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은 고래 뱃속엔 어업도구·플라스틱 가득... 각국 협력 절실

고은경 2023. 9. 13. 1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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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업도구를 비롯해 다양한 플라스틱이 거의 모든 해양포유류에서 발견됩니다. (고래를 위협하는) 오염, 소음, 사고, 질병 등의 문제는 국제적 문제임을 인식하고 함께 해결책을 모색해야 합니다."

고래류 보호를 위한 국가 간 협력을 강화하고 관련 정보와 전문가 교류 등을 활발히 하기 위한 '2023 고래 보전 국제 학술발표회'가 11, 12일 서울 용산구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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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수부 주최, 플랜오션·환경공단 주관 행사 
국경 초월하는 고래 위해서는 각국 협력이 중요
이탈리아 휴양지인 지중해 사르디니아섬의 포르토체르보 앞바다에서 22㎏ 분량의 플라스틱을 먹은 임신한 향유고래가 숨진 채 발견됐다. 포르토체르보(이탈리아)=AP 연합뉴스
"어업도구를 비롯해 다양한 플라스틱이 거의 모든 해양포유류에서 발견됩니다. (고래를 위협하는) 오염, 소음, 사고, 질병 등의 문제는 국제적 문제임을 인식하고 함께 해결책을 모색해야 합니다."

고래류 보호를 위한 국가 간 협력을 강화하고 관련 정보와 전문가 교류 등을 활발히 하기 위한 '2023 고래 보전 국제 학술발표회'가 11, 12일 서울 용산구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열렸다. 이 발표회는 해양수산부가 주관하고 비영리 해양보전기관 플랜오션과 해양환경공단이 공동 주최했다.

이번 발표회에는 뉴질랜드, 이탈리아, 필리핀, 대만, 홍콩 등 총 8개 국가의 고래류 전문가 32명이 참여해 각국의 고래보전 현황과 고래 보전을 위한 방향이 논의됐다. 고래에 대한 기초조사나 생물학적 연구를 하려면 연안으로 좌초된 개체를 활용해야 한다. 실제 이날 소개된 뉴질랜드, 중국, 홍콩, 이탈리아 등의 고래 부검 연구는 연간 수백, 수천 마리 단위였다. 반면 한국은 아직 연간 부검하는 개체도 100마리에 미치지 못하고 관련 인프라도 열악하다는 지적에 제기됐다.

이영란 플랜오션 대표가 11일 서울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열린 고래류 보전을 위한 국제콘퍼런스에서 한국 고래류 현황을 발표하고 있다. 해양수산부 제공

이영란 플랜오션 대표는 "국내에 고래류 부검실을 갖춘 곳은 고래연구소가 유일하다"며 "부검에 참여하는 수의사도 5명 정도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이 대표는 "좌초한 고래류를 연구하고 싶지만 해경이 1차로 출동해 그대로 폐기하는 경우가 많다"며 "우리나라의 경우 좌초 통계조차 제대로 잡히지 않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고래 보전을 위한 기반으로 △기초조사 △좌초·엉킴 등에 대한 대응체계 △부검·생물학적 연구 △법률규정 △네트워크가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11, 12일 서울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열린 고래류 보전을 위한 국제컨퍼런스에 8개국 32명의 발표자들이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이번 행사에는 연구자와 시민 110여 명이 참석했다. 해양수산부 제공

고래 보전 국제 학술발표회는 세계자연보전연맹(IUCN)에서 채택한 '상괭이 보전 결의안'을 이행하는 조치 중 하나로, 황해 인접국인 한·중·일 3국이 협력관계를 구축하기 위해 추진해 오고 있다.

이 대표는 "고래 이야기는 전문가나 연구자들만 할 수 있는 게 아니다"라며 "이번 행사는 세계 각국 다양한 사람들이 고래 보전을 위해 처음으로 함께 모인 데다 민관협력으로 준비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고 강조했다.

고은경 동물복지 전문기자 scoopko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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