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푸틴, 보란 듯 ‘브로맨스’ 과시…내친김에 ‘보스토치니 선언’까지?

2023. 9. 13. 17: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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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러시아 제국주의와의 성전 함께 할 것”
푸틴 “경제협력·인도적 문제·한반도 정세 논의”
북러, 구체적인 합의 내용까지 공개할 지 주목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13일(현지시간) 러시아 아무르주 보스토치니 우주기지에서 북러정상회담을 가졌다. [TASS]

[헤럴드경제=신대원 기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13일(현지시간) 러시아 극동 아무르주 보스토치니 우주기지에서 북러정상회담을 가졌다.

김 위원장과 푸틴 대통령은 한국과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의 북러 군사협력 확대에 대한 우려와 경고에도 불구하고 보란 듯이 ‘브로맨스’를 과시했다.

김 위원장은 북러정상회담 모두발언에서 우크라이나 전쟁과 관련 러시아가 서방에 맞서 성전을 벌이고 있다면서 “제국주의와 맞서 싸우는 데 함께 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러시아는 반대하는 패권세력에 맞서 주권과 안보를 수호하기 위한 성스러운 싸움에 나섰다”며 “우리는 항상 푸틴 대통령과 러시아 지도부의 결정을 전폭적으로 지지해왔다”고 강조했다.

김 위원장의 발언을 두고 우크라이나와 전쟁중인 러시아에 탄약과 포탄 등 재래무기 지원 의지를 내비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뒤따른다.

김 위원장은 북러관계에 대해서는 구 소련의 북한 정권 수립 기여 등 양국이 오랜 우호관계를 맺고 있다는 점을 언급한 뒤 “지금도 우리나라의 최우선 순위는 러시아와의 관계”라며 “이번 회담이 양국관계를 새로운 수준으로 끌어올릴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푸틴 대통령은 이번 북러정상회담이 북러 수교 75주년이자 북한 정권 수립 75주년에 성사됐고, 러시아가 북한을 처음 인정한 국가라는 점을 부각시키면서 “특별한 시기에 열리고 있다”고 화답했다.

푸틴 대통령은 북러정상회담에 앞서 보스토치 우주기지에서 김 위원장을 맞이할 때는 “당신을 만나 정말 반갑다”며 “이곳이 우리의 새로운 우주기지다. 당신께 보여드리고 싶다”고 말한 뒤 기지 내 시설을 직접 소개했다.

푸틴 대통령은 북한의 인공위성 개발을 도울 것인지를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는 “그래서 우리가 이곳에 온 것”이라면서 “김 위원장은 로켓 기술에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그들은 우수한 프로그램을 개발하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답변해 북한이 내달 세 번째 발사를 예고한 군사정찰위성 지원을 시사하기도 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13일(현지시간) 러시아 아무르주 보스토치니 우주기지에서 북러정상회담을 가졌다. [AFP]

핵·탄도미사일 도발과 우크라이나 전쟁 등으로 각각 고강도 제재와 압박에 직면해 국제무대에서 고립무원 신세에 처한 북한과 러시아는 이번 정상회담에서 폭넓은 의제를 논의했을 것으로 보인다.

김 위원장은 북러정상회담에 앞서 “우리는 정치, 경제, 문화를 포함한 아주 많은 의제를 갖고 있다”고 밝혔다.

푸틴 대통령 역시 “우리는 경제 협력, 인도주의적 문제, 한반도 정세에 대해 확실히 이야기할 필요가 있다”고 호응했다.

앞서 러시아 크렘린궁은 북러정상회담에서 경제, 무역, 문화 교류 등 양국 협력에 초점을 맞출 것이라는 입장을 내놓은 바 있다.

특히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북러정상회담에서 무기 거래에 대해 논의할 지에 대해 “물론 이웃국가로서 공개나 발표돼서는 안 되는 민감한 분야에서 협력하고 있다”며 애써 부인하지 않았다.

국제사회는 북한이 러시아에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활용할 포탄과 탄약 등 재래무기를 지원하고, 이에 상응해 러시아가 북한에 식량 지원과 함께 군사정찰위성이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비롯한 진전된 대량살상무기(WMD) 연관 기술을 이전할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일각에선 북러가 이번 정상회담을 통해 다양한 분야에서 협력을 명시하는 이른바 ‘보스토치니 선언’을 내올 수 있다는 관측까지 나온다.

북러관계를 한미동맹과 단순 비교할 수는 없지만, 김 위원장과 푸틴 대통령이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이 지난 4월 도출한 ‘워싱턴 선언’과 유사한 형식의 구체적인 내용의 합의를 내올 수 있다는 것이다.

워싱턴 선언은 북한 핵·미사일 위협 고도화에 따라 한미 핵협의그룹(NCG) 신설, 전략핵잠수함(SSBN)을 비롯한 미 전략자산의 정례적인 한반도 전개 확대, 핵 위기 상황에 대비한 도상 시뮬레이션 등 ‘한국형 확장억제’의 구체적인 내용을 담았다.

shindw@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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