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늘하고 강렬하게 … 100만 관객에 스며든 '레베카'

이동인 기자(moveman@mk.co.kr) 2023. 9. 13. 1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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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 공연 밀리언셀러 등극한
사상 첫 독일어권 뮤지컬
오스트리아에서 초연됐지만
각국 문화·정서에 따라 연출
트랜스포머형 공연으로 성공

뮤지컬 '레베카'가 펼쳐지는 서울 블루스퀘어 신한카드홀 무대. 레베카의 방 발코니가 회전하며 객석 바로 앞까지 미끄러지듯 이동했다. 음악과 무대 전환의 타이밍을 완벽하게 맞춰 극의 감동을 배로 끌어올린 명장면이다. 특히 발코니가 회전할 때 상부에 연결된 커튼이 파도처럼 펄럭이며 강렬하게 다가왔다.

이렇게 극적으로 지난 10년간 객석을 홀려온 레베카가 100만 관객을 돌파하는 흥행 신화를 썼다. 지금까지 국내 뮤지컬 시장을 장악해온 미국 뉴욕 브로드웨이와 영국 런던 웨스트엔드 작품이 아니라 독일어권 뮤지컬로는 처음으로 밀리언셀러에 등극했다.

레베카는 2013년 처음 한국 무대에 올랐다. 국내 초연 당시 극작가 미하엘 쿤체는 "무대 배우 등 모든 면에서 한국이 세계 최고"라며 "세계적인 실력을 지닌 한국 제작진의 노력이 완벽한 작품을 만들었다"고 극찬한 바 있다.

이후 레베카는 국내에서 티켓 오픈마다 압도적 수치의 예매율 1위를 기록했고 7번째 시즌 만에 100만 관객 기록을 세웠다. 뮤지컬의 100만 관객은 영화의 1000만 관객과 비교되곤 한다. 국내에선 10편 정도가 100만 관객을 모았다.

레베카는 영국 원작 소설을 스릴러의 거장 앨프리드 히치콕이 영화화했을 정도로 탄탄한 스토리다. 다른 오스트리아산 흥행 뮤지컬 '모차르트' '엘리자벳' '황태자 루돌프' 등이 오스트리아 역사 속이 배경인 일종의 사극인 점과 대비된다. 원종원 순천향대 교수는 "서스펜스, 스릴러는 뮤지컬에서 흔치 않은 장르다. 레베카는 이런 서스펜스의 매력이 가득하고, 그 묘미를 만끽할 수 있는 이색적인 무대"라며 "작품에 등장하는 영국 콘월 지방의 매력을 비주얼적으로 완성도 높게 구현했다"고 호평했다.

각국 문화와 정서에 따라 연출, 의상, 무대, 조명을 변경하는 논레플리카 방식으로 성공을 거둔 것이 의미 있다는 평가다. 무대의 전체적인 콘셉트가 박스의 조합으로 이뤄지는데, 이 박스들이 극중 인물들의 삶과 연관 있는 오브제들로 채워져 스토리텔링에 도움을 주도록 디자인됐다.

레베카는 2006년 오스트리아 빈 레이문드 극장에서 초연한 작품이다. 빈극장협회(VBW)가 독자적인 창작 뮤지컬을 제작하기 시작하면서 초연된 작품 중 하나다. 오스트리아의 음악적 전통을 바탕으로 VBW의 극장에서만 비교적 작은 규모의 공연으로 열리지만 매년 60만명 이상의 관광객을 끌어모았다. 또 단기간에 전 세계에서 12개국, 10개 언어로 공연되면서 세계적으론 2100만의 관객을 끌어모은 성공작이다. 과거 오스트리아는 글로벌 뮤지컬 산업계의 변방에 불과했다. 주로 창작보다는 번안이 주를 이루던 '라이선스 뮤지컬' 중심의 시장이었다. 하지만 1990년대 들어 작곡가 실베스터 르베이와 극작가 미하엘 쿤체의 등장으로 창작극이 오스트리아에서 인기를 끌기 시작했다. 특히 클래식 음악의 본고장에서 나온 경험이 선율이 좋고 무게감 있는 작품을 속속 만들어내면서 뮤지컬계에서 새로운 강자로 자리 잡았다. 2000년대 오스트리아 뮤지컬은 해외로도 널리 수출되기 시작했다. 이 시기부터 오스트리아산 창작 뮤지컬은 다스 뮤지컬(Das Musical)이라는 독일어권 뮤지컬의 대표 주자로 세계 뮤지컬계에서 주목을 받으며 성장하고 있다.

이번 10주년 기념 공연에선 막심 드윈터 역에 류정한, 민영기, 에녹, 테이, 댄버스 부인 역에 신영숙, 옥주현, 리사, 장은아, 나(I) 역에 김보경, 이지혜, 이지수, 웬디 등이 출연한다.

막심 드윈터 역을 맡은 류정한 배우는 "10년이란 세월 동안 관객분들이 사랑해주신 뮤지컬 레베카에 참여할 수 있어서 행복하고 극적인 넘버들이 관객분들이 레베카를 사랑하는 이유"라며 "가장 사랑하는 작품 중 하나이고, 공연할 때마다 즐겁게 임하는 작품 중 하나"라고 말했다.

공연은 오는 11월 19일까지.

[이동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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