휘발유, 자고 일어나니 2,000원 ‘훌쩍’.. “국제유가 또 연중 최고” 이러다간
주유소 판매 휘발유 가격 연일 상승
경윳값 1,700원~1,900원, 격차 좁혀
수입물가 4.4%↑.. 소비자물가 압박
10월 종료 예정 유류세 인하 “고민”
세계 원유시장에 공급 부족 전망이 이어지면서 국제유가가 배럴당 92달러를 넘어서고, 재차 최고점을 경신했습니다. 국내 기름값까지 요동치는가 싶더니, 급기야 휘발유 가격이 평균 2,000원을 넘었습니다.
오늘(13일) 평균 리터(L)당 휘발유 가격이 2,000원을 웃도는 주유소들이 속출했습니다. 경유도 1,900원대를 웃돌면서 상승세를 이어갔습니다.
수입물가까지 17개월 만에 가장 큰 폭으로 올라, 하반기 물가엔 ‘빨간 불’이 켜졌습니다. 기업엔 가격 상승, 가계엔 재정 압박요인이 될 전망이라 당장 유류세 종료를 앞두고 정책 고민이 상당할 것으로 보입니다.
■ 주유소 휘발유 평균 판매가 1,800원 육박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시스템 오피넷을 보면 오늘(13일) 전국 주유소 휘발유 평균 판매 가격은 L당 1,761.12원을 기록했습니다. 지난 7월만 해도 1,500원대였던 휘발유 가격은 꾸준히 상승하면서 지난달 9일 1,700원대 진입한 이후 1,800원대를 넘어설 상황입니다.
경유도 L당 1,657.70원으로 계속 오름세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휘발유 가격이 가장 높은 서울은 지난달 14일 L당 1,800원을 넘어선 이후 계속 올라 이날 1,844원을 기록해, 전날보다 2원 상당 더 올랐습니다. 일부 주유소에선 이미 2,000원을 넘어선데다, 브랜드와 지역별 가격 차도 상당합니다. 경유도 지역별 편차가 있지만, 1,700원 후반에 1,900원을 이미 넘고 2,100원을 웃도는 곳도 있습니다.
서울만 해도 지역별 가격이 들쭉날쭉해, 용산구 주유소는 휘발유 판매가격이 2,765원 그리고 은평구 한 주유소가 1,694원으로 지역 주유소별 가격이 L당 1,071원 차를 보였습니다.
관련해 주유소업계에선 국제유가 가격 변동이 워낙 큰데다 정유소·브랜드별 석유제품 가격을 반영하는 시기 등 시차에 따라서 같은 지역에서도 가격 차를 빚는 것으로 분석했습니다.
■ 휘발윳값 상승 계속.. “추석 앞둬 평균 1,800원대도”
서울에 이어 두 번째로 휘발유 가격이 높은 제주 역시도 이날 휘발유 가격이 L당 1,801원, 경유 1,730원으로 세부 지역별로 제주시가 1,804원·1,731원으로 유종간 격차가 73원, 서귀포시는 1,794원·1,725원으로 69원 차를 보였습니다. 제주시는 앞서 9일 주간 평균 값과 비슷하고 서귀포시는 기름값 모두 소폭 오르면서 유종간 격차를 키웠습니다. 휘발윳값은 높은 곳은 2,000원선부터 1,800원 후반대인데다, 경유 역시도 1,700원 후반대를 오가면서 오름세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이처럼 국내 휘발유·경유 가격이 오르는 것은 국제유가가 오르는데서 원인을 찾고 있습니다. 중국의 경기 둔화와 러시아·사우디아라비아의 공급 축소 우려가 더해지며 국제유가가 파른 상승세를 이어가는 탓입니다.
지난 6일 두바이유가 배럴당 90달러를 돌파한 데 이어 11일 91.59달러로 연중 최고치를 기록했습니다. 이같은 추세라면 일부에선 추석 연휴를 앞두고 휘발유 가격이 평균 1,800원대까지 오를 것이란 전망도 내놓고 있습니다.
