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치와 가족, 나무의 화가 장욱진, 국립현대미술관 회고전

황희경 2023. 9. 13. 16: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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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부터 마지막 작품까지 270여점 전시…1955년작 '가족' 일본서 발굴 후 첫 공개
방탄소년단 RM 소장품 6점도 포함

(서울=연합뉴스) 황희경 기자 = 김환기, 박수근, 이중섭, 유영국 등과 함께 우리 근대미술사의 대표적인 2세대 서양화가인 장욱진. 그의 20대 시절 작품부터 마지막 작품까지를 한데 모은 회고전이 열린다.

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관에서 14일 개막하는 장욱진 회고전은 유화, 먹그림, 매직펜 그림, 판화, 표지화와 삽화, 도자기 그림 등 시기별 대표작을 중심으로 270여점을 공개하는 대규모 전시다. '작고 예쁜, 동심이 가득한 그림' 정도의 단편적 설명에서 벗어나 앵포르멜(비정형 미술), 단색조 회화, 민중미술 등 여러 미술 사조 속에서 독자적인 양식을 구축했던 화가의 면모를 살핀다.

장욱진, <공기놀이>, 1938, 캔버스에 유화물감, 65x80.5cm, 국립현대미술관 이건희컬렉션[국립현대미술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전시는 20대 시절 작품으로 시작된다. 장욱진은 학창 시절 여러 차례 공모전에 입상했다. 양정고보 5학년 때인 1938년 조선일보가 주최한 제2회 전조선학생미술전람회에서 '공기놀이'로 사장상을 받기 이전에 이미 최소 네 차례 학생작품전에서 수상했다. 이 시기 그림들은 우리에게 익숙한 장욱진의 그림과는 사뭇 다르다. '공기놀이'에서는 야수파와 입체파의 요소가 보이고 같은 해 6월 동아일보 학생작품전에서 수상한 '정물'에서는 정물을 사실적으로 재현했다. 장욱진이 자신만의 화풍을 확립하기 이전 학창 시절부터 탄탄한 그림 실력에 여러 미술 사조를 공부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전시에는 '공기놀이'를 비롯해 서울 내수동에서 인왕산을 바라본 거리 풍경을 그린 1937년작 풍경화 등이 나왔다.

장욱진 그림에는 까치와 나무, 아이, 산수 같은 모티프들이 반복해서 등장한다. 전시는 이 중 까치와 나무, 해와 달이 등장하는 그림들을 따로 모아 언뜻 비슷비슷해 보이는 이들 소재가 다양한 그림 속에서 어떻게 변해가는지도 살필 수 있게 했다.

장욱진 '까치' (서울=연합뉴스) 강민지 기자 = 13일 오전 서울 중구 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관에서 '가장 진지한 고백: 장욱진 회고전'간담회 참석자들이 전시를 둘러보고 있다. 2023.9.13 mjkang@yna.co.kr

특히 까치는 작가의 분신 같은 모티프다. 장욱진이 평생 그린 유화 730점 중 60%에 까치가 등장할 정도다. 까치 그림은 1925년에 처음 시작돼 마지막 작품인 '까치와 마을'까지 이어진다. 날카로운 필촉으로 화면의 물감층을 긁어내 '깍깍'하는 까치의 소리를 시각적으로 형상화한 '까치'(1958)를 비롯해 기호처럼 단순하게 추상화한 까치, 두툼하게 표현된 까치 등 다양한 까치가 등장한다.

작가는 노년기에 접어든 1970년대 이후에도 왕성하게 작업을 했다. 장욱진이 남긴 730점 유화 중 80%가 마지막 15년 동안 그린 것이다. 1973년 이후에는 강한 마티에르(질감)가 사라지고 그림의 색층이 얇아진다.

장욱진, 진진묘, 1970, 캔버스에 유화 물감, 33x24cm, 개인소장[국립현대미술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이 시기 특징 중 하나는 빠른 붓질로 먹으로 종이 위에 그린 것 같은 느낌의 유화다. 이 시기에는 또 불교적 세계관이 반영된 그림도 많이 그렸다. 작가의 아내 이순경 여사의 법명인 '진진묘'를 제목으로 한 그림은 집에서 기도하는 아내의 모습을 보다가 화상(畵想)이 떠올랐다며 완성한 작품이다. 전시에는 '진진묘'를 비롯해 생전 제목을 붙였던 작품 세 점이 모두 나왔다.

전시는 한 뼘 크기의 1951년작 자화상이나 전쟁을 피해 부산에 머물던 시기인 1953년작 '자동차 있는 풍경', 고향 인근 국도 풍경을 그린 1978년작 '가로수' 등 잘 알려진 작품 외에도 새로 공개되는 작품들이 눈에 띈다.

생전 마지막 작품인 '까치와 마을'을 비롯해 국제신보에 연재된 염상섭의 소설 '새울림'에 그렸던 삽화 56점 전체가 처음으로 공개된다.

장욱진, '나무와 산', 1983, 캔버스에 유화 물감, 30.5x29.3cm, 국립현대미술관 이건희컬렉션[국립현대미술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전시 준비 과정에서 발굴된 장욱진의 첫 가족 그림 '가족'(1955)도 볼 수 있다. 1964년 일본인에게 판매된 뒤 행방이 묘연했던 것을 일본에서 찾은 것으로, 국립현대미술관이 구입해 국내로 들여왔다. 발견 당시 일부 물감층이 떨어져 나가고 흰색 곰팡이도 피었던 것을 응급 복구해 전시한다.

13일 전시장을 찾은 장욱진의 장녀 장경수 양주시립미술관 명예관장은 "200여점을 총망라한 전시는 이번이 처음"이라면서 "특히 이번 전시의 하이라이트인 '가족' 그림이 귀환해 정말 기쁘다"라고 말했다.

장욱진, 한 뼘 크기의 '자화상' (서울=연합뉴스) 강민지 기자 = 13일 오전 서울 중구 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관에서 '가장 진지한 고백: 장욱진 회고전' 간담회 참석자가 '자화상'을 살펴보고 있다. 2023.9.13 mjkang@yna.co.kr

한편 이번 전시에는 방탄소년단(BTS)의 멤버 RM의 소장품 6점이 포함됐다. 미술 애호가로 알려진 RM은 2021년 미국 텍사스의 미술관을 방문했을 당시 장욱진 그림에 자주 등장하는 나무 아래 앉은 사람을 떠올리게 하는 사진을 찍고 'ucchin vibe'(장욱진 느낌)이란 글을 인스타그램에 올리기도 했다. 다만 RM은 자신의 소장품에만 관심이 쏠리는 것을 우려해 어떤 작품이 소장품인지를 공개하지 말아 달라는 뜻을 밝혔다고 미술관측은 전했다. 전시는 내년 2월12일까지. 유료 관람.

일본에서 돌아온 1955년작 장욱진 '가족' (서울=연합뉴스) 강민지 기자 = 13일 오전 서울 중구 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관에서 마련된 '가장 진지한 고백: 장욱진 회고전'에 1955년작 '가족'이 전시되어 있다. 2023.9.13 mjkang@yna.co.kr

zitron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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