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 안의 神을 찾아내세요"···우크라의 지휘자 평화를 연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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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흐마니노프 등 러시아 작곡가들의 작품은 한 나라에 속해 있는 게 아니라 세계의 유산입니다. 150년 전에 세상을 뜬 작곡가의 음악을 국가로 나누는 것은 옳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12일 서울 예술의전당 N스튜디오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우크라이나 출신 지휘자 옥사나 리니우(45)는 "(러시아) 작곡가들의 음악은 푸틴의 것이 아니다. 라흐마니노프가 살아 있었다면 분명히 전쟁을 반대했을 것"이라면서 이같이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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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음악, 푸틴의 것 아니야
라흐마니노프도 살아있었다면
전쟁과 푸틴 반대했을 것" 강조
희생자 위한 오르킨의 곡 지휘
"예술가도 평화 메시지 전해야"
“라흐마니노프 등 러시아 작곡가들의 작품은 한 나라에 속해 있는 게 아니라 세계의 유산입니다. 150년 전에 세상을 뜬 작곡가의 음악을 국가로 나누는 것은 옳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12일 서울 예술의전당 N스튜디오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우크라이나 출신 지휘자 옥사나 리니우(45)는 “(러시아) 작곡가들의 음악은 푸틴의 것이 아니다. 라흐마니노프가 살아 있었다면 분명히 전쟁을 반대했을 것”이라면서 이같이 말했다.
처음 한국을 방문해 국립심포니오케스트라와 호흡을 맞추게 된 리니우는 우크라이나를 대표하는 음악가다. 2016년 르비우 모차르트 국제 페스티벌의 창설에 앞장섰고 우크라이나 청소년 오케스트라를 창단해 예술감독을 맡고 있다.
리니우는 오는 17일 예술의전당에서 러시아 출신 작곡가 라흐마니노프의 교향곡 2번을 선보인다. 리니우는 “이 곡은 단테의 ‘신곡’에서 많은 영향을 받은 곡으로, 전쟁 등 정치적으로 복잡한 현 시대와 연결돼 있다”면서 “‘신곡’은 어둠에서 시작하는데 이때 어둠은 은유로서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빛이 필요하다. 세계에는 빛과 어둠이 있는 것처럼 선과 악이 있지만 중간은 없다. 그렇기에 우리는 선과 연결되고 우리 안의 신(神)적인 것을 찾아내야 한다”고 설명했다.
동시에 그는 우크라이나 작곡가 예브게니 오르킨의 ‘밤의 기도’를 지휘한다. 지난 3월 우크라이나 청소년 오케스트라가 베를린에서 초연한 이 곡은 우크라이나의 전쟁 희생자를 위해 쓰였다. 리니우는 “이 작품은 솔로 바이올린으로 시작하는데, 일종의 외로움을 나타낸다”면서 “외로울 때 우리는 자신에 대해 존재론적 질문을 하게 된다. 그러다 보면 기억과 생각, 꿈, 희망이 떠오른다. 어둠 속에 있는 존재에게 희망은 중요한 요소”라고 설명했다.
그는 공고한 금녀(禁女)의 벽을 뛰어넘으면서 여성 지휘자의 길을 개척한 인물이기도 하다. 2021년에는 독일 바이로이트 오페라 페스티벌 역사상 최초로 여성 지휘자로서 개막 공연을 올렸고, 지난해에는 이탈리아 오페라 극장 역사상 최초로 볼로냐 시립 극장의 음악감독을 맡았다. 그는 여성 지휘자로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한국의 지휘자 김은선을 떠올리면서 “그와 2000년대 후반에 독일에서 함께 지휘를 공부한 적이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꾸준히 전 세계를 오가면서 음악을 지휘하고 있지만 리니우와 참혹한 전쟁의 현실을 떼어 놓을 수 없다. 우크라이나 청소년 오케스트라를 이끌고 있는 그는 전쟁 이후 이들을 대피시키고 지원하는 것으로 초점을 바꾸게 됐다고 했다. 우크라이나 청소년 오케스트라는 최근 벨기에 브뤼셀에서 유럽연합(EU)의 집행위원장 폰데어라이엔의 지원을 받아 전쟁 중 살해당한 시인의 작품을 기반으로 오르킨이 작곡한 칸타타를 연주했다. 리니우는 “프로젝트의 이름은 ‘잃어버린 어린 시절’이다. 무대 위 오른 120명의 청소년들은 이미 유년 시절을 잃어버리고 생존의 문제에 부딪혔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리니우는 “전쟁은 한 국가에 대한 위협뿐 아니라 문화적 유산에 대한 파괴”라면서 “예술가들이 평화의 메시지를 내고 끔찍한 상황을 종료시키는 것이 중요하다”라고 덧붙였다. 공연은 오는 15일 경남 김해 문화의전당에서도 열린다.
박민주 기자 mj@sedaily.comCopyright © 서울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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