■ 장기간 국제유가 상승.. “가격 인상 여지 충분”
반면 1,800원 돌파 가능성이 낮다는 시각도 제기됩니다. 국내 석유제품에 2주 정도 시차를 두고 영향을 미치는 국제 석유제품 가격이 보합세를 유지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관련해 석유협회에선 현재 유가 상승세는 경기 회복에 따른 수요 측 요인보다는 ‘감산’이란 공급 요인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보고, 아직 수요가 부진한 상황에서 정유사들이 유가 상승분만큼 제품 가격을 올리기 쉽지 않다는데 무게를 싣고 있습니다.
지난달 10일 104.96달러였던 국제 휘발유 가격은 한 달 넘게 100달러 초반에서 등락을 거듭하는 상황입니다.
하지만 국제유가가 장기간 고공행진을 이어간다면 휘발유 가격 역시 큰 폭으로 오를 여지가 충분하다는게 업계 관측입니다.
때문에 러시아·사우디아라비아가 자발적 공급 감축 기간을 당초 9월에서 연말까지로 연장하면서 전문가들은 유가가 배럴당 95달러까지 상승할 수 있다고 내다보고 있습니다.
■ 수입물가 상승 → 소비자물가 자극
국제유가 상승은 곧 수입물가와 휘발유 등 에너지 물가 자극으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오늘(13일) 한국은행의 ‘2023년 8월 수출입물가지수’를 보면 8월 수입물가지수가 135.96으로 전달보다 4.4% 올라 17개월 만에 최대 폭 상승세를 기록했습니다.
수입물가지수는 5월(-3.1%)과 6월(-3.9%) 두 달 연속 하락하다 7월 0.4% 올라 3개월 만에 상승세로 돌아섰습니다. 한 달 새 상승 폭이 4% 포인트(p)나 확대됐습니다.
국제유가 상승이 미치는 영향 범위는 큽니다. 광산품(7.9%)은 물론 석탄이나 석유제품(13.7%)등 수입물가 상승세를 부추기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같은 수입물가 상승은 적게는 한 달, 길게는 석 달 정도 시차를 두고 소비자물가를 자극하면서 가계 등 부담을 더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실제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3.4%로 전달 대비 1.1%p 증가했습니다.
여기엔 석유류 가격이 8.1% 뛰어오른 영향이 큰 것으로 분석합니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국제유가가 하락세를 이어가면서 물가상승률 둔화를 이끌었지만, 국제유가가 오르면서 이에 따른 ‘역(逆)기저효과’로 물가상승률이 반등한 것으로 한은 측은 분석하고 있습니다.
전국 평균 휘발유 가격은 지난 7월 1일(1,569원) 이후 최근까지 12% 정도 오른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반면 물가상승폭을 보면, 7월까지도 전년 대비 –22.8%로 감소했던게 8월 –4.6%로 감소 폭이 줄었고 경유 역시도 7월 –33.4%에서 –16.9%로 줄어 상당부분 국제유가 영향을 드러냈습니다.
이같은 유가 상승세가 이어지면, 앞으로 추석 연휴 귀경·귀성길 휘발유 가격을 시작으로 하반기 물가에 적지 않은 상방 압력이 될 것이란 관측까지 나오고 있습니다.
■ 산업부 14일 점검회의 주재.. “인상 자재 당부”
관련해 산업부는 지난달 이후 한 달여 만에 14일 석유시장점검회의를 주재합니다. 주유소 기업들을 모아 과도한 기름값 인상 자제를 당부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이 자리에선 국제유가 상승분을 넘어선 가격 인상을 피해줄 것을 요청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업계의 동조 추이는 불투명합니다.
더불어 오는 10월 말까지인 유류세 인하 조치 연장 역시도 관심사로 떠올랐습니다.
국제유가가 계속 오르는 추세라 현재 대·내외 상황을 고려한다면 인하 조치 연장에 무게가 실리는 분위기입니다.
업계에선 “유가상승 기조가 계속되면서 실질적으로 10월 종료 예정인 유류세 인하 역시도 쉬지는 않으리라 보고 있다”면서 “정책적으로 탄력적인 유류세 조정을 고려했던게, 현재로선 국내 유가가 지난해 3분기 수준과 비슷해지면서 인하 폭을 줄이거나 종료하는 게 어려울 수 있다”고 내다봤습니다.
또 “국내·외 유가 상승이 운송이나 제조업 등 전방위 산업에 악재가 될 수 있는 만큼 하반기 물가와 경제 파장을 고려해 신중한 정책 결정이 따라야할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JIBS 제주방송 김지훈(jhkim@jibs.co.kr)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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