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도 기 죽인다는 김정은 열차…벤츠‧보르도 와인도 탔다

이슬기 기자 2023. 9. 13. 16: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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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이번 러시아 방문에 이용한 열차는 그의 아버지인 김정일 국방위원장, 할아버지인 김일성 주석만을 위한 전용 열차다.

김정일 위원장이 2001년 러시아를 방문한 당시 3주간 이 열차에 탑승했던 풀리코프스키는 이듬해 '동방특급열차'라는 책에서 "푸틴 열차보다 훨씬 편안했다"며 이렇게 묘사했다.

2018년 김정은이 중국을 방문한 당시에도 전용열차 내부 영상이 공개됐다.

김일성 주석 역시 전용기보다는 열차를 이용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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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나 안락한지 푸틴 전용 열차에 비할 바가 아니다.” (콘스탄틴 풀리코프스키 전 러시아 극동지구 대통령 전권대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이번 러시아 방문에 이용한 열차는 그의 아버지인 김정일 국방위원장, 할아버지인 김일성 주석만을 위한 전용 열차다. 김정일 위원장이 2001년 러시아를 방문한 당시 3주간 이 열차에 탑승했던 풀리코프스키는 이듬해 ‘동방특급열차’라는 책에서 “푸틴 열차보다 훨씬 편안했다”며 이렇게 묘사했다.

북한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가 지난 10일 오후 러시아 방문을 위해 전용열차로 평양을 출발했다고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이 12일 보도했다. /뉴스1

김일성 주석을 상징하는 ‘태양’을 붙여 ‘태양호’ 또는 ‘1호 열차’로도 불린다. 외적으로는 다소 투박하지만, 열차 내부에는 숙소 전용 칸과 회담장, 식당에 이어 ‘최고 존엄’ 전용 차량인 벤츠 두 대까지 태웠다고 한다. 풀리코프스키는 “신성한 식사를 위해 랍스터가 산 채로 준비됐고, 보르도와 부르고뉴산(産) 레드 와인이 프랑스에서 공수돼 식탁에 올랐다”고도 했다.

13일(현지 시각) AP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이 열차는 일종의 ‘요새’와 같다. 북한 조선중앙TV는 지난해 10월 방영한 기록영화에서 김정은의 열차 내 업무공간을 공개했는데, 회의용 탁자와 노트북, 컴퓨터 모니터와 전화기 등이 구비돼 있다. 이곳에서 간부들로부터 보고를 받는 모습도 영화에 담겼다.

2018년 김정은이 중국을 방문한 당시에도 전용열차 내부 영상이 공개됐다. 응접실로 추정되는 공간은 고급 바닥재로 덮였다. 가죽 소파, 중국 지도를 띄운 대형 스크린도 있다. 이 스크린을 통해 이동 경로가 담긴 전자 지도를 띄우기도 했다. 위성통신 설비도 갖췄으며, 열차가 통과하는 지역의 경제 현황과 특성, 가축 수까지 화면에 나타났다고 한다.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가 12일 새벽 러시아의 국경도시 하산에 도착했다고 당 기관지 노동신문이 13일 보도했다. /뉴스1

최고 존엄 전용 칸에는 방탄용 철판이 깔렸다. 각국 언론에서 ‘방탄열차’로 불리는 이유다. 다만 풀리코프스키에 따르면, 방탄 기능은 최고 지도자 전용 칸에만 구비됐다. 전량을 방탄 객실로 만들면 열차가 너무 무거워져서 이동이 어렵게 된다. 현 상태로도 중량이 무겁고 북한의 선로 상황이 열악해 북한 내에서 전용열차는 시속 60km 정도로 달린다고 한다. 2000년을 끝으로 사라진 열차 ‘비둘기호’(시속 70km)보다 느리다.

최고 존엄 경호를 위해 러시아가 보낸 저격수 50여 명도 동승했다. 이들은 객차 2칸에 나눠 탑승했는데, 여기에는 무기도 함께 싣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정은은 과거 외국을 방문할 때마다 열차로 이동하는 방식을 선호했다. 2019년 2월 당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2차 북미정상회담을 위해 베트남 하노이에 갈 때 이 열차를 이용했다. 전용기로 3~4시간이면 갈 수 있는데도 장장 60여 시간을 들여 열차로 이동했었다. 같은 해 4월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를 방문할 때도 20시간 넘게 이 열차를 탔었다.

김정은이 열차 이동을 선호하는 건 북한의 항공기 노후화 때문이란 분석이 많다. 비행기가 이륙한 뒤에는 열차에 비해 이동 루트 노출이 쉽다는 점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 그의 아버지인 김정일 위원장은 ‘비행기 공포증’이 심했다고 한다. 실제 김 위원장은 2001년 푸틴 대통령과 회담을 위해 러시아 모스크바로 가는 데 이 열차를 타고 가느라 꼬박 열흘이 걸렸다. 김일성 주석 역시 전용기보다는 열차를 이용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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