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타늄’이 무엇이길래 애플은 아이폰 15 프로에 사용했나?
영화 속 아이언맨 수트에 쓰인 ‘티타늄(Titanium)’. 그런데 애플이 아이폰에 같은 소재를 사용하면서 큰 화제를 모으고 있다.
9월 12일(현지시간), 애플은 미국 쿠퍼티노 본사에서 원더러스트(Wonderlust) 이벤트를 열고 새로운 아이폰 15 시리즈를 공개했다. 이번 아이폰에서 애플은 프레임에 티타늄을 활용했는데, 적용한 모델은 ‘아이폰 15 프로’와 ‘아이폰 15 프로 맥스’다. 일반 모델을 제외한 프로 모델에만 티타늄을 사용한 것.
티타늄은 어떤 소재일까? 원소기호 Ti에 해당하는 티타늄은 지구상에서 9번째로 많은 원소다. 강철보다 가볍고 알루미늄보다는 단단하다는 특징이 있다. 사실 순수 티타늄은 강철보다도 무른 편인데, 가공 과정을 거치면 단단하게 바뀐다. 열이나 전기 전도율이 낮고 잘 부식되지도 않는다. 예전에는 기술적 한계로 티타늄을 구하거나 가공하기 어려워 ‘구할 수 없는 물질(Unobtainium)’이라고 불렀다.
이러한 티타늄은 주로 잠수함, 탱크, 항공기, 우주선 등 군수 산업이나 항공 우주 산업에서 각광받고 있다. 최근에는 쓰임새가 늘어나면서 임플란트, 교정기, 의족 등 의료 분야에서 찾아볼 수 있으며, 이 외에도 안경테나 만년필, 자전거, 골프채 등 일상에도 폭넓게 쓰인다.
애플은 이러한 티타늄을 어떻게 활용했을까? IT 매체 맥루머스(Macrumors)의 설명에 따르면 아이폰 프레임에 쓰인 티타늄은 ‘5등급 티타늄’이라고 한다. 5등급 티타늄은 순수 티타늄은 아니다. 티타늄과 소량의 알루미늄 및 바나듐으로 구성된 티타늄 합금을 말한다. 업계에서는 Ti-6Al-4V로도 알려져 있다.
후면까지 티타늄을 사용한 것은 아니다. 애플 뉴스룸에 공개된 보도 자료에 따르면 티타늄 프레임은 견고한 후면 유리와 전면 세라믹 실드와 결합해 오래도록 사용할 수 있게 제작됐다고 한다. 아이폰을 감싸는 테두리 부분에만 티타늄을 적용한 것.
아이폰에 티타늄을 사용했을 때 얻을 수 있는 장점은 크게 2가지다. 우선 제품 무게가 가벼워진다. 아이폰 14 프로 모델까지는 스테인리스 소재를 사용했다. 하지만 무게로 인한 불만의 목소리가 많았다. 아이폰을 장시간 들고 사용할 경우 손가락이나 손목이 아프다는 후기가 심심치 않고 올라왔다. 참고로 아이폰 14 프로는 206g, 아이폰 14 프로 맥스는 240g이다.
애플은 티타늄을 사용해 무게 줄이기에 성공했다. 아이폰 15 프로의 무게는 187g, 아이폰 15 프로 맥스는 221g으로 전반적으로 약 10% 정도 가벼워진 셈이다. 알루미늄 소재를 사용하는 일반 모델보다 가벼워지기는 어렵지만, 지금까지 출시한 프로 모델 중에서는 가장 가볍다.
가벼운 무게 외에도 장점 하나가 더 있다. 티타늄을 활용하면 다양한 색상의 제품을 만들 수 있다. IT 매체 라이프와이어(LifeWire)에 따르면 티타늄은 양극 산화 처리가 가능하다고 한다. 양극 산화 처리는 아노다이징(Anodizing)이라고 부른다. 아노다이징은 화학적 처리를 통해 티타늄 표면에 산화막을 형성하는 작업인데, 이를 통해 내구성과 부식에 강해지고 다양한 색을 입힐 수 있다.
아이폰에 쓰이는 알루미늄도 아노다이징을 통해 다양한 색상을 만들어 내는데, 티타늄도 마찬가지로 다양한 색을 만들어 낼 수 있는 셈이다.
물론 티타늄을 사용한다고 해서 마냥 좋은 것은 아니다. 대부분 소재가 그러하듯 단점도 존재한다. 일단 티타늄은 기본적으로 비싸다. IT 매체 톰스가이드(Tom’sguide)에 따르면 이전 아이폰 프로 모델에서 사용한 스테인리스는 킬로그램(kg)당 1달러에 불과한 반면, 티타늄은 35달러 이상이라고 한다. 소재 원가만 35배 차이 나는 것이다.
티타늄이 비싼 이유는 어려운 가공 과정 때문이다. 특히 절삭 과정에서 많은 어려움이 발생한다고. 티타늄은 열전도율이 낮은 소재인데, 이를 깎는 과정에서 절단면이 열을 머금고 쉽게 부서지는 것. 절삭유를 붓고 천천히 깎아내면 어느 정도 해결할 수 있다지만, 쉽게 자를 수 있는 강철에 비해 어려운 건 사실이다.
탄성도가 높다는 것도 문제다. 탄성도가 높다는 건 고무처럼 소재가 원래의 모양으로 다시 돌아가기 쉽다는 뜻이다. 티타늄 역시 절삭 날이 닿으면 소재가 변형됐다가 다시 원래 상태로 돌아가는 현상이 나타난다고 한다. 탄성도가 높을수록 가공 정밀도는 떨어질 수밖에 없다.
이렇게 비싼 티타늄을 사용했으니, 아이폰 내구성은 더 좋아질까? 톰스가이드는 티타늄 프레임을 사용해도 액정을 보호하는 데 큰 도움을 주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아이폰 15 프로는 앞, 뒤 모두 유리를 사용하기 때문에 낙하시 여전히 깨질 우려가 크다. 티타늄 프레임을 사용한다고 해서 앞이나 뒷 유리를 보호해 주는 건 아니기 때문이다.
오히려 스테인리스 프레임보다 찌그러질 가능성도 있다. 맥루머스는 티타늄이 스테인리스보다 단단하지만 가볍기 때문에 쉽게 찌그러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로 인해 색상 코팅이 벗겨질 우려도 있는 셈이다.
티타늄이 스테인리스보다 고가의 소재이긴 하지만, 무조건 더 낫다고 볼 수는 없다. 그럼에도 애플은 ‘성능 및 실용성’과 ‘미적 측면’ 사이에서 최대한 균형을 맞춰 티타늄 프레임을 제작한 것으로 추측된다. 이를 잘 활용하면 아이폰 프로 모델의 고급스러움을 더욱 잘 살릴 수도 있을 테다. 스테인리스처럼 지문이 잘 남는 소재도 아니니 보기에도 더 좋을 것이다.
아이폰 15 시리즈의 한국 출시 일정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미국과 영국,중국 등 40개 이상 국가에서는 15일(현지시간)부터 사전 주문이 가능하며, 매장에서는 22일부터 판매를 시작할 예정이다. 제품 가격은 전년과 동일하다. 아이폰 15 프로는 155만 원부터, 아이폰 15 프로 맥스는 190만 원부터 판매된다. 새로운 티타늄 프레임을 적용한 아이폰 15 프로 모델이 유저들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테크플러스 김하영 기자 (tech-plu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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