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정부 장관이면 어떠냐"...尹의 개각, 시점부터 인물까지 파격

안채원 기자, 박종진 기자 2023. 9. 13. 17: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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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300]
[서울=뉴시스] 윤석열 대통령이 12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대통령실 제공) 2023.09.12. *재판매 및 DB 금지

13일 윤석열 대통령이 단행한 2차 개각에서는 정치적 고려보다 필요한 시기에 자신이 원하는 인재를 기용하는 것이 우선이라는 윤 대통령의 인사 철학이 고스란히 드러났다는 평가가 나온다. 개각 시점부터 인물 선택까지 과거의 정치문법을 완전히 벗어나는 파격이다.

윤 대통령은 이날 오후 국방부 장관 후보자에 신원식 국민의힘 의원,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후보자에 유인촌 대통령실 문화체육특보,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에 김행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을 각각 지명했다.

당초 정치권에서는 9월 중순 개각 단행의 가능성을 낮게 봤다. 9월 중 윤 대통령의 해외 순방 일정이 다소 길게 예정돼 있고 곧 추석 연휴인데다 10월부터 국정감사가 진행되는 점 등이 이유다.

한 여당 관계자는 "긴 순방이 예정된 달에는 보통 대통령이 내치보다는 외교에 주안점을 두고 메시지를 내는 경향이 있다"며 "또 정치권에서 가을은 정기국회와 국감이 진행되는 중요한 시기라 인사청문회 정국을 만들기엔 부담스러운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또 지금처럼 명절을 앞둔 시점엔 개각을 자제하는 게 일반적이다. 자칫 인사청문회를 앞두고 명절 밥상에 장관 후보자의 흠결이 오르내리고, 이것이 국정 지지도에 악영향을 줄 수도 있어서다.

그러나 대통령실 참모의 기류는 달랐다. 8월 말쯤부터 9월 중 추가 개각이 있을 수 있다는 얘기가 꾸준히 나왔다. 참모들은 인사와 관련한 직접적인 언급을 피하면서도 "인사권자가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 할 수 있는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9월 초부터는 인도네시아·인도 순방 직후 개각이 단행될 가능성이 높다는 기류가 본격적으로 형성됐다.

이는 기존 정치문법을 탈피한 윤 대통령만의 인사 철학을 참모들이 이해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윤 대통령은 그간 전격적인 개각보다는 필요할 때 필요한 만큼만 인사를 발표하는 '적재적소'식 개각을 추구해 왔다. 정치적으로 적절한 시기를 고민하기보다는, 국정 운영과 정책 추진에 있어 인물 교체가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시기에 인사를 단행한다는 얘기다.

특히 인사청문회 정국을 두려워하며 피하기보단 직접 돌파하려는 의지를 보인다는 점에서 정치인 출신이 아닌 대통령의 새로움이 엿보인다는 평가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사실 인사청문회 정국이 이어지면 새로운 의혹들이 계속 발생할텐데 어떤 정치인이 추석 밥상에 장관 인사청문회 얘기를 올리고 싶겠나"라며 "하지만 대통령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국 주도를 위해 반드시 해야 하는 일이라는 인식이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뉴스1) 오대일 기자 = 13일 오후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정무직 인선 발표 브리핑에서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후보자에 지명된 유인촌 대통령실 문화체육특별보좌관(왼쪽부터)과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에 지명된 김행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 국방부 장관 후보자에 지명된 신원식 국민의힘 의원이 김대기 비서실장의 발표를 경청하고 있다. 2023.9.13/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날 지명된 장관 후보자들의 면면을 봐도 장관급 인사 기용에 있어 능력과 정무 감각, 대야 전투력을 중요하게 보는 윤 대통령의 스타일이 그대로 반영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신 의원은 육군 중장 출신으로 합참 합동작전과장, 국방부 정책기획관, 합참 작전본부장 등을 지낸 연합·합동작전 전문가다. 최근 국가안보실 제2차장과 국방비서관 등 대통령실 국방 참모라인을 합동작전 전문가로 교체키로 한 것과 같은 맥락으로 읽힌다. 한미 핵협의그룹(NCG) 출범, 캠프 데이비드 한미일 정상회의 등으로 관련 분야에 정통한 인사가 국방사령탑을 맡을 필요성이 커졌다. 또 신 의원은 현안이 터질 때마다 당내 의원총회 등에서 동료들에게 배경을 설명하는 역할을 수행하는 한편 야당의 공세에 앞장서 맞서 싸웠다.

이처럼 발 벗고 나서 목소리를 낼 줄 아는 전문가가 장관을 맡아야 한다는 게 윤 대통령의 생각인 것으로 알려졌다. 윤 대통령은 지난달 29일 국무회의 비공개 시간에 "여야의 스펙트럼이 너무 극단적인 상황에서는 점잖게 이야기해서 될 일이 아니다. 국무위원들은 논리와 말을 가지고 싸우라고 그 자리에 있는 것"이라고 당부했다. 장관들은 모두 정무직 공무원인 만큼 적극적으로 나서 공격에 대응하고 국민을 설득하라는 지시다.

유 특보가 문체부 장관에 지명된 것도 비슷한 이유다. 앞서 이명박 정부에서 문체부 장관을 한 차례 역임한 바 있지만, 이 과정에서 입증된 유 특보의 업무 추진력과 조직 장악력 등이 높이 평가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과 함께 이명박 정부 시절 장관을 같은 자리에 그대로 기용한다는 비판이 예상됨에도 불구하고 적재적소 최우선 원칙에 따라 인사를 단행한 셈이다.

김 전 비대위원은 박근혜 정부에서 청와대 대변인을 지냈다. 대통령 참모와 여당 지도부로서의 경험 등을 두루 갖춘 만큼 부처 폐지를 앞두고 고도의 정무적 감각을 요구하는 여가부 장관 자리에 어울리는 인사라는 평가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이날 인사에 대해 "인재를 중용함에 있어서 과거 정부에 한 번 몸 담았다, 안 담았다 그거는 뭐 저희 정부에서 큰 기준은 아니다"라며 "중요한 건 전문성과 책임감을 가지고 현재 그 자리에서 역사적 소명을 다할 수 있느냐, 그걸 집중적으로 봤다"고 설명했다.

안채원 기자 chae1@mt.co.kr 박종진 기자 free21@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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