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M 후원으로 부활한 조선 왕녀의 혼례복
RM이 기부한 1억으로 복원
길상무늬 자수에 대홍염색
조선시대 의복중 가장 화려
고궁박물관 특별전서 공개
13일 국립고궁박물관 2층 기획 전시실에서 붉은빛에 화려한 자수가 가득한 활옷(조선시대 왕실 여성의 혼례복)이 화려한 새 날개처럼 펼쳐졌다.
이는 전 세계적으로 50여 점만 남아 있을 정도로 귀한 활옷 9점과 관련 유물 110여 점을 모아 15일부터 여는 특별전 '활옷 만개'에 앞서 언론공개회에서 먼저 선보였다.
특히 미국 로스앤젤레스카운티미술관(LACMA) 소장품인 20세기 초반의 활옷은 K팝 대표 그룹 방탄소년단의 RM(본명 김남준·29·사진)이 기부한 1억원으로 보존 처리를 거친 후 처음 공개돼 화제가 됐다. 국립고궁박물관과 국외소재문화재재단에 따르면 이 옷은 자수 형태와 실의 색감 등 보존 상태가 양호해 가치가 매우 큰 것으로 평가받는다.
이 혼례복은 양쪽 소매를 다 펼쳤을 때 가로 172㎝, 세로 127㎝에 이르고, 연꽃과 모란·봉황·백로·나비 등 혼례를 올리는 부부의 행복과 자손의 번창을 기원하는 길상무늬를 한 땀 한 땀 수놓은 한 폭의 예술작품이었다.
활옷은 조선시대 공주나 옹주 등이 혼례 때 입던 '홍장삼(紅長衫)'에서 비롯된 예복이다. 사치를 배격했던 조선시대에 유일하게 화려한 자수와 귀한 붉은빛 대홍(大紅) 염색, 아름다운 금박 등으로 만들어 왕실뿐 아니라 민간으로도 널리 퍼져 혼례 때 신부복이 됐다.
LACMA 소장품인 활옷은 1939년 미술품 수집가 벨라 매버리 씨가 기증했다지만, 정확히 누가 입었던 옷인지는 확인되지 않는다. 현재 남아 있는 활옷 중 착장자가 확인된 것은 순조의 둘째 딸 복온공주(1818~1832)의 활옷(1830년·국립고궁박물관 소장)이 유일하다. LACMA 활옷은 2021년 9월 국외소재문화재재단이 나라 밖 문화유산을 보존하고 복원하는 데 써달라는 당부와 함께 1억원을 기부받으면서 이번에 공개될 수 있게 됐다. 기부자가 1년 후 또다시 1억원을 기부하며, 기부자가 RM이라는 사실이 알려졌다. 재단 측은 국외 소재 문화재 중 LACMA 활옷의 보존 처리가 결정된 후 지난해 10월 한국으로 들여와 약 5개월간 복원 작업을 진행했다. 전통복식 전문가는 활옷의 바탕이 되는 섬유, 실 등 재료와 제작 기법을 확인하고 적외선 촬영 조사, 오염물 제거, 손상 직물 보강 등 과정을 거쳤다. 이로 인해 오랜 세월로 빛이 바래거나 가려졌던 자수도 다시 찾아낼 수 있었다. 활옷은 내년에 미국 현지에서도 전시를 통해 대중에 공개될 예정이다.
RM은 앞서 지난 6월 재단과 진행한 서면 인터뷰에서 "현대미술뿐 아니라 전통미술에도 관심이 많았다"며 "보존 처리가 필요한 국외 소재 문화재가 있다는 소식을 접하고 우리 문화의 우수성을 전 세계에 알리는 데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그는 보존 처리 후 다른 활옷과의 비교·연구를 통해 활옷 연구에 도움이 되고, 전 세계의 많은 사람이 아름답고 우수한 대한민국의 전통문화를 향유할 기회가 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그는 문화유산 보존·복원에 이바지한 공로로 지난해 문화재청 감사패도 받았다.
RM이 지난해 추가로 기부한 1억원은 전 세계 주요 박물관과 미술관에 있는 한국 회화와 관련한 정보를 담은 '한국 회화작품 명품' 도록을 만드는 데 쓰일 예정이다.
한편 오는 12월 13일까지 열리는 이번 전시는 활옷의 핵심인 대홍 염색을 하는 모습과 차림 과정 등을 보여주는 영상, 활옷 작업 공간 등을 통해 전통 복식에 대해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했다.
[이한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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