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0g 로봇 손이 100kg 물체 들어 올린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

(왼쪽부터) 강경지 KIST 지능로봇연구단 학생연구원, 송가혜 선임연구원, 이대영 KAIST 항공우주공학과 교수. KIST 제공

100kg 이상의 물체를 잡고 들 수 있는 130g 로봇이 개발됐다. 국내 연구팀이 천, 종이, 실리콘처럼 부드럽고 유연한 소재로 만든 ‘소프트 로봇 그리퍼’의 적재 용량을 높였다. 

소프트 로봇 그리퍼는 물체를 안전하게 잡거나 놓는 기능을 하는 장치다. 강성 재료 그리퍼와 달리 유연성과 안전성이 높아 계란처럼 깨지기 쉬운 물체를 다루는 가사용 로봇 등에 적용할 수 있다. 

문제는 이 그리퍼의 적재 용량이 낮고 파지(움켜잡기) 안전성이 떨어진다는 점인데 이를 극복한 그리퍼가 개발됐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은 송가혜 지능로봇연구단 선임연구원 연구팀과 이대영 KAIST 항공우주공학과 교수팀이 130g 소재로 100kg 이상을 파지할 수 있는 직조 구조의 소프트 그리퍼를 공동 개발했다고 13일 밝혔다. 

연구팀은 낱개의 실을 단단히 얽어 견고한 직물로 만드는 기술에 주목했다. 이런 직조 방식은 무거운 물건을 안정적으로 지지할 수 있어 수세기 동안 의료, 가방, 산업용 직물 등에 활용돼 왔다. 연구팀은 얇은 PET플라스틱 띠를 이런 직조 구조로 설계해 그리퍼를 만들었다. 

기존 130g짜리 그리퍼는 최대 20kg을 들어 올릴 수 있는 반면, 연구팀이 제작한 그리퍼는 100kg 이상을 파지할 수 있었다. 그리퍼 무게 대비 적재 용량이 월등히 증가했다. 

그리퍼 재료가 플라스틱이기 때문에 재료 단가는 수천 원에 불과하다. 다양한 형상과 무게의 물체를 파지할 수 있어 범용 그리퍼로 활용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제작공정은 10분 이내로 짧고, 교체 및 유지 보수도 쉬워 공정 효율성이 높다. PET 외 탄성을 보유한 고무 및 화합물 등으로도 제작할 수 있어 산업이나 물류 환경에 적합한 그리퍼 맞춤 제작 및 활용도 가능하다. 

송가혜 선임연구원은 ”이번에 개발된 직조 구조의 그리퍼는 소프트 로봇의 강점이 있으면서도 강성 그리퍼 수준으로 무거운 물체를 움켜쥘 수 있다“며 ”동전부터 자동차까지 다양한 크기로 제작할 수 있으며, 얇은 카드부터 꽃에 이르기까지 여러 가지의 형태와 무게의 물체를 파지할 수 있어 산업, 물류, 가사 등의 분야에서 활용 가능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에 2일 게재됐다. 

직조 구조의 소프트 로봇 그리퍼 구상도. KIST 제공.

[문세영 기자 moon0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