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미사일 쏜 뒤에도 "위성 개발 돕겠다"는 푸틴… 제재 무력화 수순

노민호 기자 이창규 기자 2023. 9. 13.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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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과 군사기술 협력 등 "모든 문제 논의" 공언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왼쪽)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2023.09.13/ ⓒ AFP=뉴스1 ⓒ News1 홍유진 기자

(서울=뉴스1) 노민호 이창규 기자 = 러시아 정부가 13일 열린 북러정상회담을 계기로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에 따른 유엔안전보장이사회의 차원의 대북제재를 사실상 무력화하기 위한 수순을 밟을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북한의 인공위성 개발 등에 관한 지원 의사를 밝히면서다.

인테르팍스 통신 등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은 이날 러시아 아무르주 소재 보스토치니 우주기지에서 열린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와의 회담에 앞서 '북한의 인공위성 개발을 도울 거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그게) 여기 온 이유"라고 답했다. 푸틴 대통령은 북러 간 군사기술 협력을 포함한 "모든 문제에 대해 논의하겠다"고도 말했다.

올 들어 2차례 정찰위성 발사에 실패한 북한은 10월 중 3차 발사 시도를 예고해놓은 상태다. 이 때문에 이번 북러정상회담에선 러시아 측이 위성과 우주발사체 개발·완성에 필요한 주요기술을 북한 측에 이전해주는 등의 합의가 이뤄질 가능성이 있단 관측이 나오고 있다.

그러나 북한의 위성 발사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비롯한 여타 탄도미사일 발사와 마찬가지로 안보리 결의 위반이다. 위성용 우주발사체 또한 탄도미사일과 같은 기술을 사용하기 때문이다. 안보리 결의는 북한의 모든 탄도미사일과 그 기술을 이용한 비행체 발사를 금지하고 있다.

게다가 이번 북러정상회담의 핵심 의제로 꼽히는 러시아 측의 북한제 무기 도입 역시 안보리 결의 위반에 해당하긴 마찬가지다.

그럼에도 푸틴 대통령이 이번 회담에서 김 총비서와 "모든 문제를 논의하겠다"고 밝힘에 따라 "앞으로 북한과의 거래·협력 등 과정에서 안보리 결의에 따른 제한사항을 고려하지 않겠단 의중을 드러낸 것"이란 해석이 나오고 있다.

러시아는 안보리 상임이사국이면서도 북한의 주요 우방국으로서 그간 북한의 제재 회피 활동을 '묵인'해왔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이는 중국도 마찬가지다.

특히 북한은 이날 김 총비서와 푸틴 대통령 간의 만남을 앞두고 단거리탄도미사일(SRBM) 2발을 동해상을 향해 발사하는 도발을 감행했지만, 푸틴 대통령은 물론 다른 러시아 당국자들도 이를 문제삼지 않고 있다.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13일 러시아 아무르주 보스토치니 우주기지에서 관계자로부터 설명을 듣고 있다. 2023.09.13/ ⓒ 로이터=뉴스1

이 역시 북한의 안보리 결의 위반과 러시아의 묵인, 혹은 북러 양측 모두의 안보리 결의 위반 활동이 지속될 수 있음을 시사하는 것이란 해석을 낳고 있다.

그러나 문제는 북러 간 무기거래 등을 통해 안보리 결의 위반이 한층 더 노골화되더라도 이를 제재할 수단이 마땅치 않다는 데 있다.

현행 안보리 체제 하에선 추가 제재 결의 채택이 추진되더라도 러시아가 '반대'해버리면 그걸로 끝이다. 안보리에서 새 결의가 채택되려면 △15개 이사국 중 9개국 이상이 찬성하는 동시에 △5개 상임이사국(미국·영국·프랑스·중국·러시아) 중 어느 1곳도 '거부권'을 행사해선 안 되기 때문이다.

북한이 ICBM 시험발사를 재개한 작년 이후 안보리가 아무런 대응 조치를 취하지 못한 것 역시 이 같은 현행 안보리 체제의 '한계' 때문이기도 하다. 러시아는 그간 북한의 ICBM 등 도발에 대해 중국과 함께 '미국 책임론'과 '제재 무용론'을 주장하며 안보리 차원의 공동 대응 논의에 제동을 걸어왔다.

그러나 다른 일각에선 푸틴 대통령의 관련 발언이 실제 '행동'으로 이어지기보단 외교적 수사(修辭)에 그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단 관측을 내놓기도 한다.

차두현 아산정책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러시아가 북한의 위성개발 지원 가능성을 시사한 건 '미국이 앞으로 어떻게 나오느냐에 따라서 더한 것도 할 수 있다'는 의미의 제스처"라며 "이는 권위주의·사회주의 국가의 협상 방식에서 자주 볼 수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차 위원은 러시아가 실제로 북한에 위성 관련 기술 등을 이전하는 상황이 온다면 "중국·러시아 간의 연합전선이 붕괴될 수도 있다"며 러시아 입장에서도 '쉽지 않은 선택'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푸틴 대통령은 전날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열린 동방경제포럼(EEF) 참석을 계기로 장궈칭(張國淸) 중국 부총리를 만났을 당시 "러시아와 중국의 관계가 최근 몇 년 동안 전혀 유례없는 역사적 수준에 도달했다"고 평가하는 등 북한뿐만 아니라 중국과의 관계 강화도 도모하고 있는 상황이다.

ntiger@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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