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 희생자 기리는 '밤의 기도' 연주"
국립심포니오케스트라와 함께
17일 서울 예술의전당 음악회
우크라이나 출신 여성 지휘자 옥사나 리니우(45·사진)는 음악을 통해 현실을 잊게 하는 초월감이 아닌, 지독히 현실적인 전쟁의 문제와 평화에 대한 염원을 일깨운다.
국립심포니오케스트라의 라흐마니노프 교향곡 2번 지휘를 위해 처음 내한한 그는 지난 12일 서울 예술의전당 N스튜디오에서 기자들과 만나 "예술가들이 종전과 평화의 메시지를 내는 게 중요하다"고 힘줘 말했다. 그는 "예술은 단순히 오락물이 아니라 당장 세계에서 일어나는 일들에 대해 이야기하고 성찰하고 질문하며 답을 구하는 과정"이라며 "예술은 우리의 영혼을 치유하는 약이고, 이런 기능을 통해 정신적 혁명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고 말했다.
이번 공연 프로그램에서도 메시지는 드러난다. 우크라이나의 현대 작곡가 예브게니 오르킨이 전쟁 희생자를 기리기 위해 쓴 곡 '밤의 기도'로 문을 연다. 지난 3월 세계 최초로 초연했다. 바이올린 솔로의 단순한 선율에서 시작해 점차 긴장감이 쌓이고 장대한 절정으로 치닫는다. 리니우는 "어둠 속에서 희망을 찾는 음악을 한국에 처음 소개하게 돼 영광"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아르메니아 출신 러시아 작곡가 아람 하차투리안이 쓴 바이올린 협주곡을 세계적 바이올리니스트 세르게이 하차투리안이 협연한다. 라흐마니노프의 교향곡 2번으로 대미를 장식한다. 올해 라흐마니노프 탄생 150주년을 기념하는 선곡이다. 심포니 측은 "러시아 작곡가 라흐마니노프의 위대한 음악적 유산을 조명해 정치·이념·종교가 넘지 못한 벽을 또 한 번 넘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클래식계 일각에선 전쟁 발발 이후 차이콥스키·라흐마니노프 같은 러시아 음악을 배제해야 한다는 움직임도 있었지만 리니우는 반대했다. 그는 "이들의 음악은 인류의 유산이지 한 나라에 속할 수 없고 특히나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것도 아니다"며 "문화를 위한 자유로운 공간이 필요하다"고 소신을 밝혔다. 또 "만약 라흐마니노프가 살아 있었다면 이 전쟁과 푸틴에 분명히 반대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전쟁의 참상도 전했다. 2016년 우크라이나인 13~23세로 구성된 청소년 오케스트라를 창단한 바 있는데 "지금은 전쟁 때문에 프로젝트의 목적이 젊은이들을 대피시키는 것이 됐다"고 했다. "최근 입단한 단원들과 독일에서 2주 동안 연습·투어를 했다. 키이우에서 온 바이올리니스트 학생에게 뭐가 제일 좋았냐고 물으니 '방공호에 숨을 필요 없이 안전하게 지낼 수 있어서 좋다'고 하더군요."
[정주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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