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24시] 무리한 우유·라면값 통제, 꼼수 인상
유업계 1위 업체인 서울우유가 지난달 29일 흰 우유 1ℓ 출고가를 3%가량 올린다고 밝혔을 때 의아했다. 이날은 낙농진흥회가 우유의 원료가 되는 원유 가격을 ℓ당 8.8~10.9% 올리기로 확정한 날이었다. 흰우유는 원재료의 100%가 원유인데, 원료 값이 10%나 올랐는데 제품 값은 3%만 올린다니 과연 가능할까 의문이었다.
아니나 다를까. 서울우유는 지난 11일 다음달부터 편의점에서 1.8ℓ 대용량 흰우유와 딸기우유 등은 11%, 비요뜨 요거트는 27% 가격을 올린다고 밝혔다. 정부가 물가 관리 기준으로 삼는 1ℓ 우유 제품 가격은 인상을 최소화했지만, 나머지 제품 가격은 껑충 높인 것이다.
농심·삼양식품·오뚜기 등 라면업체들은 지난달 중순 일제히 매운맛 신제품을 내면서 기존 제품 대비 50% 안팎 값을 올렸다. 지난 7월 신라면·삼양라면 등 주요 제품 가격을 약 5% 내렸던 기업들이 신제품 가격을 책정하면서 말 그대로 '꼼수 인상'을 한 셈이다.
하지만 이를 기업만의 잘못이라고 비판하긴 겸연쩍다. 식품의 주요 원재료 값을 살펴보면 밀·옥수수는 올 들어 내렸지만 대두는 올랐고 특히 설탕은 40%나 올랐다. 에너지 비용도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기준 10% 올랐고, 인건비 상승도 지속되고 있다.
상황이 이런데도 물가 안정을 주요 정책 목표로 삼은 정부는 기업인들을 매달 수차례 불러 가격을 동결하거나 내리도록 압력을 가하고 있다. 정부의 인위적 가격 통제가 결국 기업들이 비정상적인 방식으로 가격을 높이는 부작용을 초래하고 있는 셈이다.
윤석열 정부는 어느 때보다 자유시장경제 가치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물가 안정이란 미명 아래 반시장적 가격 통제에 골몰하는 모습이 유독 어색하게 느껴지는 이유다. 인위적 압박보다는 중장기 차원에서 식품 원료와 에너지, 인건비 부담을 낮출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하는 데 집중해야 한다. 물론 단기적으론 기업들이 감내할 수 있는 범위에서 가격 인상을 자제하는 노력도 필요하다. 그런 노력에 대한 정부의 태도는 압박이 아닌 정중한 부탁이어야 합당할 것이다.
[최재원 컨슈머마켓부 choi.jaewon@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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