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해양과학 시각에서 보는 후쿠시마 방류수

2023. 9. 13.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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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태평양 상층에는 쿠로시오해류와 확장역, 북태평양해류, 캘리포니아해류, 북적도해류로 이뤄진 아열대 순환계라고 불리는 시계 방향의 거대한 소용돌이 상층해류가 있다. 이 소용돌이는 바람에 의해 생기며, 표층부터 깊게는 최대 수심 약 1000m까지 영향을 주는데, 소용돌이 바깥쪽을 따라 돌면 약 10년, 안쪽을 따라 돌면 수년 만에 태평양을 한 바퀴 돌 수 있다. 후쿠시마 방류수가 7개월이면 동해로 유입된다는 일부 학자들의 주장은 과학적 근거를 찾기 어렵다.

해양에서의 대표적인 1차 생산자는 식물플랑크톤과 해조류다. 연안에 비해 대양은 수심이 아주 깊어서 해조류가 자생하기 힘들어 상대적 개체 수가 거의 제로에 가깝다. 연안과 대양의 플랑크톤 1차 생산력을 비교하면 연안은 대양에 비해 2배 정도 높다. 이 말은 곧 대양으로 갈수록 식물플랑크톤과 해조류가 먹이로 기여할 수 있는 생물 농축 비율이 연안에 비해 4배 이상 축소된다는 얘기다. 해양의 이런 독특한 특성 때문에 다른 해역에서는 발견되지 않고, 후쿠시마 사고 지역 연안에서만 세슘 등 핵종 농축 정도가 높은 정착성 어류들이 발견되는 것이다. 이 지역 어종들이 생존에 필요한 먹이와 서식하기 힘든 대양의 표층을 거슬러 우리나라로 자연 이동할 것이라는 추측은 해양생태학적 관점에서 보면 근거가 희박한 주장이다.

환태평양 열대·아열대 지역의 산호초 또한 방사성 물질의 안전한 격리에 일익을 담당할 수 있다. 산호초 해역은 대양 면적에 비해 상대적으로 작고 100m 이하의 비교적 얕은 수심에 위치하지만, 광합성을 통한 1차 생산력은 대양에 비해 약 13배 높다. 산호는 공생조류의 광합성과 플랑크톤 섭식 활동을 통해 필수적인 영양물질을 합성하는데, 이 과정에서 방사성 물질의 흡착과 광물화 또한 이뤄지기 때문에 산호 골격에는 방사성 물질이 영원히 저장될 수밖에 없다. 2016년 필리핀 해역에 서식하는 돌산호 골격 내에 포함된 매우 낮은 농도의 방사성 동위원소를 추적한 연구 결과가 보고된 바 있다. 이는 후쿠시마 방사능 오염수가 북적도해류를 따라 산호초 분포가 밀집한 해역을 순환하면서 생물학적으로 격리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우리나라는 후쿠시마 원전 사고 전인 1994년부터 국내 해역에 대한 방사능 관련 검사를 지속적으로 실시하고 있고, 현재까지 국제기준보다 매우 낮은 수치로 확인되고 있다. 특히 후쿠시마 원전 사고에 의한 해양생태계의 방사능 물질 농도 영향은 감지되지 않았다. 한국해양과학기술원은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2014년부터 2018년까지 플랑크톤, 해조류, 연체동물, 어류, 갑각류 등 동·서·남해·제주 수산물 40여 종에 대한 체내 방사성 물질을 조사하였다. 그 결과 수산물 섭취를 통한 영향은 국제방사선방호위원회가 제안하는 안전 권고치(1m㏜)를 크게 밑도는 농도(100~1000만배 이하)인 것을 검증한 바 있다.

후쿠시마 방사능 오염수의 해양 방류가 시작된 지금 우리 국민의 불안과 불신을 해소할 수 있는 가장 빠른 길은 불확실성에 휘둘리지 않을 철저한 해양과학적 검증과 과거·현재 그리고 미래의 자료에 기반한 투명하고 실효적인 대안을 마련하는 것이다.

[강도형 한국해양과학기술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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