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통독'서 배울건…과정보다 통일후 재건방식
옛독일과 현재 한국 상황 달라
젊은층 통일열망 식지 않아야
한국서도 기회의 창문 열릴 것
◆ 세계지식포럼 ◆
"한국이 독일 통일 과정에서 배워야 하는 것은 과정 그 자체가 아니라 통일 후 동독의 도시 재건 프로그램과 철학입니다."
제24회 세계지식포럼 연사로 초청된 만프레트 키르히게오르크 전 라이프치히대 총장은 13일 매일경제미디어그룹과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밝혔다. 그는 독일 경영학자이며 마케팅 관리 분야 전문가로 1998년부터 라이프치히대 경영대학원인 HHL(HandelsHochschule Leipzig)의 재건을 이끌었다.
그는 "뮌스터대 스승이자 마케팅 개념을 독일에 도입한 헤리베르트 메페르트 교수와 함께 통일 독일의 방향성을 고민하다 옛 동독 지역에 대한 열정을 갖게 됐다"며 "독일에서 가장 오래된 대학 중 하나인 라이프치히대와 HHL을 재건하는 임무를 맡게 됐다"고 말했다.
라이프치히는 독일 통일 이후 가장 혁신에 성공한 도시로 꼽힌다. 역사와 전통을 존중하면서도 새로운 상상력을 통해 변화와 성장을 거듭해왔다. 그 결과 동독 지역은 어둡고 위험하다는 편견을 깨고 인구가 유입되는 대표적인 도시로 변모했다.
키르히게오르크 전 총장은 "통일 후 더 이상 경쟁이 아니라 우리가 배운 마케팅과 지속가능경영 등을 불어넣은 도시로 바꾸고 싶었다"며 "이 역사적인 도시를 만드는 데 정부와 기업이 모두 같이 움직였다"고 말했다.
통일 후 처음 도착했을 때 붕괴된 건물이나 화학공장 등으로 인해 오염된 강과 도시를 보며 열정을 갖고 이 도시를 변화시킬 인재를 끌어모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는 "창업가정신이나 도전정신을 가진 인재가 유입되면서 대학뿐 아니라 도시 전체가 바뀌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의 현재 상황이 독일 통일 때와는 매우 다르다고 진단했다. 그는 "독일은 통일 전에도 교류가 있었으며 동구권 붕괴 등 기회의 창문이 열려 있었다"면서 "반면 한국은 북한 정권의 보다 강력한 통제 등으로 인해 기회의 창문이 닫힌 상태"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그는 젊은 세대가 통일에 대한 열정을 잃지 않기를 주문했다. 독일 엘리트와 지식층이 동독 지역으로 이주해 통일 이후 하나의 통일 독일을 위해 노력했지만 그 준비는 라이프치히의 통일을 위한 촛불기도 등에서 이미 잉태됐다는 얘기다. 라이프치히에선 1989년 베를린장벽이 무너지기 전인 1982년부터 시민들이 민주와 평화를 열망하며 촛불을 들기 시작했다.
그는 "'우리는 하나의 국민이다(Wir sind das Volk)'란 구호의 이 운동은 100명이 시작해 10만명의 운동이 됐다"며 "이 촛불기도 같은 것이 생겨날 수 있어야 기회의 창문이 열릴 때 한국도 통일을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동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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