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현동 담당 공무원 “정진상, ‘인섭이형 사업 잘 챙기라’ 지시”
‘백현동 아파트 개발 특혜’ 사건 재판에서 지난 2014년 당시 성남시 정책실장이던 정진상씨가 성남시 공무원에게 “김인섭(전 한국하우징기술 대표)의 사업이니 잘 챙겨 달라”고 지시했다는 법정 증언이 나왔다. 정씨가 백현동 인허가 담당 공무원에게 직접 전화해 ‘민간 업자의 요구를 들어달라’는 취지로 이야기를 했고, 그에 따라 사업이 민간 업자에 유리하게 변경‧진행됐다는 진술도 나왔다.
성남시 도시계획팀장으로 백현동 사업을 담당했던 A씨는 13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재판장 김옥곤) 심리로 열린 김인섭씨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이같이 증언했다. 김씨는 성남시 분당구 백현동 옛 한국식품연구원 부지에 아파트를 짓는 과정에서, 당시 성남시장이었던 민주당 이재명 대표와 정진상씨 등과의 친분을 활용해 각종 인허가 및 용도 변경 등 민원을 해결하는 ‘로비스트’로 활동한 혐의를 받고 있다. 김씨는 그 대가로 민간 사업자에게 금품 77억원 등을 받았다는 혐의로 구속 기소돼 있다.
증인 A씨는 성남시가 백현동 개발 사업에 특혜를 주는 과정에서 정진상씨의 개입이 있었다는 취지로 말했다. 검찰이 “(2014년 11월) 정진상씨가 술자리에 불러 ‘(김)인섭이 형이 백현동 개발 사업을 하려고 하는데, A 팀장이 잘 챙겨줘야 한다’고 말한 적 있느냐”고 묻자 A씨는 “그렇다”고 답했다. 이어 A씨는 정씨가 한 말에 대해 “거스를 수 없는 지시로 받아들여졌고, 이를 따르지 않을 경우 불이익이 따를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고 했다.
당시 A씨는 성남시에서 팀장으로 승진하면서 이례적으로 부서를 옮기지 않고 도시계획과에서 계속 근무했는데, 이에 대해 “(백현동 사업 관련) 김인섭을 밀어주기 위해 팀장에 앉힌 것 같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A씨는 또 정진상씨가 백현동 민간 사업자가 원하는 대로 주거 용지 비율을 높여주라는 취지의 지시도 내렸다고 증언했다. 애초 성남시는 도시기본계획에 따라 백현동 부지 내에 연구개발(R&D) 용지 비율이 50% 이상은 돼야 개발 허가를 내주겠다는 입장이었다. 백현동 민간 업자는 주거 용지 비율을 R&D 용지보다 높게 설정해달라고 요구하는 상황이었다. 그런데 정씨가 2015년 2월 A씨에게 전화를 걸어 “민간 사업자가 요구하는 것을 잘 처리하고 긍정적으로 검토해달라”고 했다는 것이다. A씨는 “정씨의 전화를 받고 ‘2층(이재명 시장과 정진상 실장)’에서 이 정도로 챙기니 당연히 해줘야 하는 사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정씨의 지시 이후 백현동 사업의 주거 용지와 R&D 용지 비율은 5대 5에서 6대 4로 조정되며 민간 업자가 가져갈 이익이 커졌다. 백현동 민간 사업자는 3000억원대 분양 수익을 거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검찰은 “당시 백현동 민간 업자가 김인섭씨에게 주거 용지 비율을 높여달라고 요청했고, 김씨가 이를 정진상‧이재명에게 청탁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정진상씨의 변호인은 입장문을 내고 “정씨가 백현동 개발 실무자인 A씨에게 김인섭씨를 도우라고 지시한 사실이 없다”며 “A씨가 검찰 수사 등을 받는 과정에서 심한 압박을 받았고, 그것이 진실을 말하지 못한 원인이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검찰은 이르면 이번 주에 이 사건과 ‘쌍방울 불법 대북 송금 사건’을 묶어 이 대표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할 방침인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이 대표와 정씨가 김인섭씨의 청탁을 받고 백현동 민간 업자에게 특혜를 몰아줘 성남시 등에 수백억 원대 손실을 끼쳤다고 보고 있다. 앞서 백현동 개발 특혜 사건의 민간 업자 정모씨는 지난 7월 김인섭씨 재판에서 ‘김씨가 로비 대가로 200억원을 요구했는데, 이 중 절반은 이재명 시장과 정진상씨에게 갈 돈이라는 취지로 말했다’고 증언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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