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벤처 고질병은 실패를 겁내는 것

전경운 기자(jeon@mk.co.kr) 2023. 9. 13.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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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스타트업 축제 개막
USB 개발한 도브 모란
인구 1000만명 이스라엘
유니콘기업 100개 韓 5배
실패에 대한 인식 바꿔야
'머신러닝 구루' 게리 마커스
AI 가짜뉴스 문제 매우 심각
국가 차원 대처능력 키워야
13일 서울 중구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열린 서울시 스타트업 축제 '트라이 에브리싱'에서 USB 발명가로 유명한 도브 모란(왼쪽)과 머신러닝 스타트업 지오메트릭 인텔리전스 창립자인 게리 마커스가 기조강연을 하고 있다. 이충우 기자

이스라엘 100개 vs 한국 22개.

기업가치가 10억달러 이상인 '유니콘 기업' 숫자다. 인구 5150만명인 한국에 비해 인구가 5분의 1 수준인 이스라엘이 거꾸로 5배 많은 유니콘 기업을 보유하고 있는 셈이다.

USB를 세계 최초로 발명했고, 수많은 창업을 성공으로 이끈 도브 모란 그로브벤처스 매니징 파트너는 이스라엘이 스타트업의 요람으로 자리 잡은 가장 큰 이유를 '실패'에서 찾았다.

모란 파트너는 13일 서울 중구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열린 스타트업 축제 '트라이 에브리싱'에 개막식 기조연설자로 나섰다. 그는 '지속가능한 글로벌 창업 생태계로 가는 길'을 주제로 강연하면서 "실패가 결코 좌절을 가져오는 것은 아니다"며 끝없는 도전을 주문했다.

그는 "어느 누구도 실패라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아야 한다"며 "한국은 실패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투자자이자 발명가인 모란 파트너는 여러 정보기술(IT) 기업을 창업해 샌디스크, 인텔 등에 수십억 달러를 받고 매각하는 등 기업가로서도 뛰어난 면모를 보유하고 있다.

모란 파트너는 이스라엘에서 유니콘 기업이 쉬지 않고 배출되는 이유에 대해 "이스라엘은 인구가 1000만명도 되지 않는 작은 나라이기 때문에 처음부터 글로벌 시장을 생각하면서 창업을 한다"며 "물론 삼성이나 LG 같은 대기업은 이스라엘에 없지만 기업가 정신, 그리고 스타트업 정신이 잘 자리 잡은 곳이라고 본다"고 자평했다.

그는 한국 스타트업들도 세계 시장을 목표로 삼을 것을 주문했다. 그는 "기본 언어를 영어로 설정하고 글로벌 시장을 타깃으로 해결책을 제공하는 솔루션을 만드는 게 필요하다"며 "정부 지원도 이 같은 기초에 기반한 창업 생태계를 조성하도록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을 수차례 방문한 바 있는 모란 파트너는 내한할 때마다 "한국은 실패에 대한 두려움이 큰 나라"라고 지적한다.

그가 2017년 당시에도 한국 청년들에게 했던 조언을 반복하고 있다는 점은 실패를 바라보는 시각이 여전히 한국의 스타트업 활성화에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는 얘기다.

그럼에도 모란 파트너는 "이스라엘에서는 한국을 훌륭한 나라, 보석과 같은 나라라고 생각한다"며 "나는 한국을 서른 번 이상 방문했고, 이스라엘과의 유사성도 느낀다"고 했다.

이날 또 다른 기조강연자로 무대에 오른 게리 마커스 뉴욕대 명예교수는 'AI가 가져올 미래사회의 위기와 기회'를 주제로 청중과 통찰력을 공유했다.

마커스 명예교수는 AI가 초래할 위험에 초점을 맞추며 적절한 규제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그는 "AI의 역사는 아직 쓰이지 않았지만 현재 우리는 너무 과도하게 AI에 열광하는 경향이 있다"며 "AI가 모든 것을 해결할 수는 없다"고 밝혔다.

마커스 명예교수는 특히 AI가 만들어내는 가짜뉴스 등 거짓 정보에 대한 통제가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마커스 명예교수는 "요새 굉장히 많이 만들어지고 있는 거짓 정보가 시장을 왜곡하고 안보 문제까지 초래하고 있다"며 "이런 부작용에 대한 대책이 필요하고 국가적 차원에서 대처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반면 모란 파트너는 마커스 명예교수와 상반되는 의견을 제시했다. 그는 "자동차가 처음 나왔을 때 사람들 사이에서 '달리는 말이 더 낫다'는 얘기가 나왔을 정도였다"며 "하지만 지금은 자동차가 많이 발전했고 이와 관련한 규범이 생겨나면서 교통사고로 인한 사망자 수치도 내려갔다"고 말했다.

AI 역시 경험해보지 않은 분야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이 있지만 사람들이 AI를 활용하면서 규범이 생겨나고 위험은 통제될 것이라는 낙관론이다. 다만 두 사람은 AI가 보건 분야에서 전 세계인의 의료 접근성을 획기적으로 개선하는 데 큰 역할을 할 것이라는 데는 의견을 같이했다.

[전경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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