐는 질문에 "모든 문제에 대해 천천히 논의하겠다. 아직 시간이 있다"고 말했다.

이후 김 위원장을 만난 푸틴 대통령은 약 40초 동안 악수하며 환대했다. 이어 "정말 반갑다. 이곳이 우리의 새로운 우주기지다. 당신에게 보여주고 싶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바쁜 일정에도 초대해 줘서 감사하다"고 답했다. 김 위원장은 푸틴 대통령과 함께 발사 시설을 시찰하면서 비상한 관심을 보였으며 수첩에 한글로 짧은 메모를 남기기도 했다.

두 정상은 이날 오후 2시 25분부터 기지 내 기술 단지 1층 회의실에서 약 2시간 10분 동안 회담을 진행했다. 김 위원장은 회담 전 모두 발언에서 "러시아는 세계에서 처음으로 북한을 인정한 국가"라면서 "북한은 푸틴 대통령의 모든 결정을 지지한다. 제국주의에 맞서 싸우는데 함께 할 것으로 확신한다"고 말했다. 이어 "러시아와의 관계를 더욱 발전시키기를 원한다. 러시아와 관계는 북한의 최우선 과제"라고 덧붙였다.

이에 푸틴 대통령은 이번 회담이 북러 수교 75주년이자 북한 정권 수립 75주년에 성사됐다며 "특별한 시기에 열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우리는 경제 협력, 인도주의적 문제, 한반도 정세에 대해 확실히 이야기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정상들은 회담 종료 이후 합의문 서명이나 공동선언 없이 바로 저녁 만찬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기자회견도 생략했다.

푸틴 대통령은 만찬에 앞서 김 위원장의 방문이 "우호적 분위기 속에서 이루어졌다"며 우호 강화와 양국 주민들을 위해 건배를 제의했다. 김 위원장은 이번 회담에서 "한반도와 유럽의 정치 상황을 논의했다"고 밝힌 뒤 "양국의 전략적 협력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결론 내렸다"고 말했다. 동시에 "러시아군과 국민이 악에 맞서 승리할 것으로 확신한다"고 강조했다.

러시아 크렘린궁의 드미트리 페스코프 대변인은 이날 인터뷰에서 "러시아와 북한 양국 관계는 제3국의 관심사가 돼서는 안된다"면서 "양국은 기술 협력 상호 작용과 안보 분야에서 협력을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양국의 무기 거래 가능성에 대해 "협력은 모든 군사적 교류, 안보 분야의 가장 시급한 문제에 대한 의견 교환 등 민감한 분야에서 이뤄지고 있다"면서 유엔의 대북 제재가 양국 관계를 방해하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이날 회담에 앞서 미국 국무부는 "북한이 러시아에 무기를 제공하는 것은 유엔 결의 위반"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필요하다면 책임을 묻기 위한 조치를 취하는 것을 주저하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13일 일본 NHK에 따르면 일본 정부 관계자는 북러 회담에 대해 "유엔 안보리 결의 위반으로 이어질 가능성 및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한 영향을 포함해 우려를 갖고 주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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