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력 입증한 레고켐바이오 "전임상 물질 조기 기술이전 전략 강화"
“5년내 최대 20개 항체약물접합체(ADC) 후보물질을 확보해 비임상 단계에서 조기 기술이전(LO)하는 방식의 사업을 강화하려고 합니다.”

13일 ‘코리아 인베스트먼트 위크(KIW) 2023’에서 연사로 나선 김용주 레고켐바이오 대표는 “임상과 기술이전 딜을 통해 레고켐바이오의 기술력이 입증된 만큼 사업 방식도 그에 맞춰 더 공격적으로 바꾸려 한다”고 밝혔다.

임상 1·2상을 마쳐 효능과 안전성을 확인한 후보물질을 LO하는 기존 전략 외에도, 임상에 진입을 하지 않은 초기 후보물질도 과감하게 LO에 나서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많은 비용이 드는 임상 시험 과정을 생략할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 될 수 있다.

레고켐바이오는 중국 파트너사인 포순이 레고켐바이오로부터 도입한 HER2 ADC(LCB14)로 임상 3상에 진입하면서 비임상 시험이 아닌 인체 대상(임상) 시험에서 안전성과 효능을 입증한 데다, 지난해엔 유력 제약사인 암젠과 공동개발 계약을 체결했다. 김 대표는 “2017년 다케다와 기술이전을 했을 당시와 비교해 2배 이상의 가치로 암젠과 계약을 했다”고 덧붙였다.

레고켐바이오는 5개 표적 ADC를 개발하는 조건으로 암젠과 최대 12억4700만 달러(약 1조 6567억원) 규모 계약을 체결했다. 임상개발과 기술이전 실적이 쌓이면서 제약업계에서 바라보는 레고켐바이오의 입지가 달라졌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ADC의 구조는 표적과 결합하는 항체와 암세포를 죽이는 독한 약물인 ‘페이로드’, 그리고 항체와 페이로드를 연결하는 ‘링커’로 구분할 수 있다. 레고켐바이오는 그중에서도 링커에 강점을 가진 ADC 전문업체로 꼽힌다. 링커는 항체가 표적 단백질과 결합했을 때 조건부로 페이로드를 방출하는 일을 맡는다. 링커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으면 암세포가 있는 곳이 아닌 다른 곳에서 독성 등 부작용을 낼 위험성이 커진다.

김 대표는 “자사도 많은 시행착오를 겪었고, 최근 경쟁사의 임상 실패 소식이 잇달았는데 알고보니 ADC는 ‘디테일의 악마’였다”고 했다. 이어 “항체와 링커, 페이로드간 궁합이 있고 각각 최적화하지 않으면 개발을 실패하기에 십상”이라며 “레고켐바이오는 보유한 10종의 링커로 최적의 궁합을 만들어내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날 김 대표는 앞으로의 ADC의 개발 경쟁이 새로운 표적 단백질(타깃) 발굴이 아닌 임상에 진입한 의미 있는 후보물질(프로덕트)을 만들어낼 수 있는 지로 판가름 날 것이라고 내다보기도 했다. HER2, TROP2 등 ADC 표적으로 사용하기에 용이한 것으로 입증된 표적이 소수인데다, 새로운 표적을 발굴하는 일이 만만치 않아서다. 페이로드 또한 이전 ADC에서 잘 작동했다고 해서 새 ADC에서 잘 작동하리란 보장이 없다고도 했다.

김 대표는 “다국적 제약사가 가장 싫어하는 조합이 신규 표적에 신규 페이로드를 적용한 것”이라며 “불확실성이 더해지는 게 아니라 ‘제곱’이 된다”고 말했다. 이어 “즉 ADC를 만들 수 있는 재료(표적 항체, 페이로드 등)가 제한된 만큼 결국 승부는 누가 더 빨리 잘 만드나로 경쟁이 판가름이 난다”고 강조했다.

레고켐바이오가 전임상에 진입하는 ADC 후보물질 개수를 빠르게 늘리고 조기 기술이전 하는 전략을 택한 판단도 여기서 비롯됐다. 빨리 만드는 게 중요한 만큼 전도유망한 조합을 다수 만들어 기술이전하겠다는 것이다. 김 대표는 “입증된 표적과 신규 표적의 비율을 5대 5로 조정해 베스트인클래스와 퍼스트인클래스를 동시 공략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 김 대표는 인터루킨7(IL-7)을 기반으로 임상을 진행 중인 네오이뮨텍과 병용요법을 논의하기도 했다. ADC의 약점이 독성으로 인한 이상반응인데, 부작용이 상대적으로 적으면서 면역반응을 끌어올릴 수 있다는 것이 IL-7의 장점이어서다. 김 대표는 “IL-7과 ADC를 병용하면 더 적은 양의 ADC를 투여해 부작용은 줄이면서도 치료효능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우상 기자 id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