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불붙은 고려아연 지분戰…승자는?
장형진 회장 측과 차이 좁혀
현대차 유상증자 참여시 역전
내년 3월 이사회 표대결 염두
70년 동업관계 결별 초읽기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과 특수관계인들이 이달 들어 고려아연 지분 매입에 속도를 내고 있다.
다음달 제3자 배정 유상증자로 고려아연 지분 5%를 보유하게 되는 현대자동차그룹을 우군으로 확보한 가운데 지분 추가 매집을 통해 장형진 (주)영풍 회장 측과 격차를 확실히 벌리려는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고려아연을 2차전지 소재·수소사업 회사로 전환시키겠다는 구상을 현실화하려면 장씨 가문과 70년 넘게 이어온 동업관계 결별이 불가피하다는 최 회장 구상이 구체화하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13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최 회장과 특수관계인들은 이달 들어 고려아연 주식 1만5286주(0.08%)를 매입했다. 최 회장은 물론 일가친척 15명이 지분을 사들이며 힘을 보탰다.
이에 따라 최 회장과 특수관계인 지분율은 16.03%로 소폭 상승했고 여기에 최 회장 측 우호 주주인 한화그룹(8.08%) LG화학(1.97%) 한국타이어(0.78%) 등을 합하면 최 회장 측 지분율은 28.62%에 이른다.
최 회장과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 장 회장 측 지분율은 △장 회장과 특수관계인 5.12% △(주)영풍 26.11% △에이치씨 등 관계사 1.99%를 더해 33.22%다.
장 회장 측은 지난 3월부터 최근까지 1000억여 원을 들여 고려아연 주식 약 20만주를 매집했다. 장 회장 조카인 장세욱 시그네틱스 부회장도 사재를 들여 고려아연 주식을 사들이는 등 이번 지분 매입 경쟁은 최·장 집안 간 경쟁 구도로 전개됐다.
양측이 이처럼 치열한 지분 매수 경쟁을 벌인 가운데 장 회장 측이 최 회장 측을 4.6%포인트 앞선 상황이다. 하지만 다음달 6일 현대차그룹 신주가 상장하면 최 회장 측 지분율은 장 회장 측 지분율을 소폭 앞지르게 된다.
앞서 현대차그룹은 지난달 30일 현대차·기아·현대모비스가 공동 투자해 설립한 해외 법인인 HMG글로벌이 제3자 배정 유상증자를 통해 고려아연 지분 5%(104만5430주)를 확보한다고 밝혔다.
HMG글로벌은 지난해 현대차그룹이 그룹 신사업과 미래 전략에 투자할 목적으로 설립한 미국 현지법인이다. 전체 유상증자 규모는 5272억원이다.
최 회장이 현대차 투자를 유치하고 최근 지분을 매집하는 것은 고려아연을 독자경영하겠다는 강력한 의지가 반영된 움직임으로 해석된다.
고(故) 장병희·최기호 창업주가 설립한 영풍그룹은 고려아연 계열사를 최씨 일가가, 전자 계열사를 장씨 일가가 맡는 분리경영을 해왔다.
하지만 최 회장은 지난해 취임한 이후 재계 총수 간 네트워크를 통해 한화그룹과 LG화학 등을 우호 주주로 확보하고 나섰다.
장 회장 측은 최 회장 측의 우군 확보에 대응해 올해 3월부터 고려아연 주식 20만여 주를 매집하며 지분율 격차를 벌리려고 했지만 현대차가 5000억원대 유상증자에 참여하기로 하면서 일격을 당한 셈이 됐다. 시장에선 현대차가 최 회장의 우군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2년여 전 장씨 일가 지분율이 최씨 일가 지분율을 10%포인트 이상 앞섰다는 점을 감안하면 다음달 지분율 역전은 장 회장 측에 상당한 충격이 될 것으로 보인다.
최 회장 측의 속도전은 짧게는 내년 3월 정기 주주총회를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최 회장과 장 회장의 고려아연 이사회 임기가 내년 3월 종료되는 터라 표 대결을 통해 한쪽이 이사회에서 물러날 가능성도 거론된다.
다만 제3자 배정 유상증자와 지분 교환 등으로 우군을 확보해온 최 회장 전략이 장기적으로는 고려아연에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현대차 한화 LG 한국타이어 등과 피를 섞는 동맹관계를 맺게 되면서 배당에 대한 부담도 커졌기 때문이다.
2차전지 소재 등 신산업 분야에 투자할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상당 규모 이익을 내부적으로 유보할 필요가 있는 상황에서 이들 우호 주주에 대한 배려를 소홀히 할 수 없어서다.
실제 2019년 주당 1만1000원 수준이던 고려아연 연간 배당 규모는 2021년 1만5000원, 2022년 2만원으로 급등하는 추세다. 올해에는 17년 만에 중간배당을 실시하는 등 주주친화 정책을 강화하는 모습이다.
[오수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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