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란 제거·강경파 중용·MB 그림자…윤석열 정부 9·13 개각 특징

유정인 기자 2023. 9. 13. 1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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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후보자(왼쪽부터), 김행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 신원식 국방부 장관 후보자가 13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김대기 대통령 비서실장의 2차 개각 발표 브리핑에 배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13일 소폭 개각을 단행한 데는 그간 정부와 코드를 맞춰 온 강성 인사들을 전면에 배치해 국정 장악력을 높이려는 뜻이 깔린 것으로 보인다. 이명박(MB) 정부 고위직 출신을 다시 고위직에 중용하는 특징은 반복됐다. 이와 함께 채모 해병대 상병 수사 외압 의혹, 세계잼버리대회 파행 사태 책임론에 대해 주무 부처 수장을 교체하는 출구전략을 폈다. 대통령실은 국방장관 교체를 두고 “채 상병 건과 전혀 관련이 없다”고 했지만 윤 대통령 수사 외압 의혹과 관련한 “꼬리자르기 개각”이라는 비판이 제기된다.

윤석열 정부 출범 후 1년 4개월 동안 3명의 장관 후보자를 동시에 교체 발표한 건 이례적으로 ‘상대적 대폭’ 개각으로 여겨진다. 그간 윤 대통령은 “국면전환용 개각은 없다”며 상시 인사 기조를 밝혀왔다. 중앙 부처 장관들이 몇 차례 바뀌었지만 한 명씩 핀셋 교체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이번 인사는 각종 의혹과 논란의 중심에 선 부처 장관들이 포함됐다는 점에서 ‘국면 전환’ 성격이 있다는 평가를 피하긴 어렵다. 이종섭 국방장관 교체가 대표적이다. 국방부는 채 상병 순직 사건 수사 외압 의혹으로 야당이 특별검사 도입을 주장하는 등 정국 핵심 이슈와 닿아있는 부처다. 윤 대통령의 직접 개입 의혹까지 불거지면서 정기국회 국정감사에서도 국방부를 향해 대대적인 공세가 예상됐다. 윤 대통령은 이 장관을 교체하면서 일단 의혹 해소를 위한 핵심 다리 하나를 끊어뒀다. 국방 분야를 다루는 국가안보실 2차장과 국방비서관 교체도 예고된 상태다.

여성가족부 장관 교체 역시 ‘통상적인 업무 평가’에 따른 수시 인사보다는 잼버리 파행 운영 사태에 책임을 지우는 성격이 짙다.

새로 내각에 합류할 인사들의 면면을 두고는 ‘강경파 전진배치’ 성격이 두드러진다. 신원식 국방부장관 내정자는 홍범도 장군 흉상 이전을 최초로 주장하며 강경 우파 시각을 드러내 왔다. 윤 대통령의 ‘국가정체성’을 내건 이념 정치와 코드를 맞추면서 강경한 방향으로 국방 정책을 이끌 거란 평가가 나온다.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내정자는 MB 정부 당시 문화계 블랙리스트 연루 의혹 등을 두고 하마평 단계에서부터 논란이 되고 있다. 유 내정자는 문재인 정부 당시 이같은 내용의 국가정보원 적폐청산 태스크포스(TF) 발표가 나오자 부인했다.

윤 대통령은 지난 6월 김영호 통일부 장관 내정과 ‘대통령실 출신’ 차관 대거 인사를 발표하면서 ‘강경파 전진배치’ ‘직접 국정장악’이라는 취임 2년 차 인선 방향을 뚜렷이 한 바 있다. 이번 인선에도 이같은 특성이 유지된 것으로 분석된다.

유 장관 내정자 인선으로 MB 정부 인사들의 귀환도 다시 확인됐다. 유 장관 내정자가 임명되면 국무위원 중 MB 정부 장관 출신은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에 이어 두 명으로 늘어난다. 이동관 방통위원장과 유 장관 내정자까지 MB의 최측근으로 불린 두 명이 ‘표현의 자유’와 연관된 언론·문화 정책을 책임지게 된다.

더불어민주당은 “꼬리 자르기 개각”이라며 비판했다. 권칠승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브리핑에서 “(국방 장관 교체는) 대통령으로 향하는 의혹을 잘라내기 위한 꼬리 자르기 개각”이라며 “이념전사들을 보강해 불통정부를 더욱 강화하겠다는 오기 인사”라고 말했다. 그는 유 내정자 인선은 “과거 막말과 문화예술계 인사 탄압을 자행한 장본인으로서 후안무치한 재탕후보의 전형”, 김 내정자 인선은 “김건희 여사와 20년 지기로 사실상 여성가족정책을 김건희 여사에게 넘기겠다는 말”이라고 비판했다.

유정인 기자 jeongi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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