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H지수 추락에···은행 ELT서 반년새 2.5조 빠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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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의 주가연계신탁(ELT) 잔액이 올 들어 1조 6000억 원 가까이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홍콩H지수가 급락하자 홍콩 증시와 연계된 상품들의 손실을 우려한 투자자들이 재투자를 꺼리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신탁에 편입되는 H지수 연계 ELS 대부분이 이미 손실 구간에 진입했고 실제 한 은행에서 2년여 전 판매해 만기가 도래한 홍콩H지수 기초 ELS는 40억 원의 원금 손실이 확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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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지수 연계 ELS 손실구간 진입
中경기 부정적 전망에 중도상환
조기상환된 자금은 재투자 꺼려
증권사들도 상품 운용규모 축소
"채권·ETF로 자금 이동 분위기"
은행의 주가연계신탁(ELT) 잔액이 올 들어 1조 6000억 원 가까이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홍콩H지수가 급락하자 홍콩 증시와 연계된 상품들의 손실을 우려한 투자자들이 재투자를 꺼리고 있기 때문이다.
13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 등 4대 시중은행의 지난달 말 기준 ELT 잔액은 23조 5132억 원으로 전달보다 6836억 원 줄었다. 올해 초(25조 1080억 원)와 비교해서는 1조 5948억 원 감소했고 올 들어 잔액이 가장 많았던 2월(26조 239억 원)보다는 2조 5107억 원이나 급감했다. 은행권 전반에서도 ELT 판매는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7월 말 기준 국내 은행의 ELT 잔액은 29조 372억 원으로 지난해 3월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ELT는 증권사들이 발행한 주가연계증권(ELS)이나 주가연계파생결합사채(ELB)를 신탁 형태로 편입해 판매하는 상품이다. 이 때문에 수익 구조는 ELS와 동일하다. ELS는 만기일까지 기초자산 가격이 정해진 수준 아래로 떨어지지 않으면 원금과 보장된 이자를 지급한다. 보통 3개월이나 6개월 단위로 중간 평가를 거친 뒤 조건을 만족하면 조기 상환이 이뤄진다.
ELT는 은행들의 신탁 판매액의 20~30% 비중을 차지하며 효자 상품 역할을 해왔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증시가 회복 구간에 들어서면서 ELS 상품이 불티나게 팔림에 따라 비이자이익 성장 활로를 모색하는 은행들에 숨통을 틔워줬다. 하지만 최근 홍콩H지수가 급락하면서 정체되기 시작했다. 홍콩H지수는 올해 초만 해도 7000선 안팎에서 등락하다 부진한 경제지표와 부동산 위기가 한꺼번에 겹치며 추락을 거듭해 지난달 21일에는 6030.64까지 떨어졌고 이달 들어서도 6300선을 넘지 못하고 있다. 이에 신탁에 편입되는 H지수 연계 ELS 대부분이 이미 손실 구간에 진입했고 실제 한 은행에서 2년여 전 판매해 만기가 도래한 홍콩H지수 기초 ELS는 40억 원의 원금 손실이 확정됐다. 향후 중국 경기를 부정적으로 보는 고객들은 손실을 감수하며 중도 상환에 나섰다. 시중은행의 한 관계자는 “ELT의 경우 6개월마다 조기 상환과 재투자가 이어지면서 몸집을 불려왔는데 원금 손실에 대한 두려움이 커지면서 투자자들이 조기 상환된 자금을 재투자하는 데 주저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최근 쿠폰(이자)이 많이 오르면서 채권을 비롯해 상장지수펀드(ETF)로 투자 포트폴리오가 조정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ELS 상품을 공급하는 증권사들이 북(BOOK·자금 운용 한도) 운용 전략을 보수적으로 바꾼 점도 한몫했다. 증권 업계의 한 관계자는 “중화권 증시의 불안에 따른 변동성 확대에 운용 손실 가능성이 커지고 조기 상환이 아닌 만기 상환까지 끌고 갈 경우 거래 비용이 늘어나는 위험에 노출될 수 있어 북 관리를 철저히 하다 보니 파생상품 운용 규모가 이전보다 줄었다”고 설명했다.
다만 중국 정부가 연말에 경기 부양 카드를 꺼내 드는 등 상환 여건이 개선될 수 있다는 기대감도 번지고 있는 만큼 속단은 이르다는 전망도 나온다. 신탁 업계의 한 관계자는 “개별 종목에 투자할 때 저가 매수하듯 ELS도 저점에서 투자하면 손실 가능성을 낮출 수 있다”며 “ELS 투자 경험이 있는 사람들은 지수가 하락했을 때 ELS를 더 많이 찾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한동희 기자 dwise@sedaily.comCopyright © 서울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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