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로커 조우형, 대검 중수부의 100% 수사 대상이었다
대장동 자금책이자 천화동인 6호의 실소유자인 조우형 씨가 2011년 대검 중수부가 수사했어야 할 범위에 포함됐던 것으로 확인됐다. 조우형은 최근 논란이 된 '김만배-신학림' 대화 음성파일에 등장하는 인물이다. 그는 2011년 대검 중수부 조사를 받을 때, 김만배를 통해 박영수 변호사를 소개받았다. 이후 사건이 없어졌다는 게 음성파일 속 김만배의 발언이다.
검찰은 조우형이 단순 참고인에 불과했다고 설명한다. 애초에 대검 중수부가 수사할 대상이 아니란 얘기다. 그런데 뉴스타파 취재 결과, 조우형은 단순한 대출 브로커가 아니었다.
2011년 당시 대검 중수부의 주요 수사 대상은 '부산저축은행 대주주의 차명 법인'이었다. 그런데 조우형은 2021년 검찰 조사에서 '부산저축은행의 차명 사업장'을 본인이 운영했고, 지분도 나눠 가졌다는 취지로 실토했다. 조우형은 대주주인 박연호 부산저축은행 회장의 친인척이다.
이에 따라 대검 중수부는 당연히 조우형을 수사했어야 했다. 하지만 조우형과 관련된 회사들만 유독 대검 중수부의 수사망을 빠져나갔다. 뉴스타파는 수사 기록과 재판 기록 등을 바탕으로, 부산저축은행과 조우형이 합작한 것으로 보이는 '차명 사업장' 4곳을 찾아냈다.
조우형은 2011년 대검 중수부의 당연한 '수사 대상'
조우형 씨는 부산저축은행의 차명 사업장을 직접 운영했다.
뉴스타파가 여러 판결문과 검경 수사 자료, 조 씨 주변 인물들의 증언을 통해 파악한 결과, 조 씨는 부산저축은행의 차명 의혹을 받는 회사 4곳을 운영했다. 각 회사명은 ▲더뮤지엄양지 ▲뮤지엄 ▲벨리타하우스 ▲에이디디앤씨다.
2021년 11월 24일 조 씨는 검찰에 출석해 "'더뮤지엄양지'에서 시행했던 발트하우스의 지분에 대해 제가 5%, 부산저축은행이 95%를 소유했습니다"라고 말했다. '더뮤지엄양지'는 부동산 개발 시행사다. 경기도 용인시에 소재한 대형 타운하우스 발트하우스를 지어 팔았다. 타운하우스가 유행하던 시기여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위 진술조서를 보면 사실상 조우형은 스스로 더뮤지엄양지가 부산저축은행이 대주주인 차명 사업장이라고 실토한 셈이다.
정영학도 부산저축은행-조우형 관계 알았다
정영학 회계사도 '더뮤지엄양지'의 존재를 알고 있었다. 정 회계사는 올해 3월 16일 검찰 조사에서 '더뮤지엄양지'에 대해 "더뮤지엄양지에서 조우형이 공동대표로 돼 있었는데, 약 270억 원의 채무를 변제하지 못 한 것으로 돼 있습니다. 부산저축은행에 대한 채무인데..."라고 말했다.
실제 '더뮤지엄양지'의 감사보고서를 보면, 부산저축은행에서 수백억 원의 대출을 받았다. 현행법상 은행은 대주주나 특수관계인에게 함부로 돈을 빌려줘선 안 된다. 대주주가 차명으로 세운 회사에 '셀프 대출'을 해주는 것도 당연히 불법이다. 조우형과 정영학의 검찰 진술에 따르면 '더뮤지엄양지'는 부산저축은행 소유였고, 부산저축은행은 여기에 돈까지 빌려줬다. 2011년 대검 중수부가 중점적으로 수사하던 '차명 SPC 불법 대출' 형태 그대로다.
그렇다면 '더뮤지엄양지'와 조우형은 당연히 대검 중수부의 수사 대상이었다. 하지만 '더뮤지엄양지'를 포함해 조우형과 연관된 차명 의혹 법인은 검찰 수사망을 빠져나간 것으로 보인다.
조우형 수사했다면 대장동 부실 대출과 300억대 불법 사용도 적발됐을 것
대검 중수부가 조우형을 제대로 수사하지 않으면서 저축은행의 대장동 대출 문제도 함께 묻혔다. 일각에선 대장동 대출은 담보가 충분한 '정상 대출'이라고 주장하지만, 이는 사실이 아니다. 대출 한도를 피하기 위해 여러 법인에 쪼개기 대출을 하면서 담보를 설정하지 않은 경우도 있었다.
2009~2010년 대장동 업자들은 저축은행 대출금을 마구 빼내 썼다. 겉으론 정상적인 담보를 설정한 것처럼 보이게 한 뒤, 뒤로는 돈을 빼돌린 것이다. 2014년 예금보험공사가 뒤늦게 적발한 대출금 불법 사용 액수는 총 345억 원에 이른다. 여기에는 조우형이 부산저축은행 대출을 알선하고 받은 10억여 원도 포함돼있다. 그러나 2011년 대검 중수부는 대장동을 문제가 없는 사업장으로 분류했다.
결과적으로 피해를 본 것은 저축은행 예금자들이다. 예금보험공사가 아직까지 회수하지 못한 대장동 저축은행 대출금은 원금만 383억 원, 이자를 포함하면 2천억 원에 이른다. 대장동 개발로 1조 원에 가까운 수익이 발생했지만, 저축은행 피해자들에게는 단 한 푼도 돌아가기 어려운 상황이다.
뉴스타파 홍주환 thehong@newstapa.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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