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천막에서 당대표실로···체포동의안 표결 때까지 연장?

신주영 기자 2023. 9. 13. 17: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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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식 14일째인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3일 국회 당대표회의실에서 자리에 누워 있다. 박민규 선임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3일 단식 농성장을 국회 본청 앞 천막에서 당대표 회의실로 옮겼다. 이 대표는 주변의 잇단 단식 만류에도 “(윤석열 정부가) 모든 수단을 동원해도 꿈쩍도 안 한다”면서 단식을 멈추지 않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이 대표 단식에 대한 평가는 당내에서 엇갈린다. 단식으로 정부·여당에 대한 반감이 더욱 커지면서 하나로 뭉친 당의 모습을 보여준다는 평가와 함께 자신의 체포동의안 표결을 염두에 둔 단식 아니겠느냐는 비판적 목소리가 나온다.

이 대표는 단식 14일 차를 맞은 이날 국회 본청 앞 천막에서 본청 내 당대표 회의실로 이동해 단식을 이어갔다. 박성준 대변인은 최고위원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단식을 더 이어가겠다는 당대표의 결연한 의지가 담겼다”고 말했다. 박 대변인은 장소 변경에 대해 “(이 대표) 건강 상태가 상당히 좋지 않고 기력이 상당히 떨어진 상황”이라며 “체력 소모를 최소화하기 위해서”라고 설명했다. 박 대변인은 “당대표는 단식(지속)에 대해서 단호한 입장”이라고 강조했다. 박 대변인에 따르면 이 대표는 주로 누워 있으나 1시간~2시간 정도는 접견 등 일정을 공개할 예정이라고 한다. 이 대표 측 관계자는 “이 대표 건강 상태가 좋지 않아 공개 일정이 예전보다는 줄어들지 않겠느냐”고 전했다.

이날 당대표실 회의실에는 단식을 멈출 것을 요청하는 발길이 이어졌다. 최고위원들, 당 최대 의원 모임 ‘더좋은미래’(더미래), 초선 의원 모임 ‘더민초’, 김근태계 정책모임 ‘경제민주화와 평화통일을 위한 국민연대’(민평련) 등 당내 인사들이 이 대표를 방문했다. 노영민 전 청와대 비서실장은 이날 오후 이 대표를 찾아 “문재인 전 대통령이 정말 깊게 걱정을 하고 계신다”고 전했다. 노 전 실장은 “국익이나 민생보다는 이념이 우선시되는 상황에서 당대표의 건강이 중요하다. 엄중한 상황에 대처하려면 빨리 단식을 중단하고 건강을 회복해야 된다”는 취지의 문 전 대통령 당부를 전했다. 이 대표는 “감사한 말씀”이라고 답했다.

이 대표는 잇단 만류에도 단식을 이어가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이 대표는 더미래 소속 의원들과 만난 자리에서 윤석열 정부를 겨냥해 “말로 해도 안 되고 일상적인 모든 수단을 동원해도 꿈쩍도 안 할 뿐만 아니라, 오히려 보란 듯이 더 한다”면서 “상식을 파괴하는 게 어떤 건지 보여주겠다는 태도로 보인다”고 말했다. 민평련 인사들 접견 자리에서는 “국민이나 역사에 대한 두려움이 전혀 없는 분들 같다”고 정부를 비판했다. 이 대표는 또 “국민이 지금이야 말 없이 복종하고 억압 당해도 침묵하는 것 같지만 그것도 켜켜이 쌓이는 거 아니겠나”라고 했다. 당대표 회의실을 찾은 우원식 의원은 정부에 대해 “정치의 기본도 안 돼 있다”면서 “어떻게 이럴 수가 있나. (단식한 지) 14일이 됐는데 아무도 안 오고”라고 비판했다.

단식 2주를 맞은 이 대표 건강 상태는 악화한 것으로 보인다. 이 대표는 이날 의원 접견 시간 외에는 대부분 드러누워 있었다. 이 대표 비서실장인 천준호 의원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이 대표 건강 상태와 관련한 의료진 소견을 전했다. 천 의원은 “이 대표의 체온, 혈당, 혈압 등은 심각하게 비정상적이진 않다. 다만 저체온증 등으로 인한 신체 기능의 저하 증상을 보이고 있다”면서 “지금이라도 단식을 중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전했다.

이 대표 단식이 체포동의안 표결을 염두에 둔 것 아니겠느냐는 목소리도 나온다. 한 비명계 의원은 통화에서 “추상적인 단어를 써서 단식 목표가 뭔지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한 재선 의원은 통화에서 “단식은 단식이고 (체포동의안) 표결은 표결”이라며 했다. 그는 “영향을 주더라도 (표결) 구도를 바꾸긴 어려울 것”이라면서 최근 불거지는 동정론에 대해 “일시적”이라고 진단했다.

이 대표 단식이 산적한 이슈를 삼켜버렸다는 문제 제기도 나온다. 한 중진 의원은 통화에서 당 상황에 대해 “겉에 드러난 건 당이 여러 이견이 표출이 안 되고 조용한 듯 싶지만 그 수면 밑에는 뭐 하나 해결된 게 없지 않나(는 여론이 있다)”라면서 “오히려 그것이 더 절망적”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대표 단식은 민주당이 대오각성하고 개과천선해야 할 그런 과정을 모르핀 주사 맞듯이 스쳐 지나가고 있는 것”이라면서 “강 대 강 대치 정국이 오히려 우리 내부의 혁신이나 개선을 위한 노력을 게을리하게 하고, 잊고 지나가게 한다”고 말했다.

신주영 기자 j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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