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비아 대홍수 1만여명 실종…도시가 바다로 쓸려갔다

신윤재 기자(shishis111@mk.co.kr) 2023. 9. 13. 1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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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소 6000명 사망
시신 바다로 밀려가 수색 난항
세계 각국 긴급구호 손길
기후변화로 폭풍 강해지고
내전후 무정부상태 장기화
댐붕괴 징후 있었지만 무시
도시 전체 삼킨 홍수 12일(현지시간) 북아프리카 리비아의 동북부 연안도시 데르나가 홍수 피해로 초토화돼 있다. 지난 10일 리비아 북동부를 강타한 폭풍 '다니엘'로 폭우가 쏟아지면서 댐 2곳이 붕괴해 데르나에서만 6000명 이상이 사망했다. AP연합뉴스

내전으로 정치적 혼란이 계속되고 있는 북아프리카 리비아에서 홍수로 인해 지금까지 최소 6000명의 사망자와 1만명 이상의 실종자가 발생했다. 열대성 폭풍이 리비아 동북부를 강타한 상황에서 외곽에 있는 댐 2곳이 무너지면서 연안 도시를 휩쓸었다. 재앙적 피해로 확산된 것은 기후변화와 정치적 혼란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12일(현지시간) 미국 CNN 등에 따르면 리비아 내무성은 이날 최악의 피해를 입은 동북부 지중해 연안 도시 데르나에서만 사망자가 6000명 이상 발생했다고 밝혔다. 시신이 바다로 흘러 들어가 수색이 어려운 가운데 국제적십자사는 실종자가 1만명 이상에 달하는 것으로 보고 있어 사상자가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이재민도 4만명 넘게 발생했다. 현지 주민은 CNN에 "홍수로 가족 8명이 사망했다. 이건 재앙이다. 그저 기도할 뿐"이라며 절망감을 토로했다. 리비아 당국은 데르나 등 피해 지역을 재해 지역으로 지정하고 사흘의 애도 기간을 선포했다.

로이터통신에 올라온 영상에는 침수된 집, 뿌리를 드러내고 쓰러져 있는 나무, 강으로 변해버린 거리에서 떠내려가고 있는 차들의 모습이 담겼다. 사건 직후 데르나를 방문한 리비아 동부 지역 당국자는 "곳곳에 시신들이 너부러져 있다. 도시 전체의 25%가 사라진 괴멸적 상황"이라고 말했다.

리비아 동부 지역 보건당국에 따르면 이날 기준 시신 1500구 이상이 수습됐고 이 가운데 절반 이상이 매장됐다. 하지만 병원이 운영되지 않는 데다 영안실도 가득 차 시신 수백 구가 그대로 부패되고 있으며, 신원을 파악할 생존자도 부족한 것으로 전해졌다. 군부대와 현지 주민들이 구호 작업에 나섰지만 외부에서 데르나로 이어지는 도로가 끊어져 접근이 어렵고 통신과 전기도 모두 끊어져 난항을 겪고 있다.

이번 리비아 사태의 원인으로는 기후변화와 정치적 혼란이 지목된다. 지중해에서는 매년 열대성 저기압이 발생하는데 이번처럼 대규모 피해가 동반된 건 이례적이다. 전문가들은 기후변화가 참사를 초래한 원인 중 하나일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독일 라이프치히대 소속 기후과학자 카르스텐 하우슈타인은 "따뜻해진 물은 강수를 촉진할 뿐 아니라 폭풍을 더욱 격렬하게 만든다"고 지적했다. 지중해 온도가 예전보다 훨씬 높아졌으며 이것이 폭풍과 폭우를 부채질했다는 것이다.

다만 리비아에서 최악의 피해를 부른 직접적 원인인 댐 붕괴는 '예견된 인재(人災)'였다는 비판도 나온다. 예전부터 수차례 데르나 지역 댐이 무너질 수 있어 보수 작업이 필요하다는 경고가 잇따랐음에도 혼란스러운 정치 상황 속에서 사실상 방치돼 피해를 키웠다는 것이다. 리비아는 2011년 '아랍의 봄' 혁명 여파로 무아마르 카다피 정권이 무너진 뒤 동부를 장악한 리비아국민군과 서부의 통합정부가 대립하는 무정부 상태가 이어지고 있다.

세계 각국은 리비아에 수색대와 구호품 등 지원 물자를 보내고 있다. 11일 튀르키예가 보낸 구호품이 벵가지에 도착했고 이탈리아와 아랍에미리트(UAE)도 구호 인력을 파견하기로 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12일 성명을 통해 "홍수 피해로 사랑하는 가족을 잃은 리비아의 모든 이에게 깊은 애도를 표한다"며 긴급 구호 자금을 지원한다고 밝혔다.

[신윤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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