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동정담] 검은 반도체
김밥은 한국인의 솔푸드다. 다양한 속 재료를 자랑하는 프리미엄 김밥이 대거 등장했지만, 여전히 간단히 한 끼를 해결하고 싶을 때 가장 먼저 떠올리는 음식이다.
그런 김밥이 미국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품절 대란의 주인공은 한국인들에게도 낯선 냉동 김밥이다. 이름도 한국 발음 그대로 'KIMBAP'이다. 틱톡에 영상을 올려 냉동 김밥 열풍에 일조한 한국계 미국인 세라 안 씨는 "초등학교 때 어머니가 도시락으로 김밥을 싸주셨는데, 반 친구들이 '왜 그렇게 역겨운 음식을 먹느냐'고 물었다. 당시에는 부끄러웠는데, 김밥이 지금 이렇게 인기를 끌다니 감격스럽다"고 말했다.
과거 '검은 종이(black paper)'로 불리며 바다의 잡초 취급을 받았던 김의 위상이 달라졌다.
김밥은 물론 김스낵, 김부각 등이 간식으로 인기를 끌면서 2010년 1억1000만달러에 불과했던 김 수출액은 지난해 6억5000만달러로 6배 가까이 늘었다. 농수산식품을 통틀어 라면에 이은 수출 2위 상품이 됐다. 수출국도 114개국으로 늘었다. 세계 김 시장에서 한국 점유율은 70%에 달한다.
윤석열 대통령도 지난 3월 수산인의 날 기념식에서 김을 '검은 반도체'라고 치켜세웠다. 물론 반도체와 비교하면 김의 수출액은 미미한 수준이지만, 그만큼 성장 가능성이 크다는 의미 정도로 해석하면 될 것이다.
세계은행도 전 세계 해조류 시장이 2030년까지 118억달러 규모로 성장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다. 현재 해조류는 주로 식용이나 양식용 사료로 쓰이지만, 미래에는 섬유와 플라스틱과 같은 분야에서 화석연료를 대체하고 탄소를 격리하는 블루푸드(Bluefood) 테크로 각광받게 된다는 것이다.
우리 정부도 '글로벌 시장 선도 K-블루푸드 수출 전략'을 공개했다. 2023년부터 5년간 '제1차 김 산업 진흥 기본계획'도 추진한다. 수출 목표액은 10억달러로 잡았다.
'검은 반도체'라는 이름값을 할 수 있을지 기대된다.
[이은아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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