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춘추] 지구를 친구로
친구를 사귀기 위해 가장 중요한 요소는 무엇일까. 다양한 조건이 있겠지만, 필자는 서로에 대한 이해와 관심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누군가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상대방에게 관심을 가지고 관찰하는 과정이 필수이며 상대방의 생각, 감정, 경험을 공유하면서 타인과의 더 깊은 유대감을 형성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필자의 회사가 추구하는 경영이념의 '지구를 친구로'라는 문구는 환경 문제의 해결과 지속가능한 사회에 대한 이해도를 가장 잘 표현해 주는 말이 아닐까 싶다. 보통 사람들은 정보기술(IT) 하드웨어 회사가 80여 년 전부터 왜 '지구의 친구'가 되려고 했는지 궁금증을 표하곤 한다. 이 의문은 전해져 오는 창립 일화를 통해 설명할 수 있다.
필자의 모회사는 80여 년 전, 일본의 대도시가 아닌 나가노현의 풍부한 자연 환경을 배경으로 자리한 스와시에서 출발했다. 공장은 설립 당시 스와시 주민들의 거센 반발에 부딪쳤다. 대다수 주민들이 농업을 생계의 바탕으로 하고 있어 토양과 수질 오염을 우려한 것이 원인이었다. 이 과정에서 스와호를 더럽히지 않겠다고 약속하며 '지구를 친구로'라는 경영이념을 세웠다. 그리고 회사는 이 경영이념을 바탕으로 주민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오염 문제를 최소화할 수 있는 친환경 기술과 제품 개발에 집중하게 됐다. 1992년 세계에서 최초로 CFC(프레온가스) 프리 선언을 하여 모든 생산 공정에서 이를 제거했다. 현재는 전사적으로 2023년 RE100 달성을 완료하기 위해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러한 노력은 회사의 지속적인 발전의 토대가 되고 있다.
경영이념에서 한발 더 나아가 필자의 회사는 기업이 존재하는 목적(Purpose) 자체를 고민하게 되었다. 그리고 2022년 '고효율·초소형·초정밀이라는 기술을 통해 만들어 내는 가치로 사람과 지구를 풍요롭게 한다'는 기업 목적을 재차 선언하였다. '고효율·초소형·초정밀'은 회사 창립 이래 가장 중요하게 여기고 있는 DNA(핵심 이념)로, '지구를 친구로'라는 말이 단순한 마케팅용 슬로건이 아님을 증명하는 선언이었다.
최근에는 세계적으로 ESG(환경·사회·지배구조)가 강조되면서 많은 기업이 지속가능한 사회를 구축하기 위해 지구와 친구가 되기 위한 노력이 한창이다. 친환경 고부가가치 사업으로 비즈니스 포트폴리오를 재편하는가 하면 재생에너지 사용을 의무화하고 폐기물을 업사이클링하는 등의 활동을 적극적으로 펼치고 있다.
필자는 이와 같은 기업들의 변화가 달가운 한편, 일회성이거나 보여주기식에서 그치지 않길 기대한다. 그리고 기업들이 진정성 있는 모습으로 지속가능한 공동체 만들기에 협력하길 바란다. 이로써 새로운 발전의 기회가 찾아오고 더 나은 미래를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하는 바이다.
[후지이 시게오 한국엡손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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